기자수첩
[기자수첩] 넥슨의 지스타 불참을 바라보며
  • 원태영 기자(won@sisajournal-e.com)
  • 승인 2019.08.13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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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 위기 맞은 게임업계…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넥슨은 최근 국내 게임 전시회 ‘지스타’ 불참을 선언했다. 지스타 출범 이후 15년 만의 첫 불참이다. 

그동안 넥슨은 지난 2005년 지스타 1회 때부터 14년간 꾸준히 행사에 참가해왔다. 지난해에는 참가 업체 중 최대 규모인 300개 부스를 차리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지스타에서 넥슨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다보니, 지스타를 ‘넥스타(넥슨+지스타)’라고 부를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회사 매각이 무산되고 PC 사업부와 모바일 사업부를 통합하는 조직개편 등 내부적으로 뒤숭숭한 상황에서 지스타까지 준비하기엔 부담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넥슨 관계자는 “개발 및 서비스 중인 자사 게임의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하기 위해 올해 지스타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며 지스타 불참 사유를 밝혔다.

그동안 유저들은 넥슨을 ‘돈슨’이라고 불러 왔다. 이는 넥슨이 돈만 밝힌다는 의미에서 붙은 별명이다. 하지만 게임업계 입장에서 넥슨은 많은 활동을 진행해 왔다. 각종 기부를 비롯해, 거의 매년 지스타 최대 부스 참가, 국내 최대 개발자 컨퍼런스인 NDC 개최 등 국내 1위 게임사로서 게임 시장 발전에 많은 공헌을 한 것이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넥슨의 지스타 불참을 게임업계 전반의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한가지 사례라고 말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사실 게임사 입장에서 지스타 참가는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 넥슨이 매년 참가한 것은 국내 1위 게임사로서 모범을 보이기 위한 측면도 크다”고 밝혔다.

현재 게임업계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중독 질병 이슈를 비롯한 각종 악재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여기에 중국 판호 제한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으며, 계속되는 불황으로 인해 유저들의 지갑 사정도 점점 더 안좋아지고 있다.

문제는 성장 동력 또한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PC 온라인게임 신작의 경우 사실상 씨가 마른 상황이며, 모바일게임 신작들도 기대보다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그나마도 최근에 성공한 모바일게임 대부분은 기존 인기 지적재산권(IP)을 모바일로 재탄생시킨 것들이다.

과거 전 세계 온라인시장을 평정했던 국내 게임사들은 모바일게임 시대를 맞이해 과거와 같은 영광을 재현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오히려 한 수 아래로 봤던 중국 게임사들에게 쫓기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 상태가 계속된다면 국내 게임업계는 조만간 고사하게 될 지도 모른다. 이미 일부 대형 게임사를 제외한 대다수의 중소 개발사들은 언제 회사가 망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게임업계 관계자들이 매번 하는 말이 있다. 만약 자동차나 반도체가 이러한 상황이었어도 정부가 가만히 있었겠느냐고.

국내 게임산업은 정부의 규제에 저항하는 투쟁의 역사 그 자체였다. 지금도 WHO의 게임중독 질병 이슈와 관련해 강력한 규제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지금 정부가 할 일은 규제보다는 진흥이다. 게임산업 자체가 망해버리면, 규제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물론 어느정도의 규제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게임업계가 고사 위기에 처한 지금 만큼은, 정부가 나서서 진흥에 힘써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원태영 기자
IT전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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