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초저가 공세에 밀려 오프라인도 '초저가'로 맞불 대응
대형마트의 실적부진이 '강대강' 국면 형성···대량매입 등으로 원가 혁신
초저가 전략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지는 의문···"승자구도 완성되면 가격 오를 것"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유통업계의 가격파괴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온라인쇼핑에서 시작된 초저가 광풍이 철옹성 같았던 오프라인 유통채널에서도 상시적인 가격정책으로 자리잡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초저가 마케팅 전략을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은 많다. 오프라인은 점포, 재고관리 등 측면에서 원가 구조를 혁신하는 데 온라인보다 불리하다.

온라인의 초저가 공세에도 나름대로 자신만의 가격정책을 고수했던 오프라인이 온라인과 본격적인 가격경쟁을 예고한 데에는 대형마트의 실적부진이 예상을 훨씬 뛰어 넘은 탓이다. 이마트가 지난 9일 공시한 올해 2분기 연결 영업손실은 299억원이었다. 창사 이래 첫 분기적자로, 시장의 전망치인 47억~105억원 수준의 적자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롯데마트의 경우 이 기간 339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 지난해 270억원에서 손실 폭이 더 커졌다.

대형마트의 실적부진은 결국 ‘강대강’ 국면을 불러왔다. 쿠팡과 마켓컬리 등 온라인 이커머스 업체들이 초저가와 새벽배송으로 고객유치 속도에 불이 붙자 오프라인업체들도 앉아서 당할 수만 없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다. 초저가에는 초저가로 대응한다는 맞불 전략이다. 창사 이래 첫 굴욕을 맛본 이마트가 포문을 열었다. 이마트는 이달 초부터 동일‧유사 상품군에서 30~60% 저렴한 ‘상시적 초저가’를 구현해내겠다고 밝혔다. 한 번 가격이 정해지면 바꾸지 않겠다는 공언도 했다.

이마트는 수입산 와인을 시세보다 60% 저렴한 4900원에, 다이알 비누는 가격을 35% 낮춰 3900원에, 식품건조기(FDA-1901)의 경우 국내 유명 브랜드 대비 약 55% 저렴한 3만9800원에 판매한다고 밝혔다. 이는 온라인몰이 마진을 포기하더라도 충분히 승부를 겨뤄볼만한 가격대다. 이마트는 올해 연말까지 초저가 상품을 200개, 내년 이후 500여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마트 측에 따르면 초저가 전략 구현이 가능한 이유는 압도적인 대량매입, 프로세스 최적화, 원가 구조 혁신, 신규 해외소싱 업체 발굴 등이다. 와인은 이마트가 해외 와이너리로부터 와인을 수입하는 경우 단일 품목 와인의 평균 수입 개런티 수량을 3000병 수준에서 100만병 와인을 구매보증함으로써 가격을 크게 낮췄다는 것이다. 연 3만개 가량 판매되던 다이알 비누 역시 아시아 지역 단일 유통사로부터 연간 50만개 구매보증을 했다. 이마트는 이같은 전략으로 다양한 상시적 초저가 상품을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1위 이마트의 초저가 전략을 타 오프라인업체들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롯데마트는 현재 균일가 PB 브랜드인 ‘온리 프라이스’를 중심으로 생필품을 초저가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마트의 공세로 초저가 상품군의 확대가 불가피해졌다. 연중 상시 저가(EDLP:Every Day Low Price) 정책을 운영 중인 홈플러스 역시 같은 입장이다.

그러나 초저가 광풍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이마트처럼 물량부담을 안지 않고서는 쉽게 할 수 없고, 판매부진으로 재고가 쌓이면 오히려 적자만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출혈경쟁을 감수한 전쟁터에 오프라인업체들이 뛰어든 형국”이라면서 “시간이 지나 승자구도가 완성되면 손실보전을 위해 상품가격도 어느정도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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