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화이트리스트’ 제재로 수출 의존도 높은 한국 경제 위기감 커져
정부, 맞대응 조치로 화이트리스트에서 日 제외 방침

2분기 한국 경제성장률이 지난 1분기 마이너스 경제성장의 기저효과로 반등에 성공했지만, 수출 약화에 따른 경기 부진은 여전하다. / 사진=셔터스톡
2분기 한국 경제성장률이 지난 1분기 마이너스 경제성장의 기저효과로 반등에 성공했지만, 수출 약화에 따른 경기 부진은 여전하다. / 사진=셔터스톡

2분기 한국 경제성장률이 지난 1분기 마이너스 경제성장의 기저효과로 반등에 성공했지만, 수출 부진에 따른 경기 침체는 여전하다. 미·중 무역전쟁의 장기화, 한·일 경제보복 조치 등이 겹치면서 한국 경제의 위기는 점차 커지는 양상이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2.7%에서 0.2%포인트 내려 2.4~2.5%대로 하향 조정했다. 그럼에도 강대국의 경제 싸움으로인해  우리나라가 단기적인 금융 불안 위기에 봉착하면서 하반기 경기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미·중 환율전쟁에 한국 유탄 맞을 가능성 커

G2(미국·중국) 무역전쟁 격화에 세계경제는 살얼음판이다. 미국은 지난 5일(현지 시각)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전격 재지정했다. 환율을 달러당 7위안이 넘도록 용인하는 중국 당국의 ‘포치(破七)’에 대한 맞대응이다. 이에 양국 간 싸움은 무역전쟁에서 환율전쟁으로 걷잡을 수 없이 번졌고, 국내 금융시장도 크게 요동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이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이에 맞서 중국은 희토류의 무기화를 공식 선언하며 미국의 홍콩 사태 개입 금지, 미국산 대두 수입 금지를 천명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지난 8일 ‘미국의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전개와 영향’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단기적으로 금융 불안이 고조될 수 있으며, 통상 분쟁 확산에 따른 불확실성이 증가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안전자산 선호에 따른 신흥국 통화 약세로 원화는 위안화 동조화 속에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KIEP는 환율조작국 지정에 따른 중국의 피해로 한국이 얻는 기회와 반사이익은 미미할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 제품에 대한 미국의 보복관세 부과 등으로 한국 기업이 중국 기업에 비해 일부 유리해지는 측면은 있지만, 미국 시장에서 대중국 수입이 대한국 수입으로 대체되는 무역 전환 효과는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는 점에서다.

또한 미·중 갈등 고조, 글로벌 보호주의 확산, 세계경제 불확실성 고조, 금융시장 불안 등에 따른 세계 교역 둔화, 한국으로의 환율 및 통상 분쟁 확산 등이 한국의 무역과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수출 의존도 높은 韓, 세계 경제전쟁에 타격

우리나라는 무역 의존도가 37.5%로 주요 20개국(G20) 중 세 번째로 높은 국가다. 주요 교역국은 미국과 중국이다.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미·중 무역분쟁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한국 수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제성장률에도 비상이 걸렸다. 한국개발연구원이 발표한 8월 경제동향에서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 성장률이 2% 안팎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의 지난달 초 전망치(2.4~2.5%)와도 차이가 크다. 스탠다드차타드(1.0%), ING그룹(1.4%) 등 해외 10개 기관들도 한국 경제성장률을 1%대로 전망했다. 그만큼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는 12일 일본을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제외하는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재정을 강행했다. 일본을 화이트리스트 국가(가)에서 제외하고 별도 분류체계(가-2)를 신설해 배치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한·일 경제전쟁이 잠시 소강 상태로 접어든 모양새지만, 일본이 언제든 추가 보복을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도 맞대응 카드가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정부는 의견 수렴 기간 중 일본과의 협상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다만 이번 고시 개정은 일본 수출규제에 상응해 나왔다는 점에서 국제적으로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가 이번 조치를 발표하면서 일본과 마찬가지로 국제 수출통제 체제에 어긋난 구체적인 사례 등을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우리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도 일본으로의 수출이 많지 않아 효과적인 카드로 활용하기 어렵다. 일본 전자업체들이 생산 라인을 대부분 해외로 옮긴 데다 글로벌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품목이라는 점에서 국제 사회의 비난도 감수해야 한다.

KIEP는 “미·중 갈등 증폭이 위안화 변동성 확대로 이어지면 강화된 원화-위안화 동조화 현상에 따라 원화 변동성도 증폭될 수 있으므로 쏠림 현상을 억제하는 시장 개입, 세심한 메시지 관리 등 외환정책 당국의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 한국에 대한 환율 압박 위험이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외환시장 투명성 제고 조치 도입, 원화-위안화 동조화의 구조적 특징 등을 미국 정부에 환기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최근 금융·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정부는 엄중한 상황인식을 갖고 관계기관과 함께 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시장 불안에 대해 적극 대응하겠다”며 “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될 경우 준비된 계획에 따라 상황별 시장 안정 조치들을 신속하고 과감하게 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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