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별 애플리케이션 10개 넘어···앱마다 기능 중복돼 ‘혼란’
KB국민은행, 기능 중복 앱 5개로 가장 많아
“통합 앱, 속도 저하 및 잦은 오류 등 또 다른 문제점 발생할 수도”

구글플레이스토어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은행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들./사진=구글플레이스토어 캡쳐
구글플레이스토어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은행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들./사진=구글플레이스토어 캡쳐

모바일금융 시대를 맞아 은행들이 너도나도 기존 애플리케이션의 기능을 망라한 통합 앱 출시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기존 앱과 기능이 중복되고 은행당 3개 이상의 앱이 존재해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금융권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시중은행이 운영하는 앱들의 구글플레이스토어 평점은 3점대 초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가 4.0점인 것과 비교하면 저조한 점수다.

소비자들이 시중은행 앱 이용에서 가장 크게 불편을 느끼는 부분은 많은 앱 개수다. 구글플레이스토어에 검색한 결과 5개 시중은행 모두 자사 애플리케이션이 10개가 넘는 것 나타났다. 소비자 입장에선 모바일로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앱을 우선 내려받아야 하는데 은행별로 앱이 10개가 넘다 보니 그중에서 어떤 앱을 선택해 설치해야 할지부터 난관에 부딪치는 셈이다.

해당 앱들 중에는 일부 기능이 중복되는 부분도 많고 한 가지 업무를 보기 위해서 2개 이상의 앱을 다운로드해야 하는 등 이용에 불편함을 느끼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

특히 KB국민은행은 총 18개의 자사 앱 중 개인 고객 대상 조회·이체 기능을 갖춘 앱이 ▲KB스타뱅킹 ▲스타뱅킹미니 ▲리브똑똑 ▲리브 ▲KB글로벌 등 5개에 달해 기능이 중복되는 앱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시중은행 앱을 이용한다는 A씨(30)는 “모바일로 은행 업무를 처리하다가 가끔 창구를 방문하면 예·적금 가입을 위해 앱을 3개씩 설치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미 있는 앱 외에 인증이나 혜택을 위해 다운로드를 권하는 경우도 많은데 가짓수가 많아 어떤 앱이 어떤 기능을 갖고 있는지 헷갈려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에 은행들은 소비자들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디지털 앱 서비스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12월 디지털 앱 서비스를 통합하고 지난 3월 ‘하나원큐’로 이름을 바꾼 통합 앱을 내놨으며, 농협은행 역시 지난해 12월 5개 금융앱을 하나로 통합한 종합금융서비스 앱인 ‘NH스마트뱅킹 원업(one up)’을 출시한 바 있다. 뒤이어 신한은행 역시 지난해 2월 기존 뱅킹 앱의 기능을 통합한 ‘신한 쏠(SOL)’을 선보였다. 우리은행은 8월 중 은행의 모든 업무를 볼 수 있는 ‘풀뱅킹’ 앱인 ‘원(WON)’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통합 앱을 만들어 내놓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기존 앱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존재해 통합 앱을 출시한다고 해서 쓰던 앱들을 당장에 정리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통합 앱은 다수 앱의 기능들을 총망라하기 때문에 앱 크기가 커져 속도가 더뎌지거나 오류가 잦아질 수 있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권이 전반적으로 소비자들의 불편을 고려해 앱 개수를 줄여가는 추세지만 이미 기존 앱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있어 당장에 앱을 없애고 간소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통합 애플리케이션을 내놓으면 아무래도 앱 크기가 커지면서 스마트폰에서 가동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속도가 느려지거나 오류가 잦아지는 등의 문제점이 발생하면 소비자 불편이 오히려 늘어날 수 있게 때문에 온전히 하나로 통합하는 게 쉽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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