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기준 8조1820억원 기록···올해 들어 최저치
일본의 수출 규제 소식과 함께 크게 하락···투자 심리 악화 신호

최근 일본 수출 규제와 미중 무역분쟁 격화에 따라 증시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 이에 증권사에서 투자금을 빌려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심리가 그만큼 악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 그래프=조현경 디자이너 

증권업계에 투자 심리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이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최근 들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잔고가 크게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주식으로 돈을 벌 수 없다고 판단한 개인 투자자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또 증권사들이 주가 급락으로 빌려준 자금을 강제적으로 회수하는 ‘반대매매’ 물량도 커지면서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준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 상승 모멘텀이 악화되고 증시는 갈수록 얼어붙고 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8일 기준으로 8조182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2017년 6월 이후 2년2개월만에 가장 낮은 잔고를 보였는데 당시에도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각 2000선, 600선 아래로 떨어진 바 있다. 

현재도 코스피는 일본의 수출 규제와 미·중 간 무역분쟁이 심각해지면서 2000선 아래로 떨어진 뒤 회복하지 못하는 중이다. 그만큼 투자자들 입장에서 증시가 침체기에 접어들었다고 판단돼 투자에 나서기 꺼려한다고 볼 수 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7월 들어 크게 감소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분석된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란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금액을 말한다. 신용거래융자 증감은 주가 흐름과 궤를 같이 한다. 주가가 오를 땐 투자 심리가 회복돼 투자자들이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투자에 나선다. 반대면 돈을 빌리는 규모가 빠르게 준다. 최근 국내 증시도 잇따른 악재로 인해 신용거래융자 잔고 규모가 급격히 빠지는 흐름을 보이는 중이다. 

특히 신용거래융자 잔고 하락률은 증시 하락률과 비교해 월등히 높다. 일본의 반도체 3개 소재에 대한 수출 금지 발표가 전해지던 7월1일 이후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최근 8일까지 21.0% 줄었다. 코스피가 같은 기간에 2129.74에서 1920.61로 9.8% 떨어진 것과 비교해 하락률이 높다. 

올해 1월부터 8월초까지 증권 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자금 규모 그래프. 7월 일본의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 금지 소식이 들린 이후 그래프가 급격하게 하락한 모습. / 그래프=금융투자협회

또 증권사의 반대매매 물량이 속출하면서 신용거래융자 자금이 더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는 투자자에게 주식거래 대금을 빌려주는데 만약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하락해 고객이 증권사로부터 빌린 돈을 만기 내 갚지 못하거나 또는 미수금 처리되는 경우 증권사는 고객 의사와 관계없이 강제적으로 주식을 일괄 매도할 수 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증권사의 ‘반대매매’ 규모가 커질수록 더 빠르게 감소하게 된다. 그만큼 전체 증시의 상승을 제어하는 성격을 갖는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8일 기준으로 국내 증시 위탁매매 미수금은 2450억6700만원을 기록하며 올해 들어 최고 수준을 보였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은 7.5%을 기록했다. 앞서 지난 6일에도 9.3%를 기록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가가 최근 7개월 만에 2000선이 무너지면서 주식 매수자들의 투자 심리가 악화돼 신용거래융자금이 감소하게 된 것”이라며 “주가의 바닥을 확인하는 상황이 전개되며 투자자들의 관망 심리가 커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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