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내정된 조성욱 공정위원장, 증선위 활동하며 원칙 강조 행보 보인 것으로 유명
기업들, 우려하면서도 윗선 개입 기획사정 줄어들 가능성엔 기대 내비치기도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의 뒤를 이어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로 조성욱 교수가 내정되면서 재계 사정을 주도하는 기관들의 수장 인사가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김현준 국세청장, 윤석열 검찰총장에 이어 조 교수까지 모두 ‘원칙주의자’를 앉힌 것이 공통점인데 기업들 입장에선 기회이자 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에 청와대가 공정거래위원장으로 내정한 조성욱 후보자는 대표적인 ‘원칙주의자’로 통한다. 2013년부터 지난 4월까지 6년간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에서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했는데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과 관련해 강경한 목소리를 낸 것으로 유명하다. 한 재계 인사는 “한화 사외이사를 지냈던 경력 등을 들어 조성욱 후보자가 친기업적이라고 섣불리 판단하면 곤란하다”며 “증선위 위원일 때도 성역 없이 활동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후보자는 과거 논문에서 재벌을 ‘성공한 맏아들’로 표현하며 더욱 엄격하게 법집행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공정위원장으로 최종 낙점이 되면 향후 공정위 활동에도 이 같은 색채가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정권의 이번 사정기관 수장 인사는 조 후보자의 경우처럼 모두 원칙주의자들을 임명한 것이 특징이다. 검찰 내 대표적인 원칙주의자 윤석열 검찰총장은 물론, 김현준 국세청장 역시 원칙을 중요시하는 깐깐한 스타일의 완벽주의자로 알려졌다. 정권의 이 같은 인사에 대해 재벌 개혁 및 공정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기업들은 일단 긴장하는 모습이다. 한 그룹사 인사는 “만일 원칙대로만 모두 밀어붙이면 기업들로선 뭔가 사정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런 것들을 설명할 기회 자체를 갖기 힘들어진다”고 토로했다. 깐깐한 인사들로 사정기관 수장들이 채워지면 기업들에 대한 압박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다만 정치적 인물보다는 차라리 원칙주의자가 더 나을 수 있다는 시각도 일부 있다. 법만 잘 지키면 표적이 되지 않을 수 있고, 윗선에서 정치적 이유로 지시해 내려오는 기획사정이 줄어들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또 이번에 임명되거나 내정된 수장들이 법과 원칙 면에서는 깐깐한 스타일이긴 하지만 무조건 ‘반(反)기업적’인 인물들은 아니라는 점에도 안심하는 눈치다.
예를 들어 조성욱 후보자의 경우 한 논문을 통해 “정치권이 개입돼 만든 ‘붐’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창의적 기업이 생성되고, 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업 생태계를 마련해야 하고 이를 위해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기업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기도 했다.
결국 원칙주의자 수장 체제의 성패는 얼마나 윗선에 흔들리지 않고 그 ‘원칙’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원칙주의자 수장을 맞이한 한 사정기관 인사는 “원칙주의 사정의 핵심은 여러 외부 상황을 이겨내고 얼마나 일관되게 그 원칙을 고수하면서 일을 할 수 있는지 여부”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