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0월부터 민간택지 적용···‘재건축·재개발’ 사업장 정조준
분양가 20% 이상 하락 예상···건설사들 수익성 빨간불
“정책 변화될 때까지 분양 일정 미룰 가능성도”

12일 국토교통부는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민간택지가 대부분인 서울 재건축·재개발 사업장들은 분양가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진 만큼 조합은 물론 건설사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사실상 마지막 규제 카드인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의 윤곽이 드러났다. 분양가상한제는 서울을 포함한 투기과열지구에 적용될 예정이다. 특히 정부는 재건축·재개발 단지를 정조준 했다. 상한제가 적용되는 단지의 분양가는 기존보다 20% 이상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해진 만큼 건설사들의 셈법도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정부, 10월부터 투기과열지구에 분양가상한제 시행···‘재건축·재개발’ 정조준

12일 국토교통부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 지정 요건을 기존 ‘직전 3개월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2배 초과인 지역’에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지역’으로 개정한다고 밝혔다. 투기과열지구는 서울시 25개 구 전역, 과천·광명·성남 분당·하남, 대구 수성구, 세종시 등 총 31곳이다. 개정안은 입법예고 등을 거쳐 이르면 10월 초 공포·시행될 예정이다.

분양가상한제는 새 아파트의 분양가를 땅값과 건축비를 더해 일정 금액 이하로 분양가를 제한하는 제도다. 주변 시세나 최근 분양가와 비교하게 했던 기존의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을 통한 가격 규제보다 훨씬 강력한 규제다. 국토부가 분양가상한제 카드를 꺼낸 이유는 9·13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던 서울 아파트값이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여기에 민간 아파트 분양가도 계속 오르면서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정부의 발표에 따라 공공택지에만 시행됐던 분양가 상한제는 민간택지로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국토부는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던 재건축·재개발 단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적용 기준을 강화했다. 그동안 분양가 상한제는 일반주택사업의 경우 ‘최초 입주자 모집 승인 신청한 단지’부터 적용했지만,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예외적으로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한 단지’부터 적용해 왔다. 국토부는 효과적인 고분양가 관리를 위해 재건축·재개발 사업도 분양가 상한제 적용 시점을 ‘최초 입주자 모집 승인을 신청한 단지’부터로 변경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경우 입주자모집승인 신청 전에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으로 지정하더라도 이미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한 단지에 대해서는 분양가상한제 적용이 불가한 문제가 발생했다”며 “특히 최근 후분양 방식을 통해 HUG의 고분양가 관리를 회피해 높은 가격으로 분양한 사례를 감안해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의 적용 시점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건설사들 수익성 빨간불···“상한제로 인한 차액 건설사 손실로··정책 변화될 때까지 분양 일정 미룰 수도”

정부의 발표 직후 일반분양을 하지 않은 서울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습이다. 분양가 상한제가 현실화되면 분양가 하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뒤 일반분양을 준비 중인 서울 시내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은 100여 곳,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3구에만 30여 곳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분양가가 기존보다 20% 이상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2007년 5월 국토부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 기준을 발표하고, 상한제 적용에 따른 분양가 인하 효과를 추정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상한제 적용 이후 전국의 분양가가 16∼29%, 평균 20% 가량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2007년과 현재와 땅값이나 건축비 등 제반 여건이 달라졌지만 상한제로 인한 가격 인하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사들도 고심에 빠진 모습이다. 분양가 조정으로 인한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으면 차액이 건설사 손실로 돌아오게 된다”며 “또 자금력이 부족한 중견·중소 건설사는 적정한 분양가를 받지 못할 경우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이어 “분양가가 낮아질수록 조합원들의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일부 조합은 건설사에 공사비를 줄이라는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건설업계에서 예상하는 시나리오는 두 가지다. 먼저 철거·이주를 시작했거나 마친 단지는 분양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이주비 대출 등으로 인한 금융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아서다. 두 번째는 분양가 상한제가 철회될 때까지 버티는 방법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로 인해 추가분담금이 억대로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여유가 있는 단지들은 정책이 변화될 때까지 분양일정을 미루는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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