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인수 반대’ 노조, 임단협에도 간극 좁히기 힘들 전망
뒤늦게 조선업 재편 나선 中 행보에 “한국 견제 목적” 해석 나와···日 심사도 부담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선언한 뒤 여러 난제에 휩싸인 현대중공업그룹의 고전이 계속되는 모습이다. 대내적으로는 사실상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노조와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대외적으로는 중국의 도전과 일본의 견제를 이겨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임단협)과 관련된 논의를 휴가철이 끝난 이번주부터 본격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한국조선해양 법인 분리 과정에서 골이 깊어진 상태여서 파업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은 현대중공업과 마찬가지로 거대 조선사들 간 합병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의 경우 결합심사를 통해 견제에 나설 것으로 분석된다.

12일 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조는 기본급 인상(12만3526원)과 최소 250%의 성과급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인수를 추진 중인 대우조선해양 노조도 현행 60세에서 62세로의 정년 연장과 현대중공업의 매각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회사 측에선 쉽사리 수용하기 힘든 요구 조건이다. 따라서 노사 간에 양보가 없다면 파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최근 노동계 내부에서도 올해 하투(夏鬪)를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각 업계의 실적 부진 및 경기 위축 등과 더불어 일본의 경제보복 여파로 ‘함께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는 자성적 여론이 형성돼 있어서다. 그럼에도 조선업계 내부에는 쌓인 앙금 등이 있기 때문에 쉬이 넘어가긴 힘들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임단협과 별개로 지난 5월 31일 현대중공업 법인 분할 임시주총 당시부터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노조와 회사 측은 대립각을 이어 왔다. 산발적인 집회가 계속됐으며, 인수를 위한 절차를 저지하기 위한 투쟁도 계속됐다. 노조 측은 특히 임시주총이 제대로 된 절차를 지키지 않아 무효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합의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난항이 예견된다. 

내부 갈등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면 대외적으로는 이웃나라들의 압박이 심화되는 추세다. 중국은 지난달부터 1·2위 조선업체인 중국선박공업(CSSC)과 중국선박중공업(CSIC) 등의 합병에 시동을 걸었다. 시너지와 효율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라는 게 이번 합병 추진의 이유다. 반면, 업계에서는 한국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합병 추진 전까지만 하더라도 별다른 조짐을 보이지 않던 두 업체 간 합병은 사실상 한국 조선업을 견제하기 위한 행보로 보는 편이 더 합리적일 것”이라며 “비록 합병 추진을 수개월여 늦게 시작했지만, 업체 간 합병은 국내보다 빨리 진행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거대 조선업체들 간 합병은 자국은 물론 경쟁국들의 기업결합심사를 받아야 한다. 한·중 양국의 경우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어 서로 간에 심사가 원활히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은 해외 첫 번째 심사 신청을 중국에 냈다. 향후 일본·미국·유럽 등에서 차례로 결합심사를 받게 될 예정이다. 자연히 일본이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과거 글로벌 조선업계 1위였던 일본은 한국·중국에 차례로 패권을 넘겨줬다. 이 때문에 우리 조선업계의 부상을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우리와 생산 품목이 달라 반대할 명분이 적음에도, 합병 추진 계획이 발표됐을 때부터 ‘부당하다’는 의견을 피력해 온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 양국이 경제전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심사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몽니를 부릴지 여부는 기업결합심사를 접수해 봐야 아는 것이지만, 양국 간 갈등 상황이 현대중공업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뒤늦게 뛰어든 중국이 메가 조선사 건립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내부적 갈등이 봉합되지 못하고 있어 당분간 현대중공업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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