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에도 점유율 높이기 위해 돈 쓰는 '쿠팡'···'흑자' 목표 잡은 11번가, 매출·거래액은 감소

국내 이커머스업계가 흑자 추구형과 시장점유율(M/S) 확대형으로 나뉘고 있다. 쿠팡은 당장은 적자를 보더라도 투자를 계속해 M/S를 높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고, 11번가와 티몬은 목전의 목표를 흑자 전환으로 잡고 각각 커머스포털·타임커머스 등을 앞세우며 쿠팡과는 다른 길을 향하고 있다. 이로써 내년도 이커머스업계 순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모든 기업의 목표는 M/S를 높이면서 동시에 흑자를 내는 것이다. 다만 경쟁이 과열된 국내 이커머스시장에서 두 목표를 동시에 성취하는 업체는 없는 상황이다. 물류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 빠른 배송을 하거나, 경쟁업체보다 많게는 60%까지 싼 값에 물건을 판매함으로써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둘 중 하나다. 점유율을 포기하고 적자를 면하느냐, 적자를 감수하고도 점유율을 높이느냐가 그것이다. 

◇ 이마트 적자도 '온라인 부담' 탓

올해 국내 유통기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적자'인 듯하다. 국내 1위 대형마트인 이마트는 지난 2분기 창립 이래 첫 적자를 기록했다. 이마트는 지난 9일 2분기 실적을 공시하고 매출이 전년 대비 14.8% 늘어난 4조 581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늘어났지만 영업이익은 -299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당기순이익도 266억원 손실을 봤다. 비슷한 상황에 있는 롯데마트도 2분기 34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해외에서 160억원 흑자를 기록했지만 국내점에서 500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한 탓이다. 

업계에서는 이마트의 부진 이유로 △객수 하락 지속에 따른 외형 성장 감퇴 △온라인 적자 지속 등을 꼽았다. 이마트몰을 품은 SSG닷컴의 경우 2분기 113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점유율 확보를 위한 프로모션 강화와 서비스 및 카테고 리 확대(새벽배송, 프리미엄 제품 등)에 따라 비용이 늘어난 탓"이라고 적자 배경을 설명했다.

돈을 많이 쏟아붓는다고 외형 성장이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1분기 대비 SSG닷컴의 거래금액 성장(15.4%)이 회복된 것은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시장 성장률(18%)에는 못미치는 상황이다. 쏟아붓는 대로 이익이 실현되지 못할 만큼 현재의 이커머스업계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사진=셔터스톡(shutterstock).
/ 사진=셔터스톡(shutterstock).

뒤늦게 온라인 전쟁에 참전한 이마트만 적자를 보는 건 아니다. 지난해 1조970억원 적자를 본 쿠팡은 올해에도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쿠팡은 당장의 적자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해 쿠팡맨(쿠팡 전속 배송기사) 포함 인건비로만 9866억원을 쓴 쿠팡은 늘어나는 물량에 로켓배송을 전담할 쿠팡맨을 계속해서 더 뽑고, 쿠팡의 대규모 SKU를 담보하는 거대 물류센터도 대구·고양 등에 속속 짓고있다. 여타 업체들이 "쿠팡처럼은 못 한다"고 백기를 들게끔 만들어 더 많은 소비자를 끌어들이겠다는 복안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지난해 거래액 3위였던 쿠팡(약 8조원)이 1위였던 지마켓(약 10조원)을 올해 제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당장은 적자를 보지만 꾸준히 M/S를 높여 나가는 모습이다. 

◇ '2019년 흑자' 11번가, '2020년 흑자' 티몬

모두가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외형을 키우진 않는다. 지난해 거래액 2위였던 11번가는 올해 연간 흑자 전환을 목표로 내실화에 집중하고 있다. 여타 업체들이 벌이는 가격 경쟁 대열에서 한 발짝 비켜난 11번가는 2019년 2분기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연간 흑자 역시 긍정적으로 점쳐지고 있다. 11번가는 지난 2일 SK텔레콤의 2019년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연간 기준으로도 BEP 이상의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본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매출과 거래액은 줄어들고 있다. 11번가의 2분기 매출액은 1458억원으로 전분기 1569억원보다 100억원가량 감소햇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이 2019년 상반기 주요 온라인쇼핑몰 거래금액을 추정한 결과 쿠팡은 지난해 같은 기간 4조7900억원에서 올해 7조8400억원으로 63%가량 늘어난 반면, 11번가는 5조7500억원에서 5조2400억원으로 8.8%  가량 줄어들었다. 올 들어 11번가가 내내 강조했던 "소모적 가격 경쟁을 하지 않겠다"는 기조로 수익성 방어에는 성공했지만 외형 성장에선 주춤한 모습이다. 

지난 6월 새롭게 이진원 대표 체제를 갖춘 티몬도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타임커머스'를 내건 이진원 대표는 취임 후 2020년 분기 흑자 전환, 2021년 연간 흑자 전환을 목표로 세웠다. 티몬은 기존에 일(day) 단위로 진행되던 특가 이벤트를 시간(time) 단위로 쪼개 매일 특정 시간에 특정 상품을 할인해 판매하는 '타임커머스'를 회사의 정체성으로 밀고 있다. 티몬에서는 한 날 한 시도 이벤트가 없는 때가 없는 것이다. 오늘인 12일은 월요일이라 티몬데이임과 동시에, 11시는 유아동타임, 1시는 뷰티타임, 4시는 간식타임이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