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 중심으로 SNS서 불매운동···민간 분야까지 번져 특단 대책 시급

일본 정부의 한국 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으로 한일 갈등은 이제 정치, 외교적인 차원을 넘어 관광, 문화 등 민간 교류 분야까지 번지고 있다. ‘고용 참사’라는 말이 무색하게 한일 경제전쟁은 취업 전선까지 넘어와 일자리 한 자리도 더 확보하기 전에 뺏기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서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은 이제 당연시됐다.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은 확산되는 추세다. 특히 SNS(사회관계망서비스)인 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에선 ‘#사지않습니다, #가지않습니다’ 등의 해시태그가 퍼지고 있다.

SNS를 통한 불매운동 움직임의 중심엔 밀레니얼 세대가 있다. 흔히 1982년~200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밀레니얼 세대라고 부른다. 이들은 개인 SNS에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을 공유하며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방식으로 반일운동을 실천하고 있다. 단순히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넘어 휴가 시즌을 맞아 계획한 일본 여행 취소, 인증도 과감없이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통상 2000년 전후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는 반일 의식이 약하다고 알려져 있다. 과거 세대와 달리 일본 문화가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있고 일본산 제품에 대한 이용도도 높아 일본 문화에 친숙해져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래도 일본제품이 얼마나 일상생활에 흔한 것으로 자리 잡았나 싶었다. 기자는 이참에 얼마나 많은 일본 제품을 사용하고 있나 점검해봤다. 기자가 매일 사용하고 있는 제품 10개 중 7개는 일본산 제품이었다. 아침마다 사용하는 세면용품, 화장품, 필기류를 넘어 신발, 의류 등에도 일본산 제품이 곳곳에 배어있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기자는 일본 제품 사용을 스스로 절제하기 시작했다. 친구들과도 대체품을 공유했고, 노노재팬(일본 불매 운동을 위한 원산지 표시 및 대체 상품 정보 제공 사이트)도 들여다봤다.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시작된 불매운동은 과거와 또 다른 양상이다. 물론 이번 불매운동은 과거와 다르게 대상이 기업이 아닌 국가다. 그럼에도 ‘한일전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이야기와 우리 국민의 좋지 않은 대(對)일 감정이 더해져 일본 불매운동은 점차 확대되는 분위기다.

그런데 한일 갈등은 민간 교류까지 번지고 있다. 단순히 제품 불매가 아닌, 취업 전선까지 퍼진 것이다. 여행이나 제품은 ‘안 쓰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취업은 또 다른 문제다. 우리나라는 ‘고용 참사’, ‘고용 한파’ 등 고용과 연관돼 있는 것은 다 좋지 않은데, 한일 갈등이 취업으로까지 번져 취업준비생들을 두 번, 세 번 울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기자 주변 친구들, 측히 취업준비생들 사이선 아예 취업을 포기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국내 고용 성적표가 좋지 않자 방향을 해외로 틀었는데, 취업하기 그나마 수월했던 일본도 이제는 어려워진 탓이다.

기자 친구들의 “한일 갈등이 심한데 일본 취업 준비하던 거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라는 질문에 ‘그래도 취업은 해야지’와 ‘포기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답 사이서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결국 피해보는 건 국민이라는 생각뿐이었다.

생활 속 반일 실천은 밀레니얼의 특징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추가 보복을 막고 여기에 대한민국의 저력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러한 밀레니얼 세대의 직접적인 실천은 중요하다. 하지만 한일 경제 갈등은 강제징용 문제로 촉발된 만큼 감정적인 불매운동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결국 외교 문제로 풀어야 한다. 정부가 나서서 다각도의 채널과 물밑접촉으로 일본 정부와 협의해 특단의 대책을 내놓는 게 아닌, 문제 해결을 주도해 외교적 역량이 십분 발휘되길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