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신예대율 적용 시 개인사업자 대출 가중치 중립 적용”
시중은행 4곳 중기 대출 중 개인사업자 대출 비중 평균 50% ↑

4대 시중은행 중기대출 중 개인사업자 대출 비중./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4대 시중은행 중기대출 중 개인사업자 대출 비중./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금융당국의 지속적인 중소기업 대출 확대 주문에 따라 은행권의 올 상반기 중기 대출 취급 잔액이 대폭 상승했다. 그러나 중기 대출의 대부분이 개인사업자 대출로 분류돼 새로운 예대율 산정 기준 도입 시 적용되는 15% 대출 감면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기업 대출 잔액은 상반기 기준 451조532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18조3060억원)보다 7.9%(33조2260억원) 늘어났다. 이 중 중기 대출 잔액은 359조643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331조4800억원) 대비 8.4%(28조1630억원) 증가했다. 중기 대출 증가분은 기업 대출 증가분의 84.8%를 차지했다. 시중은행 기업 대출 증가의 상당 부분을 중기 대출이 이끈 셈이다.

중기 대출은 경기에 예민한 만큼 부실이나 연체 위험이 커 은행들은 그동안 중기 대출 확대에 매우 보수적이었다. 그랬던 은행이 이처럼 태도를 바꾼 데에는 금융당국의 압박이 컸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강조해 온 ‘생산적 금융’ 차원에서 중소기업·벤처 등과 같은 분야로 자금이 공급되게 하기 위해서 은행권이 가계대출 위주의 대출 포트폴리오를 중소기업 위주로 재편하도록 유도했다. 그 일환 중 하나가 내년부터 적용될 신(新)예대율 기준이다.

2020년 1월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예대율 규제는 가계대출 가중치를 15%로 올리는 반면, 기업 대출은 15% 낮춰 대출 비중을 산정한다. 신예대율이 적용되면 4개 은행 모두 예대율이 100%를 넘거나 육박할 전망이다. 특히 가계대출 비중이 높은 국민은행의 경우 예대율이 103%까지 치솟는 것으로 집계됐다.

예대율은 예금 대비 대출 비중으로 100%를 초과할 경우 금융당국으로부터 대출 취급을 제한받게 된다. 시중은행 4곳 모두 올 하반기 예대율이 96%에 이른 상황이다.

예대율 관리를 위해 시중은행은 계속해서 중기 대출을 확대하는 추세다. 그러나 문제는 이 중 절반 이상이 개인사업자 대출에 해당돼 대출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중소기업대출은 '법인' 대출과 '개인사업자(SOHO)' 대출로 구성된다. 금융당국은 신예대율 적용 시 개인사업자 대출 가중치에 대해서는 중립을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4대 시중은행의 중기 대출에서 개인사업자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54.7%에 달했다. 중기 대출 잔액에서 개인사업자 대출이 가장 높은 은행은 국민은행으로 개인사업자 대출 비중이 66.4%인 것으로 나타났다. 뒤이어 하나은행 51.5%, 신한은행 50.7%, 우리은행이 50.3% 순이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시장 성장이 정체돼 있는 상황에서 은행이 중기 대출을 마냥 늘리기는 어렵다”며 “은행이 예대율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대출을 확대하다간 리스크가 가중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 대출 증대와 관련해 우량 기업에 대한 여신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등 예대율 산정 방식 변경에 대비해 노력하고 있다”며 “대출 포트폴리오 조정을 위해 혁신성장기업에 여신을 확대함으로써 법인 대상 중소기업 대출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금융당국 관계자는 “내년부터 시행될 새 예대율 규제를 대비해서 올 초 경영 계획을 세울 때부터 은행들에게 예대율 규제 이행 계획을 제출하도록 했다”며 “충분한 시간을 준 만큼 은행이 자체적으로 준비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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