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각각 보장성 보험과 변액보험에 강점
성별·연령별 설계사 비율도 차이 보여···“잘못하면 1+1이 1.5도 안 돼”

신한금융그룹/사진=연합뉴스
신한금융그룹/사진=연합뉴스

신한금융그룹의 생명보험 계열사인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두 계열사가 그룹 내 비은행 수익 증대에 기여하며 KB금융그룹과의 경쟁에서 핵심 역할을 하게 되자 합병을 통한 시너지 증대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 신한금융 측은 설계사 구성과 주력 상품군 등의 차이를 이유로 관련 논의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섣부른 통합보다는 각 법인의 안정을 우선시하는 인수합병 전략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상반기 기준으로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는 각각 780억원과 147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분율 감안 후 그룹에 반영된 수익은 780억원과 875억원으로 신한금융은 생보 계열사를 통해서만 1655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는 경쟁사 KB금융의 KB생명보험(165억원)보다 10배 이상 많은 수치다. 신한금융은 주력 계열사인 신한은행이 KB국민은행에 비해 낮은 실적을 거뒀음에도 생보 라인의 선전에 힘입어 리딩뱅크 자리를 사수하는 데 성공했다. 올 초 오렌지라이프 자회사 편입 이후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자 일각에서는 시너지 극대화를 위한 합병 추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신한금융 측은 현재 합병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두 법인의 영업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당분간 별도 법인 형태를 유지하면서 ‘투트랙 전략’으로 장점을 극대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신한생명의 경우 지난해 신계약 중 93.84%가 보장성 보험에 해당할 만큼 보장성 보험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반면 오렌지라이프의 장점은 변액보험으로, 전체 신계약 중 45.56%나 차지하고 있다. 

설계사 구조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신한생명에는 중장년층 여성 설계사가 많은 반면 오렌지라이프는 청년층 남성 설계사가 많은 편이다. 지난해 신한생명 전체 설계사 6184명 중 30세 이상 60세 미만 여성 설계사는 4766명으로 77%를 차지하고 있다. 오렌지라이프의 경우 전체 설계사 5191명 중 20~40세 남성 설계사가 절반(2565명)에 달한다. 단순 남녀 성비도 신한생명은 17 대 83, 오렌지라이프는 72 대 28 수준이다.

자료=생명보험협회/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자료=생명보험협회/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신한금융 관계자는 “매출 구조와 인력 구조가 너무나도 상이하기 때문에 준비 없이 합치면 1+1이 1.5도 안될 위험이 있다”며 “각 회사별 장점을 극대화한 이후 시너지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장은 오렌지라이프의 100% 자회사화를 먼저 추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신한생명 노조 역시 동일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유정식 사무금융노조 신한생명지부장은 “신한생명은 판매 채널이 다각화돼 있는 반면, 오렌지라이프는 개인 채널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며 “수당 구조에서도 차이를 보이고 있어 통합을 위해서는 전산을 통합한 후 같이 일하면서 서로를 파악하는 과정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운영은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인수합병 과정에서 사용됐던 방식이기도 하다. 신한금융은 지난 2003년 조흥은행을 자회사로 편입한 이후 통합 신한은행을 출범시키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한 바 있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와 같이 당시 두 회사의 규모 차이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합병 과정에 신중을 기한 것이다.

반면 LG카드의 경우 인수 후 단 3개월 만에 신한카드 통합 법인을 출범시켰다. 두 사례와는 달리 LG카드와 신한카드는 영업력에서 큰 차이를 보였기 때문에 별도 법인을 유지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크지 않았다. 당시 LG카드와 신한카드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15%와 8%로 약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한 신한카드 관계자는 “LG카드와 신한카드의 경우 규모 차이가 명백히 존재했기 때문에 별도 법인을 운영할 이유가 없었다”며 “현재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는 두 회사 모두 어느 정도의 규모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합병에 조심스러운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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