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언제든 공매도 규제 가능”
전문가들 “공매도와 주가 상관관계 불확실해 규제 신중해야”

금융당국이 증시 변동성에 대한 처방전으로 공매도 규제를 시행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시장에선 공매도 규제 효과에 대해서 의견이 나뉜다. / 사진=시사저널e

일본의 수출 규제와 미중 무역전쟁 등 증시 변동성을 키우는 악재들이 갈수록 심해지자 공매도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도 주가 하락 국면에서 공매도가 증시 변동성을 더 키운다고 보고 공매도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시장에선 규제 효과에 대해 의견이 나뉜다. 주로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 규제를 강하게 주장한다. 증권업계에선 현 증시 상황이 과거 공매도 금지가 있었던 2008년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에 준하는 금융위기 상황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최근 증시 폭락에 따라 공매도 규제 처방전을 들고 나오면서 공매도 규제가 증권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 측 의도는 공매도 규제를 통해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를 안정시키고 금융시장 변동성을 잡겠다는 것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를 마친 뒤 “주식 공매도 제도를 강화하는 방안은 언제든지 시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도 “가용한 수단을 통해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신속하고 과감하게 대처하겠다”며 공매도 규제를 언급했다. 

공매도는 특정 종목의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경우 그 주식을 빌려서 판 후 실제로 주가가 하락하면 싼값에 매수해 차익을 얻는 주식 매매 기법이다. 공매도는 과열된 시장에 부정적인 요소를 반영해주는 순기능이 있다. 적절한 가격을 형성하고 과열된 증시에 유동성을 공급해 거래를 원활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증시가 지금과 같이 불안정할 때는 주가 하락폭을 더 키운다는 문제도 있다. 특히 개인투자자의 경우 기관이나 외국인투자자에 비해 정보와 자금이 부족해 공매도 기법을 사용하기 어려워 시장에서 손해만 본다는 입장이다. 

우선 공매도 폐지를 주장하는 측에선 증권 시장이 공매도를 활용하는 기관이나 외국인투자자들에 의해 손해만 보는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자금력을 이용한 이들 투자자들이 공매도를 활용해 특정 종목에 매도 주문을 쌓아두는 식으로 해당 종목의 펀더멘털(기초체력)과 무관하게 주가를 왜곡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공매도와 관련한 글들이 3200건이 넘는 상황이다. 대부분 공매도 폐지를 주장한다. 지난 2일 시작된 ‘한시적 공매도 금지’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2만4000여명이 지지 의사를 밝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매도 제도의 순기능이 시장에서 나타나지 않고 하락장에 투기 수요가 몰려 주가 폭락을 유발하고 있어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이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현 증시시장이 공매도 규제를 꺼낼 만큼 위기 상황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금융당국은 지난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상장 종목에 공매도 제한조치를 실시, 2009년 6월까지 공매도를 규제했다.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때도 8월부터 11월까지 3개월간 공매도 규제를 시행했다. 

2008년 당시엔 코스피가 연초 1900선에서 10월 들어 1000선이 무너질 만큼 증시가 극도로 불안정했다. 2011년에도 8월 코스피가 2190선에서 1600선까지 내려갔다. 당시 공매도 금지 조치는 효과가 있었다. 2009년 5월엔 코스피가 1400선까지 회복됐고 2011년엔 공매도 금지를 시행한지 3개월만에 1900선을 회복했다.  

전문가들은 공매도가 규제됐던 2008년이나 2011년과 비교해 현 상황이 금융위기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특히 공매도 금지로 단기적인 증시 급락은 막겠지만 차후에 공매도 재시행 이후 떨어지지 않은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의 손해를 키울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 공매도와 주가 하락의 상관관계도 입증하기 어렵다고 전한다. 한국거래소가 2014년에 주가 하락과 공매도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내용을 보면 코스닥에서 공매도 상위 종목 40개 가운데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일으킨 것으로 파악된 종목은 4개에 불과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유발했다기보다 종목의 주가 상승 요인이 없는 상태에서 일본 규제 등 대외 변수로 주가가 떨어졌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며 “공매도를 또 규제하면 국내 증시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 현 시점에선 (공매도 규제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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