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여름밤.

사진 =레스

 

2007년 데뷔해 마지막 앨범 <썬파워> 이후 4년 만에 새로운 앨범 <모래내 판타지>를 냈다. 뜬금없이 이 외딴 동네에서 무슨 일을 벌이느냐고 물었을 때, 조웅은 답했다. 도시인데도 도시 같지 않고, 서울인데 서울 같지 않은 공간이 모래내라고. 도시로부터, 사람들로부터 한 발짝 떨어져 있는 듯한 정서를 느끼고 싶었다고.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느낌은 늘생경했다. 늘 어디론가 떠나는 것 같은데도 현실을 도피하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다가오는 현상을 마주하고 더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만 같았다. 2017년에는 대만 타이난에서, 2019년에는 서울의 모래내에서 조웅은 계속해서 노래를 연주하고 만들고 즐긴다.

전기도, 수도도 아무것도 없던 텅 빈상가의 2층, 이전에 신당으로 사용됐다는 작업실은 생각보다 넓고 예상보다 현실적이었다. 재개발이 예정된 낡은 동네의 오래된 건물에는 창문도 빛도 없었다. 직접 창을 내고 타일을 깔고 전기 설비까지 한 것이 4집 앨범 <모래내 판타지>의 시발점이었다. 모래내 시장의 주인공인 나물, 과일과 고기와 쌀을 파는 상인들이 이 작업실에, 분위기에 익숙해진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낮에도, 한밤중과 새벽녘에도늘 노랫소리가 들렸으니까. ‘왜 어제는 노랫소리가 안 들렸냐, 이제는 노래안 하느냐’는 묘한 관심까지 받게된 것도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만의 능력이다. 시끄럽다고, 정신없다고 배척당할 만한데도 조웅에게는 유달리 인심이 좋았다.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음악에서 흐르는, ‘뽕끼’라고밖에 표현할수 없는 그 리듬이 그들을 이렇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고 조웅은 답한다.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정서와 상인들의 마음이 통한 것 같다며, 서로 연결된 느낌이라고.

모래내로 이주한 지 근 1년 반, 조웅은 아직도 모래내에서 이방인이다. 주변 상인과 아무리 친해도 언제까지나 주변에서 머무를 뿐이다. 다가가지 않고 속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가까이만 있어도 좋은 관계는 늘 존재하니까. 조웅에게 모래내는 뮤즈고,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이자 존중할 수 있는 친구다. 조웅은 늘 떠나간다. “대만에서 음악 작업을 한 이후로 동남아시아에 대한 애착이 생겼어요. 또 어딘가로 떠나갈 수도 있겠죠, 베트남 같은 곳이요. 동남아시아, 한국과 정말 다르지만 무척 닿아 있어요.”

데뷔 12년 차, <모래내 판타지>까지 총 4개의 앨범을 냈다. 4년에 1번 주기로늘 일정했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는데 자신의 속도를 따르다 보니 ‘4년 정도가 적당하다’는 생각이었다. 작년에 내려고 했던 앨범은 ‘어떻게 하다 보니’ 올해에야 발표하게 되었고 그게 어쩌다 보니 4년째였다. ‘내 속도는 어쩔 수 없는 것인가 보다’ 생각하기로 마음먹은 것도이 시점부터다. ‘다 됐다’ 싶으면 4년이 흘러 있으니 더욱 그렇다. 모래내로 이주한 2018년 1월부터 음악 작업에 속도가 붙었다. 노래가 모래내였고 모래내가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그 자체였다.

조웅은 계속해서 생각하고 구상한다. 솔로 앨범도 곧 낸다. 대만과 베트남 같은 동남아시아에서 영감을 받은 음악을 낼 생각이라고 했다. 노래를 부를 수 있는 환경도 바뀌고 그 유명한 ‘홍대 인디 신’도 사라진 지 오래다. 그러거나 말거나, 조웅은 모래내에서 노래를 부르고 꿈을 꾼다.

 

아레나 2019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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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RIBUTING EDITOR 백문영 PHOTOGRAPHY  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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