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수첩] 개미지옥 되어가는 증권가
  • 이용우 기자(ywl@sisajournal-e.com)
  • 승인 2019.08.08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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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아닌 장밋빛 기대만으로 투자하는 관행···증권가 산물일 수 있어

“개인은 주식 투자하면 안 됩니다. 살아남을 수가 없는 곳이에요.”

한 증권업계 관계자가 최근 급락하는 증시와 관련해 한 말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고 미중 무역전쟁은 강력한 이슈를 몰고 다니며 증시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일본 규제가 불거졌을 초기만 해도 대다수 전문가들은 ‘오래 가지 못한다’고 조언했다. 그 예측은 보기 좋게 엇나갔고 이 말을 믿은 투자자는 손해를 보는 중이다.  

주식 투자는 과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일종의 게임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다. 기업 자료와 증권가의 리포트 신뢰, 보도에 의한 개인적 업황 분석 등이 중요하다. 그런데 주식시장은 어떤 분석도 갈수록 쓸모 없어지는 곳이 되어가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에겐 증권가는 이른바 들어가면 죽는 ‘개미지옥’이 되는 것이다. 기업과 증권가의 분석이 틀릴 뿐 아니라 투자자를 기만하고, 그 정보들이 개인의 분석을 교란하는데 투자가 성공할 리 만무하다. “개인은 주식 투자하지 마라”라는 통념이 증권가에서 더욱 고착되고 있는 현실이다.

최근 논란이 된 신라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피해를 입은 쪽은 고스란히 개인투자자들이다. 주식시장은 기업에 대한 투명한 정보를 통해 투자자의 신뢰를 형성한다. 이번 신라젠 사태는 그 반대로 움직였다. 사태가 일어나기 전부터 정보를 가진 회사 관계자들은 보유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주주의 지분 감소 때마다 임상 실패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회사의 입장은 펙사벡을 믿고 기다려달라는 답변뿐이었다. 회사는 투자자들에게 신뢰할 수 없는 정보를 팔았던 것이다. 

개인 투자자들에게 신뢰는 매우 중요하다. 투자를 시작하게 되는 가장 원초적 동기기 때문이다. 신뢰가 모이면 개인들의 투자는 이른바 ‘가치투자’가 된다. 신약 개발이라는 꿈속에서 기업이 적자에 허덕여도 언젠가 빛을 낼 것이라는 기대 말이다. 그런데 결국 모래 위에 지은 집이었다. 신라젠은 ‘임상 3상 중단’ 결과를 내놨고 회사에 보낸 투자자의 신뢰는 주가 폭락으로 돌아왔다. 

코오롱티슈진 인보사가 식약처로부터 허가 취소를 받은 것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공개된 자료 하나도 믿고 투자할 수 없는 주식시장은 확신이 아닌 불신에 의해 움직이는 도박장이라 해도 과하지 않다. 바이오주 뿐만 아니다. 증권사의 리포트와 관련해서도 투자자의 불신은 오래 전에 굳어졌다. 

최근 키움증권이 솔브레인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담은 리포트를 내면서 시장이 시끄러웠다. 투자자들은 이 리포트가 허위사실을 유포해 주가 하락을 유발했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런 소송이 다가 아니다. 최근 투자자들에게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분야는 일본 규제 수혜주다. 솔브레인도 그래서 큰 관심을 받는 것이다. 그런데 키움증권 보고서가 문제가 된 후부터는 솔브레인에 대한 증권사 보고서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분석이 멈춘 것이다. 

일각에선 “예민한 이슈라 연구원들이 모두 조심한다”는 말이 나온다. 투자자들의 궁금증은 투자자와 증권사 간의 소송만 부각된 채 묻혀버렸다. 한국 증권가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예다. 증권사가 내놓은 자료를 믿지 못할 뿐 아니라 투자자의 관심이 쏠리는 업종의 분석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는 증권가의 현실 속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할 수 있는 말은 ‘증권사 의견은 일단 걸러내고 보자’일 뿐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도 “기업 눈치가 보이다 보니 ‘매도’ 의견도 ‘중립’으로 쓴다”고 말했다. 표현을 약화해서 기업의 반발을 줄인다는 것이다. 그 결과 개인 투자자는 갈수록 ‘분석’이 아닌 ‘장밋빛 기대감’으로 투자한다.

그런 점에서 “개인은 투자하지 말라”는 말은 꼭 틀리지 않다. 이런 현실은 증권업계가 만들어낸 결과물라고 할 수 있다. 개인 투자자들이 종목 분석에서 계속 실패하고 기업의 잘못된 정보를 쉽게 믿는 상황을 증권가가 유발했다고 봐야한다. 지금은 이런 잘못된 투자 관행들이 집단화 돼 전체 주식시장을 교란하는 중이다. 폐해는 부메랑이 돼 개인에서 기업으로, 증권가로 이동하고 있다. 

이용우 기자
금융투자부
이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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