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근로계약서 맺은 직원만 경영평가 성과급 지급해 노조 반발
1노조 “성과급은 작년 실적으로 받는 것···계약서 노동자에 불리”
관리단 “근로계약서 작성 시 성과급 지급할 것”

사진은 지난 7월 8일 서울 광화문우체국 모습. / 사진=연합뉴스
사진은 지난 7월 8일 서울 광화문우체국 모습. / 사진=연합뉴스

기타공공기관인 우체국시설관리단이 회사가 요구하는 새 근로계약서를 맺은 직원들에게만 경영평가 성과급을 지급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근로계약서를 맺지 않은 일부 직원들은 노동자에게 불리한 내용이 추가된 근로계약서를 맺은 직원에게만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했다. 반면 우체국시설관리단은 근로계약서 내용에 문제가 없다며 근로계약서를 맺으면 언제든지 성과급을 주겠다는 입장이다.

우체국시설관리단은 매년 우정사업본부와 위탁용역을 맺는 기타공공기관이다. 우체국시설관리단의 무기계약직과 기간제 노동자 2500여명은 우체국 현장에서 청소, 경비, 안내 등의 일을 한다.

우체국시설관리단은 지난 6월 각 사업소별로 공문을 내려 보냈다. 우체국시설관리단이 2노조인 전국우체국시설관리단 노동조합(한국노총 소속)과 맺은 2019년 임금협약을 토대로 새 근로계약서를 만들었다며 새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직원에게만 성과급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우체국시설관리단은 1노조인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우체국시설관리단지부와는 이견으로 아직 임금협약을 맺지 못하고 교섭 중이다. 당시 공문은 “일부 조합의 경우 현재 임금협약이 체결되지 않아 교섭 중에 있으므로 해당 조합원은 추후 임금협약이 체결되면, 체결조건으로 지급될 예정이다”고 밝혔다.

해당 경영평가 성과급은 작년 우체국시설관리단 경영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것으로 기본급의 48%인 1인당 약 80만원이었다.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고 있는 우체국시설관리단 소속 현장 노동자들에게 최초로 지급된 성과급이었다.

현재 우체국시설관리단 현장 직원 2500여명 가운데 사측과 새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2노조 소속 노동자들은 대부분 성과급을 지난달 10일 받았다. 우체국시설관리단에 따르면 아직 사측과 임금협약 및 새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1노조 소속 노동자 일부 등 300여명은 성과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1노조 조합원들은 새 근로계약서에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내용이 추가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 부당노동행위 및 법적 문제 논란···고용부 “사실관계 확인하겠다”

박정석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우체국시설관리단지부 지부장은 “사측은 2노조와 개별교섭으로 임금협약을 맺고 새 근로계약서를 만들어 이를 작성한 현장 노동자에게만 경영평가 성과급을 지급하겠다고 했다”며 “그러나 성과급은 작년 경영 실적에 따라 받는 것이다. 또 새 임금계약서에 노동자에 불리한 내용이 추가돼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지부장은 “임금협약서에 근로조건 변경이 다 담기게 되므로 법적으로 노동자들이 개별로 사측과 근로계약서를 맺지 않아도 된다”며 “그러나 사측은 노동자에 불리한 내용을 새 근로계약서에 담고 이를 강제하기 위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직원에게만 성과급을 주겠다는 상황이다”고 주장했다.

박 지부장은 새 근로계약서 상 노동자들에 불리한 부분에 대해 “사측이 제시한 새 근로계약서에는 ‘사용자는 업무상 필요한 경우 노동자의 담당업무와 근무장소를 변경할 수 있다’고 했다”며 “이는 사측이 일방적으로 근무 장소 전보와 담당 업무 전직을 가능하게 하는 내용이다. 사측의 횡포를 견제할 방법이 없어진다. 노동자에게 불리한 근로계약서다”고 말했다.

또 “‘계약기간 만료 시 양 당사자의 합의에 따라 연장 또는 갱신할 수 있다’는 문구는 평이해 보이지만 전 계약서에 없는 내용이고, 해석하기에 따라 사측이 연장 또는 갱신 의사가 없으면 계약이 종료될 수도 있다는 불리한 내용으로 삭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우체국시설관리단 관계자는 “담당업무와 근무장소 변경의 경우 이러한 조항이 없으면 우체국이 없어지는 지역에서는 방법이 없다. 이는 사용자의 인사권에 해당한다”며 “계약기간 만료 시 양 당사자 합의로 연장 또는 갱신한다는 조항은 정년을 넘은 노동자에 해당되는 사항이며 정년까지는 계속 근무할 수 있다"고 했다.

새 근로계약서를 맺은 노동자에게만 경영평가 성과급을 주는 것이 법적 문제 소지 또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논란도 있다. 

박 지부장은 “경영평가 성과급은 작년 경영실적에 따라 받는 것인데도 노동자에게 불리한 새 근로계약서를 맺은 노동자에게만 성과급은 지급하겠다는 사측 주장은 아직 임금협약을 교섭 중인 1노조의 협상력과 단결권을 약화시키고 분열시킨다”며 “이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공공기관인 우체국시설관리단은 5년째 노사 분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체국시설관리단 관계자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노동자에게는 언제라도 성과급을 지급할 것”이라며 “이는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노무사는 “경영평가 성과급은 작년 경영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것이므로 모든 직원들에게 같은 날 지급하는 것이 맞다”며 “새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사람에게만 주고 나머지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때 준다는 것은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다. 받는 시기에 따라 이자 수익 등이 달라진다. 또 근로 조건 변경은 임금협약서에 담기므로 굳이 새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 노무사는 “두 개 노조 가운데 한 곳과 개별협약을 하고 이에 근거해 새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노동자에게만 경영평가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은 나머지 노조가 임금 협약에 대해 시간적 압박을 느끼는 등 협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공공기관노사관계과 관계자는 “우체국시설관리단이 성과급을 새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직원에게만 주겠다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이것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사실 관계를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우체국시설관리단이 지난 6월 각 사업소별로 보낸 공문. / 자료=공익제보자
우체국시설관리단이 지난 6월 각 사업소별로 보낸 공문 / 자료=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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