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실패·성분 변경·분식회계 등으로 규모 작은 바이오 벤처기업 타격 우려···바이오 거품론도
업계 “터지는 이슈마다 바이오 위기론 나와, 일시적인 여론···유망기술 많아 투자액 감소않을 것”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와 신라젠 펙사벡 사태로 인해 ‘바이오 위기론’이 또 불거지고 있다. 코스닥 바이오 주가가 연일 떨어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바이오 기술에 대한 효능이 검증되지 않았다며 ‘바이오 거품’을 지적하고 있다. 다만 바이오 업계에서는 바이오 위기론은 일시적이며 유망 바이오 기술로 인해 벤처 투자액은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연이은 바이오의약품 임상 실패 및 허가 취소 사건들로 바이오 기업들의 우려가 커져가고 있다. 최근 제약바이오 업종 투자심리가 악화되면서 코스닥 상장 바이오벤처기업들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바이오 기술을 개발 중인 중소‧벤처기업들은 투자 하락세로 인해 연구개발(R&D)에 피해를 입을 수 있을까 노심초사 중이다.

올해 초 연이어 바이오 업계 악재가 터진 것이 발단이었다.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의 주성분 2액이 연골유래세포가 아닌 것이 밝혀지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를 품목허가를 취소했다. 식약처는 코오롱생명과학이 성분 변경 사실을 알면서도 고의적으로 숨겼다는 의혹을 제시하며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

최근엔 신라젠의 항암치료제 ‘펙사벡’이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임상3상 시험 중단을 권고받았다. 펙사벡은 무용성평가 단계에서 효율성이 없다는 결과를 받았다. 신라젠은 하루 만에 시가총액 1조원이 날아가기도 했다. 신라젠 측은 “펙사벡 외 다른 약물을 추가 투여한 결과가 임상시험 전체 데이터에 합산된 결과”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바이오 업계는 인보사와 펙사벡 사태로 인해 직격탄을 입었다. 바이오 산업은 ‘거품’이라는 여론이 또 다시 불거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항암바이러스 치료제, 유전자 세포 치료제에 대한 효능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바이오 기업들이 만든 항암제와 유전자 치료제의 효능이 검증되지 않았는데도 높은 기업가치를 부과하면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바이오 업계 위기론은 하루 이틀 이야기가 아니다. 바이오 산업이 주목을 받았던 2010년 초반 많은 벤처투자액이 바이오벤처기업에 몰렸다. 바이오 벤처기업은 적자여도 기술특례를 받아 코스닥에 상장할 수 있는 ‘특례상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러나 한미약품 비만당뇨치료제의 얀센 기술수출 반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들로 인해 2016~2017년 바이오 위기론이 크게 불거졌다. 특히 대기업과 대형 제약사의 바이오 악재들이 터지면서 바이오 벤처 투자액이 눈에 띄게 줄었다. 연이어 올해 인보사, 펙사벡 사태, 에이치엘비의 신약 '리보세라닙' 임상 문제 등이 터지면서 바이오 위기론이 재차 거론됐다.

바이오 벤처기업 A사는 “주목받았던 바이오 기업들이 타격을 받을 때마다 피해를 입는 것은 작은 기업들”이라며 “이미 투자액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는 바이오 기업들은 큰 타격이 없지만 바이오 투자가 거품이라는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작은 기업들의 투자액이 줄어든다. 당연히 작은 바이오 벤처기업은 R&D나 글로벌 기술수출 부분에서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바이오 업계 전문가들은 “바이오는 신사업이기 때문에 임상이나 기술수출 계약해지 등 악재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바이오 위기론은 지나갈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바이오 업계 한 관계자는 “규모가 작은 바이오 벤처기업들의 벤처투자액도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상반기 벤처캐피탈(VC)의 바이오 투자는 더 증가했고 앞으로도 유망 기술들이 많아 벤처투자액은 오히려 더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VC의 바이오헬스 투자액은 5233억원이었다. 전체 투자액 1조8996억원의 27.5%를 차지하는 수치다. 이를 두고 벤처 업계에서는 바이오 산업에 흘러가는 뭉칫돈이 1조원을 넘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태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결과가 좋든 나쁘든 (신라젠의) 임상3상 결과가 나오면 불확실성은 모두 해소되고 이후 실적모멘텀과 R&D 성과 등을 기대해 볼 수 있어 9월 말 반등을 예상한다"며 “셀트리온, 유한양행, 대웅제약 등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국내 바이오 업체의 성과는 여전히 기대해도 좋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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