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산업성 7일 공포, 28일부터 시행···포괄허가 대상 품목 줄고 절차도 복잡해져
예상됐던 ‘개별허가 품목 지정’은 없어···반도체·디스플레이 등 피해 국한될 전망
정치권 엇갈린 반응···與 “‘극일’ 지지 않을 것” vs 野 “韓정부, 외교·실효적 대책 주문”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공포를 강행하면서, 향후 일본 기업의 한국에 물품 수출하는 절차가 까다로워지게 됐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2일 일본 정부 각의에서 통과된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7일 관보를 통해 공포했다. 또한 시행세칙 성격의 포괄허가취급요령 개정안을 경제산업성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이에 따라 개정안은 공포일 21일 후인 오는 28일부터 3년간 시행된다.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일반포괄허가’ 받을 수 없어···비규제 품목도 ‘전용우려’ 판단 시 별도 수출허가

개정안에서는 한국을 ‘수출령 별표 제3지역’에서 삭제했고, 화이트리스트 국가에 적용하던 우대 혜택도 박탈했다. 일본 정부가 개정안을 통해 새롭게 발표한 수출 상대국 분류체계에서는 ‘화이트리스트 국가’ 명칭은 폐기했고, 수출 상대국을 A, B, C, D 등 총 4개의 그룹으로 분류했다. 기존 화이트리스트 국가들은 A그룹에 포함됐지만, 한국은 비(非)화이트리스트 국가 그룹인 B그룹으로 이동됐다.

기존 화이트리스트 국가 총 27개국 중 한국만이 B그룹으로 편입됐고, 일본기업이 규제 품목을 수출하는 경우 일반포괄허가를 받으면 원칙적으로 3년간 개별허가 절차를 면제하는 등의 혜택이 박탈됐다. 특별포괄허가를 받을 수 있지만,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배제되기 전보다는 포괄허가 대상 품목이 적고 절차도 복잡해졌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이번 조치와 관련해 “수출 관리 제도는 무기 등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는 제품을 수출할 때 부적절한 용도로 사용되지 않을까 심사하는 제도”라며 “안전보장 관점에서 우리나라(일본) 수출 관리 제도를 적절하게 실시하기 위해 필요한 운용의 재검토로 일한(日韓)관계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는 없으며 경제 보복이나 대항 조처는 더욱 아니다”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되면서 일본 기업은 군사전용이 가능한 규제 품목을 한국에 수출할 경우 수출 절차가 한층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더불어 비규제 품목(비전략물자)의 경우에도 대량파괴무기, 재래식무기의 개발 등에 전용될 우려가 있다고 일본 정부가 판단할 시 별도의 수출허가를 받게 되고, 수출이 불허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향후 한국으로의 수출에 대해 우회수출과 목적외전용 등에 대해 엄격하게 대처할 예정임에 따라 대한(對韓) 수출기업들은 최종수요자와 최종용도 등의 확인에 만전을 기할 것”을 요청했다.

◇포괄허가취급요령 공개···추가 ‘개별허가’ 강제 품목은 지정은 없어

일본 경제산업성은 수출무역관리령의 시행세칙 성격의 포괄허가취급요령도 이날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지난달 4일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레지스트, 불화수소 등 ‘군사전용우려’를 이유로 개별허가 대상으로 지정된 반도체‧디스프레이 소재 3개 품목 외에 이날 추가된 품목은 없었다.

앞서 한국 정부는 일본의 포괄허가취급요령에서 1194개 전략물자 품목 중 개별허가 품목이 결정해 구체적으로 규정할 것으로 예상했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을 중심으로 한국 정부는 개별허가 품목이 규정될 시 한국 기업의 피해 규모, 일본의 의도 등을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한 대응책 마련에 나서겠다는 계획이었다.

개별허가를 받게 되면 약 90일 정도 수출신청 심사 과정을 거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일본이 심사를 고의로 지연시키거나 제출서류 보완 등을 요구하며 불허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이번 포괄허가취급요령에서 자율준수(ICP) 기업에 대한 처리기간 1주일, 유효기간 3년 등 특별일반포괄허가는 허용했다. 이에 따라 전략물자 수출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한국 정부는 반도체‧디스프레이 등 업계의 피해는 불가피한 만큼 대비책 마련에 집중하면서, 향후 일본 정부의 추가 수출규제 조치 등에도 촉각을 세우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일각에서는 이번 일본 정부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포괄허가취급요령 등의 내용에서 한국과 일본의 무역전쟁이 확전되는 것을 막으려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만큼 외교적 노력을 통해 양국간의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7일 일본 경제산업성이 한국을 수출관리 상의 일반포괄허가 대상인 이른바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공포한 가운데, 도쿄 도라노몬 국립인쇄국 벽면에 내걸린 관보 앞을 행인이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7일 일본 경제산업성이 한국을 수출관리 상의 일반포괄허가 대상인 이른바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공포한 가운데, 도쿄 도라노몬 국립인쇄국 벽면에 내걸린 관보 앞을 행인이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與, ‘극일’ 기조 재차 강조···野, ‘정부 책임론’ 지적하며 외교적 해결 촉구

일본의 시행령 공포에 대한 여야 정치권의 해법은 온도차를 보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의 ‘극일’ 기조를 재차 언급하며 피해 최소화, 경쟁력 확보 등을 강조했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일본이 다시는 감히 이런 행동을 꿈꿀 수 없도록 안보강국·경제강국, 함께 하는 시민이 되도록 경주하겠다”며 “정부와 함께 시행령 및 시행 세칙을 면밀히 검토해 우리 기업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울러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 체계를 강화하고, 국내 산업기반을 확충해 대일 의존적 산업체계에서 벗어나는 등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야당은 한국 정부의 ‘안일한 대응’을 지적하면서, 시행령이 시행되기 전까지 한국 정부가 외교력을 집중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시행령이 완전히 발표되기 전에 외교적 타결이 시급하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경협과 같은 허황한 망상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데 정부의 모든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도자 바른미래당 수석대변인은 “우리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정부는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고, 박주현 수석대변인도 “파국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은 일본에 있지만, 상황이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하다 이제 와서 의병을 모집하는 안이하고 무책임한 정부도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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