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손보사, 실손보험 손해율 120% 초과
文케어 시행 이후 비급여 항목 진료 늘어···과잉 청구도 빈번

보험회사의 실손의료보험 손해액 추이./사진=보험연구원
보험회사의 실손의료보험 손해액 추이./사진=보험연구원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인 ‘문재인 케어'(이하 문케어) 시행 이후 일부 병원이 급여화에 따른 손실 보전을 위해 비급여 항목 검사를 늘리는 등 과잉 진료를 벌이면서 손보사들의 수익률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문케어로 인해 급여 항목이 늘어났지만 비급여 항목에 대한 진료도 함께 늘어나는 ‘풍선 효과’가 나타나면서 손보사들은 높아지는 손해율에 속이 타는 상황이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주요 손해보험사 6곳(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의 누계 실손의료보험 평균 손해율은 원수보험료 기준 123.1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손보사의 지난해 상반기 평균 실손보험 손해율이 115.88%인 것을 감안하면 1년 새 약 10%가 늘어난 셈이다.

손해율이란 보험료 수입에서 보험금 지급액 등 손해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100%를 넘어서면 보험사의 지출이 더 커져 그만큼 적자를 보게 된다.

손해액 역시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총의료비 관리 차원에서 본 실손보험금 증가 현상’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실손의료보험 손해액(보험금+미보고발생손해액)은 8조7300억원으로 전년(7조5500억원) 대비 15.7%의 증가율을 보였다. 손해액의 증가 추세는 최근 더욱 가팔라져 올 1분기에는 2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1900억원) 대비 19.0% 증가했다.

이태열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실손의료보험의 총 보유 계약 건수는 2016년 3330만건, 2018년 3422만건으로 사실상 정체 상태에 있기 때문에 손해액의 급증 현상은 의료비 상승에 따른 보험금 지급 증가에 따른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손보험 손해율이 상승한 데는 ‘문케어’로 건강보험 급여가 확대되면서 비급여 항목 진료비가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대표적인 사례가 백내장 수술이다.

백내장에 걸려 의료 목적의 수술을 하는 경우 실손보험에서 보상이 가능하다. 반면에 단순히 시력을 교정하는 수술은 실손보험에서 보장이 되지 않음에도 백내장 수술인 것처럼 위장해 보험금을 청구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백내장 수술 관련 검사는 병원이 가격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비급여 항목’이라 검사비를 과잉 청구하는 사례도 빈번해 실손보험 손해율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백내장 수술은 여타 수술보다 유독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에서 가장 자주 하는 수술이 백내장 수술이다. 올해 실손보험에서 백내장 수술비로 지급하는 보험금도 5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3년 전 백내장 수술에 따른 지급 보험금이 938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다섯 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한방 추나요법, 첩약 등 한방의학 항목에도 급여화가 추진되면서 의료 이용량이 늘어나는 만큼 실손보험 지급도 증가할 전망이다. 추나요법은 지난 4월부터 급여화되면서 본인 부담금에 대한 실손보험 청구가 가능해졌다. 첩약과 관련해서도 보건복지부가 오는 10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2020년이나 2021년 중 급여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첩약 역시 급여화되면 우선 건강보험으로 보장을 받고 일부 자기부담금은 실손보험이 보장하게 된다. 급여화로 의료 이용량이 늘어나는 만큼 자기부담금에 대한 실손보험 청구도 늘어나는 형태다.

보험사의 손해율 상승도 문제지만 국민들 역시 의료비 경감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문케어 시행 이후 일부 병원에서 급여화 손실을 메우기 위해 불필요한 비급여 항목 검사를 권유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다. 비급여 진료는 병원이 자체적으로 금액을 정하다 보니 병원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손해율 악화는 보험사들 입장에서 보험료를 인상할 수 있는 요인이 되지만, 앞서 금융위원회가 실손보험료 인하 방안을 발표해 이마저도 쉽지 않게 됐다. 정부는 문케어로 인한 반사이익을 실손보험료에 반영해 보험료 인하를 유도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문케어 시행 이후 급여 항목이 증가했지만 그만큼 비급여 항목에 대한 청구도 많이 늘어났다”며 “백내장 수술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 일부 병원이 급여화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비급여 항목 검사비를 부풀리는 등 비급여 비용이 커져 손보사들의 손해율이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