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네오플 창업해 지금의 넥슨 있게 한 ‘던전앤파이터’ 선보여
넥슨의 신규 게임 개발 이끌 것으로 보여

왼쪽부터 김정주 NXC 대표,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왼쪽부터 김정주 NXC 대표,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넥슨이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 영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허민 대표는 ‘던전앤파이터’ 개발사 네오플과 소셜커머스 위메프를 만든 인물이다. 업계에서는 넥슨이 허민 대표 영입을 통해 넥슨의 개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허 대표가 넥슨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7일 게임업계 및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넥슨은 최근 허 대표 영입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체적인 직책과 합류 시기 등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알려진다. 

넥슨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넥슨 매각 불발 이후 본격적인 논의가 오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합류 여부를 놓고 막판 조율 중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넥슨 측은 “아는 바가 없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던전앤파이터의 아버지, 허민 대표는 누구?

허 대표는 1976년생으로 서울대학교 응용화학 학사 출신이다. 서울대를 다니던 시절에는 총학생회장을 맡았는데 역대 총학생회장 중 최초의 비운동권 출신이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후 허 대표는 2001년 네오플을 설립하고 2005년 PC 온라인게임 던전앤파이터(이하 던파)를 출시해 엄청난 흥행을 기록했다. 던파는 당시 삼성전자가 배급에 나서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후에도 던파는 계속해서 흥행에 성공했고, 이를 눈여겨보던 넥슨은 2008년 네오플을 3800억원이라는 거액을 주고 사게 된다.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와 허 대표의 인연도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이어져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둘은 서울대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다.

넥슨의 네오플 인수는 지금도 ‘신의 한수’로 꼽히고 있다. 던파는 현재 넥슨의 대표적인 캐시카우다. 네오플은 지난해 1조3055억원의 매출과 1조2156억원의 영업이익을 각각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무려 93%에 달한다. 네오플의 영업이익은 넥슨의 영업이익을 웃돌고 있다. 지난해 넥슨은 약 2조5296억원(2537억엔)의 매출을 올렸고, 영업이익은 약 9806억원(984억엔)을 기록했다. 네오플이 넥슨에서 나오는 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네오플을 매각한 허 대표는 네오플 매각 자금으로 2010년 소셜커머스업체 위메프를 창업했다. 그리고는 2013년 새로운 사업 구상과 학업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위메프 대표직을 박은상 대표에게 물려준 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현재 허 대표가 대표직을 맡고 있는 원더홀딩스는 위메프의 최대주주다.

허 대표는 소문난 야구광이기도 하다. 미국 유학 시절, 미국 독립야구단 ‘락랜드볼더스’에서 투수로 활약했으며, 2011년부터 2014년까지는 매년 30억원 이상 사비를 들여 국내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를 운영했다. 지금도 프로야구 구단 키움 히어로즈의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이처럼 독특한 이력 때문에 허 대표에게는 '괴짜'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다녔다.

◇넥슨의 허민 대표 영입 배경은?

그렇다면, 넥슨이 허 대표를 영입하려는 배경은 무엇일까. 복수의 관계자는 넥슨이 허 대표 영입을 통해, 조직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개발 경쟁력을 끌어 올리기 위한 기반을 다질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넥슨은 매년 신작 게임을 쏟아내고 있으나 이 중 흥행에 성공한 게임은 손에 꼽히는 상황이다. 여전히 매출의 대부분을 던파를 비롯한 출시된 지 10년이 넘은 게임들에 의존하고 있다.

넥슨코리아는 현재 사업 조직 개편을 준비 중이다. PC 온라인과 모바일로 나뉜 사업 부문을 통합하고, 게임과 프로젝트별 담당 조직을 새로 구축할 방침이다. 허 대표가 합류할 경우 개편된 조직 내에서 신규 게임 개발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넥슨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과거 던파 신화를 썼던 인물인 만큼, 김정주 대표가 직접 영입을 추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허 대표가 넥슨에 합류할 경우, 신규 게임 개발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허 대표가 어떤 직책을 맡을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최소한 부사장 수준의 직책을 맡길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는 지난달 30일 열린  제4회 ‘넥슨 청소년 프로그래밍 챌린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넥슨이 1등이기는 했지만 국내외 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넥슨은 현재 매각 불발 이후, 해외법인 정리, 조직 개편, 해외 개발사 인수 등 변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번 허민 대표 영입도 변화를 위한 노력 중 하나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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