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반 토막 난 빅3 “하반기 개선” 한목소리···금호석화, 한화케미칼 턱밑 추격
전문가들 “美中 분쟁 격화로 쉽지 않아”···일본 경제보복 관련해선 “영향 미미”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오늘(7일) 한화케미칼의 컨퍼런스콜을 끝으로 주요 화학업체들의 상반기 성적표가 모두 공개됐다. 빅3(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케미칼)의 동반 부진이 이어진 가운데, 마찬가지로 실적은 감소했으나 '선방'을 해낸 금호석유화학의 성적이 돋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예상대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년 대비 영업이익 등이 대폭 후퇴한 것을 두고 업계도, 전문가들도 G2(미국·중국) 간 무역분쟁 등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등의 여파가 컸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하반기 전망은 엇갈린다. 업체들은 저마다의 사정과 이유를 들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전문가들은 “(상반기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요 업체들의 상반기 성적표를 보면 다음과 같다. LG화학은 올 상반기 13조605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동기(13조8165억원) 대비 1.6% 상승한 수치다. 반면 영업이익·순이익 등은 1조원 선이 무너지며 각각 5429억원, 295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각각 59.9%, 71.7% 감소한 수치다.

롯데케미칼은 주요 업체들 중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특히 7조7564억원의 매출액을 올려 경쟁사 LG화학보다 6조원 이상 뒤쳐졌으나, 1000억원을 웃도는 영업이익(6418억원)을 실현함으로써 비교적 높은 수익성을 자랑했다. 하지만 이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1조3633억원)보다 52.9% 하락한 성적표다.

업계 3위 한화케미칼가 받아든 성적표도 우울하기는 마찬가지다. 상반기 매출액 4조6104억원, 영업이익 1959억원, 순이익 1428억원 등을 각각 기록했다. 매출액만 6.56% 상승했을 뿐 영업이익, 순이익은 각각 45.05%, 70.11% 감소했다. 금호석유화학의 경우 한화케미칼의 절반 수준에 이르는 매출(2조7817억원)을 기록했음에도 영업이익(2831억원)은 한화케미칼을 앞질러 대비된 양상을 띠었다.

업계가 전반적으로 실적 감소를 보인 주된 원인은 원가 상승이다. 미국과 중국 간 갈등으로 국제유가가 올라 스프레드(원료와 최종 제품의 가격 차이)가 줄어들어 이익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더불어 미국과 경쟁하는 중국 내부의 화학 수요가 줄어듦에 따라 우리 업체들의 판매도 부진했다. 다만, 금호석유화학의 경우 합성고무 부문의 실적이 견인차 역할을 해 선방할 수 있었다.

업체들은 하나같이 하반기 수익성 개선을 자신했다. LG화학은 “전 사업 분야에서 매출 증대 및 신규 생산라인 안정화로 수익성이 회복될 것”이라 시사했다. 롯데케미칼도 “중국의 경기부양책 효과가 가시화하는 데 따른 수요 개선과 주요 제품의 성수기 진입으로 수익성이 커질 것”이라 내다봤다. 한화케미칼의 경우 “3분기 유가 약세로 스프레드 개선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자료: 금감원 전자공시 /표=조현경 디자이너
자료: 금감원 전자공시 /표=조현경 디자이너

전문가들의 생각은 달랐다. 상반기 업계를 적자로 내몬 유가 불안의 근본 원인인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이 계속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최근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재차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하반기에도 화학업계의 반등은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갈등이 계속됨에 따라 중국 내 화학 수요 또한 전반기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현렬 삼성증권 선임연구원은 시사저널e와의 통화에서 “업계는 매출 및 이익 등의 증대를 공언했지만, 하반기에도 상반기와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점차 확대되고 있어, 중국 시장의 회복세에 대한 가시성이 약하다”고 판단했다. 더불어 “한국 화학업계의 경우 중국 시장 의존도가 커, 중국 내 수요가 늘어나야 개선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유진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도 “재차 격화되는 미·중 분쟁으로 인해 소폭 개선됐던 구매심리가 다시금 위축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희철 KTB증권 연구원도 “경제 전반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지 않는 이상 화학 수요의 회복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경제보복과 관련해선 원료 자급률이 높고, 국내에 합작사들이 다수 분포해 있어 큰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업황 회복과 별개로 LG화학의 실적은 개선될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LG화학의 경우 전지(電池·배터리), ESS(에너지저장장치)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ESS 충당금 및 ESS 판매 기회비용 등의 일회성 비경상 손실이 실적에 반영됐는데, 하반기에는 완성차업체들의 전기차 판매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수익성이 향상돼 실적이 오를 것으로 관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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