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무대에서 프랑스 국가대표 축구팀이 선전하고 있다.
프랑스가 실력이 출중한 선수를 배출한 데에는, 열정이 넘치는 사커맘, 사커대디의 전폭적인 지원이 한몫했다.

어린이 축구단의 수준을 ‘동네 축구단’ 정도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어린이 축구단의 수준을 ‘동네 축구단’ 정도로 생각하면 오산이다./사진=송민주

 

 

GLOBAL PARIS

 

 

필자의 여덟 살짜리 의붓아들은 축구광이다. 지난해 월드컵에서 프랑스가 우승하자, 프랑스 축구 대표단은 물론이고 각 지방 대표팀 선수 이름과 특성을 줄줄이 꿰고 다닌다. 그런 열정을 북돋아줘야 할 것 같아 엉겁결에 필자도 사커맘이 됐고, 자연스럽게 프랑스 어린이 축구단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런데 그저 ‘동네 축구단’ 정도로 생각하고 쉽게 여긴 ‘동네 어린이 축구단’이 보기보다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선 첫날 등록을 놓치면 자리가 없다는 말에 부랴부랴 복잡한 서류를 준비해 갔다. 그런데 신청자가 너무 많이 몰려든지라, 축구단 회장이 나와 설명했다.

“우리는 시청 소속의 공공 축구단이므로 이 동네에 거주하는 분의 아이들만 우선 신청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휴, 다행히 필자는 그 동네 사람이었다. 그렇게 절반의 등록 희망자가 털레털레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좋은 축구단은 매년 새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이처럼 등록 열기가 치열하다.

프랑스가 출중한 선수를 많이 배출한 데에는 체계적으로 축구를 배울 수 있는 환경과 열정 넘치는 사커맘, 사커대디의 지원이 한몫했다. /사진=송민주

그런데 등록을 마쳤다고 다 해결되는 게 아니다. 사유 없는 결석이나 지각이 잦으면 그다음 해에 불리하게 작용해 신청을 해도 탈락할 수 있다. 늦게 오는 아이가 있으면 코치들은 아이의 보호자를 엄하게 혼낸다. 수요일 정기 수업 외에도 틈만 나면 토요일 아침부터 토너먼트 경기에 참여해야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원에 보내는 수준 이상의 긴장감과 열기가 아이들은 물론이고 부모들에게서도 느껴졌다. 축구복, 양말, 정강이 보호대, 축구화, 어느 것 하나 대충 준비할 수가 없었다.

7~8살짜리 어린아이를 모아놓고 하는 훈련인데도 체력적으로 상당히 강도가 높았다. 1시간 30분이나 되는 훈련 시간 내내 아이들은 뛰고, 패스하며 간이 경기를 한다. 필자는 축구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 그냥 “잘한다”고 외치며 보는데, 다른 부모들(특히 아빠들)은 코치보다도더 열을 내며 조언하고 소리를 지른다. “왼쪽이 비었잖아, 얼른 패스해!” 하는 식으로 말이다. 가끔은 아이들 경기인데 부모들(이때도 특히 아빠들)이 서로 언성을 높이는 기이한 광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어떤 상황에서도 남의 아이에게 “못한다”는 소리는 해서는 안 된다. 등록 첫날, 코치가 학부모를 모아놓고 했던 말이다. “지금 아이 실력을 평가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하루이틀 만에 실력이 쑥 느는 아이도 있고 한두 해 걸려야 실력이 잡히는 아이도 있다. 그러니 지금 당장은 실력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마라. 그러는 부모는 내가 돌려보내겠다.” 실제로 올해 월드컵 프랑스 여자 축구 대표단의 주장 아망딘 앙리가 이 축구단에서 축구를 시작했다고 한다.

어린이 축구단의 수준을 ‘동네 축구단’ 정도로 생각하면 오산이다./사진=송민주

이렇게 어린 나이(심지어 4~5세에 시작하는 베이비 사커도 있다)부터 엄격하고 철저하게 배우니 실력 있는 젊은 선수를 일찍부터 발굴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필자는 아이를 축구 선수로 만들 생각은 없지만, 아이가 그렇게 목숨 걸고 좋아하는 것을 계속할 수 있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은 매우 크다. 그러려면 적어도 앞으로몇 년간은 계속 사커맘으로 살아야 할 것 같다. 좋아하는 것을 정말 잘할 수 있으려면 끈기와 열정을 갖고 참여해야 한다는 것을 어린 나이부터 가르치는 프랑스에서 말이다.

 

글쓴이 송민주 4년째 파리에 거주 중인 문화 애호가로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 에서 사회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다수의 책을 번역했으며, 다큐멘터리와 르포르타주 등을 제작하고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우먼센스 2019년 7월호

https://www.smlounge.co.kr/woman

에디터 하은정 송민주 사진 송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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