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 임금제, 주 52시간근무제에 한일 경제전쟁, 미중 무역마찰 등 해외 악재가 겹치면서 국내 경제에 먹구름이 잔득이다. 금융시장도 불안해 보인다. 갈수록 경제가 어려워지는 형국은 확실해 보인다. 이러다가 경제적인 재난이나 오지 않을까 걱정하는 국민들도 적지 않다. 

이런 나라의 정세와 연관이 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재난영화 '엑시트'(감독 이상근)가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개봉 첫 주 300만 가까운 관객을 모으며 극장가 성수기중 하나인 여름시즌에서 승기를 잡았다. 손익분기점 350만명 돌파는 물론 500만 명이상이 점쳐진다.  제작비는  130억원. ‘ 청년백수 용남(조정석)과 대학후배 의주(임윤아)가 기상천외한 용기와 기지로 유독가스로 뒤덮인 재난의 도시를 탈출한다는 내용이다. 도심 속 혼란을 사실적으로 그리면서도 유머가 돋보인다는 평이다.  같은 날 개봉한 '사자'(감독 김주환)도 120만명을 동원하며 2위를 차지했다. 이 두 한국영화가 ‘어벤져스: 엔드게임’ ‘라이온 킹'과 '알라딘' 등으로 한동안 이어오던 디즈니 영화의 독주에 제동을 건 셈이다. 

‘엑시트’는 재난 영화의 흥행불패 신화를 이어가고 있는데 2009년 개봉됐던 영화 ‘해운대’(1132만 명)를 시작으로 지난 10년간 여름에 개봉된 ‘연가시’‘더 테러 라이브’ 등 재난 영화의 계보를 잇고 있다.

대개의 재난영화는 태풍 물난리 등 자연재해와 알 수 없는 전염병, 대형 화재사건 및 건물 붕괴속 위기상황을 극복하는 주인공들의 고군 분투를 그린다. 그 과정에 사회의 잘못된 관행, 인간의 탐욕 에 연유한 갈등과 대립, 예상 밖의 반전, 협동심, 뜨거운 인간애가 감동적으로 표현된다. 정치, 경제 문제등으로 현실이 답답하고 어려울수록 이런 재난영화들이 호응을 얻는다. 영화를 통해 잠시나마 신기루를 맛보고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다.

재난 영화의 스펙타클도 관객을 끄는 이유다. ‘해운대’에서 쓰나미가 부산의  광안대교를 삼키는 장면이나  이번 ‘엑시트’ 에서  마천루를 맨손으로 등반하는 장면 등이 관객들에게 스릴감을 선사한다.   

향후 대작이 없는 한 ‘엑시트’의 흥행은 계속 될듯하다. 다만 ‘봉오동 전투’가 변수일수 있다. 우리 독립운동사의 승전보인 홍범도 장군의 봉오동 전투를 그린 영화가 완성도와 상관없이 지금의 한일 경제전쟁의 화제꺼리로 부각되면 다크호스가 될수도 있다. 우리 관객들처럼 화제성에 약한 대중도 없으니 말이다.

주지하다시피  영화는 시대의 산물이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반영하고 그것들을 재현해 낸다. 그래서 왕왕  정치가 이를  이용한다. 영화를 정치적으로 잘 이용한 사례가 2차 대전당시 독일의 나치다. 히틀러 정권의 선전상(宣傳相) 괴벨스는 자신들의 정치 이념과 전쟁목적을 위해 영화 등을 계몽, 선동의 수단으로 썼다. 그의 유명한 말 “분노와 증오는 대중을 열광시키는 강력한 힘이다” “대중은 작은 거짓말 보단 큰 거짓말 더 잘 속는다”등이 그의 궤변들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할리우드 영화도 마찬가지다. 성조기에서 시작해 성조기에서 끝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선 한명의 병사를 구하기 위해서 8명이 나서는 데, 그 이유는 공리주의 보다 앞선 국가의 의무 때문이다. 애국심이 주제다.

이렇듯 정치는 영화를 직, 간접적으로 계몽및 선동 수단으로 차용해 왔다. 아마도 한일 경제전쟁이 이슈로 부상한 가운데 개봉하는 ‘봉오동전투’를 정치권에서 가만히 두지는 않을 상 싶다. '광해, 왕이 된 남자' '1987' '강철비' 등에서 그 전례를 찾을수 있다. 영화계도 내심 반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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