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요인 따른 급락엔 대응 수단 많지 않아···관계기관 일제히 "모니터링 강화"
“자칫 잘못하면 2008년 수준 위기로 비춰져”···긍정 시그널 줘야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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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주가 하락으로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이에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 여러 관련부처들이 대응 방안 마련에 분주하지만 아직까지는 신중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주가 하락의 원인이 주로 대외 변수에 있기 때문에 대응 수단이 많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공매도 일시 중단과 같은 긴급 카드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동시에 외교적 노력 등을 통해 외국인들의 투자 유인을 증대시켜야 한다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6일 한국거래소 코스피지수는 어제(5일)에 이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날 대비 46.62포인트(2.39%) 내린 1900.36로 출발한 코스피는 장중 1891.82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기관 매수로 1900선을 회복하기는 했지만, 장 마감 직전에 하락세를 보이는 등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코스닥 역시 540.88에서 577.51까지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이처럼 증시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자 시장의 시선은 정부를 향하고 있다. 주식 투자자들의 불안을 하루 빨리 해결해줄 수 있는 주가 안정 대책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금융당국이 사용할 수 있는 증시 부양 카드는 현실적으로 많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주가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이 내부적 요인이 아닌 외부 변동성에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위 관계자는 “한국 주식시장은 외국인에게 완전 개방돼 있는 구조”라며 “자금의 유입과 유출이 쉽기 때문에 외부 요인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번 지수 급락은 미국과 중국의 환율전쟁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의 달러·위안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서자 시장에서는 이를 최근 미국의 중국산 제품 관세 부과 결정에 따른 보복이라고 해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환율 조작’이라고 강하게 비판해 증시에소 우려가 확대됐고, 미국은 결국 종합무역법에 의거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지난해 10월 미·중 무역 갈등의 여파로 발생한 주가 폭락 당시에도 금융당국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해 거세게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금융당국은 2000억원 규모의 증시 공동안정 펀드와 3000억원 규모의 코스닥 스케일업 펀드 등 5000억원의 증시 안정 자금을 투입하는 대책을 내놓은 바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주식시장이 불안해질 때마다 거론되는 증권거래세 인하 카드도 쓰기가 불가능하다. 증권거래세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이미 지난 6월 한 차례 0.05%포인트 인하된 증권거래세율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정부는 현재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지금 당장 대응에 나서기보다는 모니터링 강화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외환당국은 이날 은행회관에서 관계기관 합동점검반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 참석한 방기선 기재부 차관보는 “한국 경제의 대외건전성이 과거보다 크게 나아졌고 경제 기초체력에 대한 대외 신뢰가 여전한 만큼 관련 상황을 차분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엄중한 상황 인식을 가지고 관계기관과 함께 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하겠다”며 “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될 경우 이미 준비된 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상황별 시장 안정 조치를 신속하고 과감하게 취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같은 날 한국은행 본부에서 ‘금융·외환시장 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했다. 그는 “일본의 수출규제에 더해 미·중 무역분쟁 심화로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는 만큼 시장의 안정, 특히 외환시장의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시중 유동성을 여유롭게 관리하는 한편,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역시 임원회의에서 시장 관련 부서를 중심으로 24시간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하고 외국인 투자 동향과 공매도 등 시장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는 요인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한국거래소 역시 이날 시장점검회의를 열고 공매도, 미결제 약정 등 국내외 증시지표의 모니터링과 불공정거래 행태에 대한 예방, IT 관리 등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한 시장 불안 심리가 확산될 것에 대비해 즉시 ‘시장 운영 대책반’을 가동하기로 했다.

공매도 일시 중단 등 파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락세에 시장 패닉을 부추길 수 있는 공매도를 일정 기간 금지해 지금의 혼란을 잠재워야 한다는 의견이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역시 금융투자업계 전문가 간담회에서 “공매도 규제 강화, 일일 가격제한폭 축소 등에 이르기까지 가용한 모든 정책 수단 중 시장 상황에 적절한 정책을 취사선택해 신속하고 과감하게 대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코스피 1900, 코스닥 500으로 설정해놓은 방어선이 무너질 경우 긴급 카드가 사용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이러한 조치들이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매도 일시 중단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 재정 위기 당시 사용했던 카드”라며 “자칫 잘못하면 그 당시와 같은 수준의 위기라는 인식을 투자자들에게 심어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대외적인 요인으로 발생한 문제인 만큼 대응할 방안이 많지는 않지만 해외 투자자들의 투자 요인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가 외교적인 측면에서 분쟁 해결을 위한 노력을 보여주는 등 긍정적인 시그널, 호재를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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