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로 해석하기엔 과도하다” vs “갈등 장기화되면 금융위기 접어들 수도”

코스피가 종가기준으로 3년 5개월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 설치된 조형물에 코스피 종가가 나타나 있다./사진=연합뉴스
코스피가 종가기준으로 3년 5개월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 설치된 조형물에 코스피 종가가 나타나 있다./사진=연합뉴스

한일 무역갈등에 이어 미중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번지면서 국내 증시가 휘청이고 있다. 일각에선 급격한 주가 하락으로 과거 금융위기 상황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지만 과도한 해석이라는 주장에 더 무게가 실린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9시경 장중 1900선이 붕괴됐다. 오후에는 1900선 이상으로 회복했으나 장중 한때 1891.81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코스피가 장중 1900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16년 6월 24일 이후 3년1개월여 만이다.

코스닥지수 역시 장중 한때 540.83까지 하락하면서 550선마저 무너졌다. 이는 2014년 12월 30일(540.28) 이후 4년7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금융시장에선 중국에 대한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두고 일본과의 무역분쟁에 이어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10여 년 만에 금융위기가 찾아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과도한 우려’라는 입장이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금융시장팀 팀장은 “이번 위기 상황을 10여 년 전의 금융위기 사태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IMF나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등 앞선 금융위기들에서는 모두 외화유동성 위기가 컸다. 그러나 지금은 외화유동성 위기가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식시장은 기업 실적 및 수출환경 악화로 해석해야지 주식시장의 하락폭이 크다고 해서 그걸 앞선 금융위기나 외환위기 당시와 비교해가면서 얘기하는 것엔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19년 7월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4031억1000만 달러로 세계 9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단기외채비율 역시 지난 1997년 286.1%에 달했으나 2008년 84.0%로 낮아졌고, 올 3월 기준 31.6%를 기록하며 낮은 비율을 유지했다. 단기외채는 외국에서 돈을 빌릴 때 만기를 1년 미만으로 설정한 외채를 지칭한다.

우리나라의 국가 리스크에 대한 시장의 평가인 신용부도스와프(CDS) 역시 양호한 지표를 나타내고 있다. 국가부도지수로도 통하는 CDS는 2019년 8월 6일 현재 33.31bp(bp=0.01%)로 2017년 말 52.2bp에서 지난해 말 39.5bp로 떨어진 데 이어 지속적으로 낮아졌다.

정인교 인하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우리가 현재 가지고 있는 외화자산에 여유가 있는 상황이라 당장 금융위기로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며 “최근의 증시 상황은 대외적 악재에 따른 변동성 충격이 시장에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금융시장 관계자 역시 “금융위기의 대표적 시그널 중 하나가 주가 급락 및 원·달러 환율 상승과 같은 원화 약세 현상이다. 이런 징후를 보고 금융위기 얘기가 나오곤 하지만 여타 변수들을 보면 다른 측면도 많다”며 “앞서 2008년도 금융위기는 미국 부동산이 급등하는 과정에서 부동산을 매개로 하는 파생 금융상품이 늘어나며 그 버블이 일시에 터진 상황인 데 반해 지금은 버블이라고 할 만큼 두드러진 자산 변화가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이 지속될 경우 금융위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일본과의 갈등이 장기화되면 금융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미 우리 경제는 미·중 무역 갈등을 비롯한 국제 경제환경 악화에 많이 노출된 상황이라 기업들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면서 전반적인 거시지표들이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 리스크가 지금 당장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진 않겠지만 상호 보복 장기화가 현실로 나타난다면 금융위기에 접어들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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