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 달러당 7위안 돌파하자 행동 나서
중국 “환율 조작 아니다”···달러당 7위안 유지
한국 증시, 장중 1900선 깨지기도

미국 재무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6일(현지시간) 홍콩의 한 남성이 달러와 위안화를 디자인한 벽지 앞에 서 있다. / 사진=연합뉴스, AP

미국 재무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국내 환율과 금융시장에 변동성을 유발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관세에 이어 환율을 앞세워 난타전을 벌이면서 두 국가와 교역이 많은 우리나라도 금융 불안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전쟁이 더 격화할 수 있다며 한국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에 中 "시장의 공급·수요와 국제 환율 변동 반영한 것일 뿐"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부 장관은 지난 5일(현지 시각) 성명을 통해 중국 인민은행의 외환시장 개입을 이유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 위안화 가치가 전날 달러당 7위안을 돌파하며 가치가 하락한 것에 대한 반응이다. 지난 5일 중국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7위안을 넘는, 이른바 '포치 현상'을 보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5월 이후 11년 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재무부의 판단이 나오기 전에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중국이 자국 통화 가치를 역사상 거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뜨렸다”며 “그것은 환율 조작이라고 불린다”고 비판했다. 

미 재무부는 이번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과 관련해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국 ▲유의미한 대미 무역수지 흑자국이라는 종합무역법 기준을 적용했다. 기존에 교역촉진법에 의한 환율조작국 지정에는 대미 무역 흑자 200억 달러 이상,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2% 이상, GDP 대비 2% 이상 달러 순매수 등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중국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에 종합무역법을 기준으로 삼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것이다. 

종합무역법은 1988년 제정됐다. 이 법은 현저한 대미 무역 흑자 및 상당한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한 국가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앞서 미국은 1992년에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바 있다. 2년 뒤인 1994년 12월 이를 해제했다. 중국이 양국 간 환율제도 개혁을 위한 위원회를 만드는 등 노력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환율조작국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6일 기준 달러당 위안화 환율 추이. / 그래프=이다인 디자이너

이번에도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서 미국은 중국에 대해 환율 저평가 및 지나친 무역 흑자 시정을 요구할 예정이다. 1년이 지나도 개선되지 않을 경우 미국은 중국에 대한 미국 기업의 투자 제한, 해당국 기업의 미 연방정부 조달계약 체결 제한, 국제통화기금(IMF)에 추가적인 감시 요청 등 구체적인 제재에 나설 수 있다.

하지만 인민은행은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돌파한 것에 대해 “시장의 공급과 수요 및 국제 환율 변동을 반영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환율 시스템에 의한 것일 뿐 조작에 의한 위안화 절하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중국 위안화는 이날에도 여전히 달러당 7위안에 머물러 있다. 

◇한국 금융시장, 고래 싸움에 등 터지나

미 재무부가 중국에 대해 환율조작국 카드를 꺼내들면서 한국 금융시장에서도 당분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임혜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5일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7.3원 급등한 1215.3원으로 2016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원·달러 환율 급등은 위안화 환율이 7위안을 돌파한 데 따른 결과”라고 말했다. 기존에 일본과 한국 간 무역 갈등이 고조된 가운데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 매도가 이어졌는데 이런 상황에서 위안화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인 7위안을 돌파하며 원·달러 환율 상승을 일으켰다는 설명이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원화 약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 따라 자금 국내 금융시장에서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을을 우려한다. 코스피는 이날 미 재무부의 중국 환율조작국 결정 소식에 장중 1900선이 붕괴됐다. 코스닥도 전날 투매심리를 진정시키기 위해 사이드카가 발동됐지만 이날 코스닥은 대외 파장에 600선마저 무너졌다.

원화 가치도 당분간 달러당 1200원대에서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예산정책처의 분석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과 위안·달러 환율의 상관계수는 2017년부터 꾸준히 상승했다. 그만큼 원화 가치가 중국 위안화와 연동돼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결국 미·중 무역전쟁 여파에 따라 한국 환율은 요동칠 수밖에 없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2008년 5월 이후 처음으로 달러당 7위안을 돌파한 점이 금융시장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며 국내 증시 급락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그는 “전일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 0.33% 절하를 고시하자 역내외 모두에서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섰고 그 결과 아시아 주식시장은 급락했다”며 “문제는 이러한 중국 위안화의 약세가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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