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백색국가’ 제외 이후 한일관계 첫 언급
“관계 개선 위해선 징용소송 문제, 한국 정부가 먼저 해결해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6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서 열린 원폭 희생자 위령식에 참석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한국이 먼저 한일 청구권 협정을 위반하고 국제조약을 깼다고 주장했다. 이는 우리나라 대법원이 일본 기업에 배상을 명령한 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대응조치를 해야 한다는 일본 정부의 기존 주장을 되풀이 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양국 간 관계 개선을 위해선 징용소송 문제를 한국 정부가 먼저 해결하라고 거듭 강조했다. 

6일 교토통신 등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히로시마 원폭 투하 74주년 행사에 참여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일관계에 대해 “한국이 한일 청구권 협정을 위반하는 행위를 일방적으로 하면서 국제조약을 깨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한국 정부는 청구권 협정을 먼저 제대로 지키면 좋겠다”며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아베 총리의 이날 발언은 한일 대립 격화의 빌미가 된 우리나라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이 1965년 체결된 한일 청구권 협정에 어긋나는 것이라는 기존 일본 정부의 입장을 반복한 것이다. 아울러 일본 기업에 배상을 명령한 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대응조치를 해야 한다는 기존 주장도 되풀이 한 셈이다. 이에 대해 교도통신은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관계 악화의 발단이 된 징용소송 문제를 한국 정부가 먼저 해결하라고 아베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촉구한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앞서 우리나라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30일 강제동원 피해자 4명이 일본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상고심에서 신일본제철이 피해자들에게 1억원을 배상하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후 같은 해 11월 29일에는 강제동원 피해자 4명 등이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미쓰비시가 피해자들에게 1억~1억5000만원을 배상하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에서 배제하는 결정을 내린 뒤로 아베 총리가 공개석상에서 한일관계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은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등의 수출규제를 강화한 데 이어 지난 2일엔 한국을 ‘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하는 등 징용 판결과 관련한 보복 조치에 나섰다. 이 같은 결정이 알려진 뒤 문 대통령은 약 4시간 만에 긴급 국무회의를 열어 아베 총리와 일본 정부의 경제도발을 ‘적반하장’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때까지 아베 총리는 공개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한편, 아베 총리는 다음 달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연차총회 등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문재인 대통령 참석이 결정됐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며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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