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美측 조치에 농산물 구매 외에 추가 보복조치 예고
환구시보 “미국 함부로 관세 부과하면 중국은 반격할 수밖에 없어”

미국 재무부가 5일(현지시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미국 재무부가 5일(현지시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미국 재무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함에 따라 미중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확전되는 분위기다. 관세를 주고받는 미국과 중국(G2) 양국의 무역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미국이 환율조작국 카드를 꺼내면서 경제적 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미중 간 갈등과 양보 없는 이견 차가 결국 통화가치라는 또 다른 영역으로 퍼진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재무부는 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스티븐 므누신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으로 중국이 환율 조작국이라는 것을 오늘 결정했다”고 공식화했다. 므누신 장관은 중국의 최근 행동으로 만들어진 중국의 불공정한 경쟁 우위를 제거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과 관여(enagage)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美농산물 안 산다”는 中···美 보복조치로 ‘환율조작국’ 지정돼

이번 미 재무부의 발표는 앞서 거래가 끝난 뉴욕 증시에서 3대 지수가 모두 2~3%대 급락한 직후 나왔다. 전날 ‘1달러=7위안’이라는 공식이 깨지면서 미국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는 11년 만에 최저치로 하락했다.

미중 환율전쟁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공식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오전 트위터에 “중국이 위안화 가격을 거의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뜨렸다”며 “이런 것을 환율 조작이라고 부른다”고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4시간 쯤 이후 “중국은 그동안 불공정 무역 행위와 환율 조작을 통해 미국에서 가져간 수천억 달러를 계속해서 받아갈 생각이다. 너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이미 오래전에 멈춰져야 했던 것”이라고 썼다. 이로써 지난 6월 말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이뤄진 ‘트럼프-시진핑’ 정상이 합의한 ‘휴전’은 사실상 폐기됐다.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것은 1994년 이후 처음이다. 이는 전날 중국 정부가 위안화 약세를 용인한 데 이어 6일 새벽 미국 농산물 구매를 중단한다고 발표한 데 따른 보복 조치로 풀이된다.

중국 상무부는 6일 오전 0시 15분(현지시간) 공식 홈페이지 성명을 통해 “중국의 관련 기업들이 미국 농산물 구매를 잠정 중단한다”며 지난 3일 이후 구매한 미국 농산물에 관세 부과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했다. 다만 상무부는 미국 농산물 구매 중단 기간이나 관세가 부과될 수도 있는 미국 농산물 수입 규모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 상무부는 이번 조치가 트럼프 대통령의 10% 추가 관세 부과 예고에 대한 대응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상무부는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한 미국의 발표는 미중 정상의 오사카 회담 합의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6월 말 G20회담에서 시 주석이 중국이 미국 농산물을 구매할 것을 전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 관세 부과 중단 및 무역 협상 재개에 합의했다.

중국 상무부가 6일 오전 0시15분(현지시간) 공식 홈페이지 성명을 통해 중국의 관련 기업들이 미국 농산물 구매를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 사진=중국 상무부 홈페이지 캡처
중국 상무부가 6일 오전 0시 15분(현지시간) 공식 홈페이지 성명을 통해 중국의 관련 기업들이 미국 농산물 구매를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 사진=중국 상무부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에서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이 끝난 지 이틀 만에 트럼프 대통령은 9월1일부터 3000억 달러(한화 약 360조1000억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관세 25%를 부과하고 있는데, 여기에 3000억 달러 규모의 관세를 추가하면 사실상 거의 모든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매기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美中관세전쟁→환율전쟁···“글로벌 경제에 악영향”

이처럼 무역 갈등으로 양국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만큼, 전면전으로 확전될 경우 글로벌 경제에 상당한 악영향이 미치는 것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무역 측면에서는 중국산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미국의 관세 장벽을 일정 부분 상쇄하는 효과를 갖게 된다.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환율을 무기화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중국 관영 언론 환구시보는 6일 논평을 통해 “양측은 원래 8월에 협상팀이 긴밀하게 소통하기로 했지만, 미국의 일방적인 이랬다저랬다 하는 행동은 협상의 지속에 심각한 충격을 줬다”며 미국이 함부로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은 반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신문은 “문제 해결의 열쇠는 미국이 쥐고 있다”며 전날 심야에 새로운 미국산 농산물 구매 잠정 중단 발표한 사실을 언급하며 “‘잠정 중단’이라는 말에는 양측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문이 열려 있다는 함의가 있지만, 미국의 잘못된 태도가 계속될수록 구매 중단 조치도 이어진다는 점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는 중국의 공구함에 있는 도구 중 하나”라며 추가 보복 조치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날 인민일보도 “양국 무역관계는 또 다른 먹구름이 끼었으며 협상은 심각한 난관에 봉착했다”며 중국의 농산물 구매 중단은 “미국의 비이상적 행동에 대한 이성적 반응”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환율전쟁 차원을 넘어 미중 갈등이 지금보다 더 고조되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장벽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은 이번 조치를 향후 대(對)중 관세를 확대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크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중국은 앞으로 1년 동안 미국으로부터 저평가된 위안화 환율 가치를 정상화시키고 무역 흑자를 시정하라는 미국의 압박을 받게 된다. 1년 뒤에도 위안화 환율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미국은 중국에 ▲미국 기업들의 투자 제한 ▲해당 국가 기업의 미국 내 조달시장 진입 금지 ▲IMF를 통한 압박 등의 제재를 가할 수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것은 현재 진행 중인 미중 갈등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정부는 미국 금리인하, 일본 수출규제 등 모든 조치에 엄중하게 대처하고 있고, 앞으로 이것이 금융시장과 글로벌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모니터링해 적극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송기호 국제통상전문 변호사는 “미중 무역전쟁은 이제 궁극적으로 중국의 지식재산권 문제를 넘어 국영기업 관련 금융문제와도 맞물린다”며 “문제는 미중 갈등이 보다 더 격화됐을 때 중국에게만 타격이 입혀지는 게 아닌 세계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문제여서 일정 수준에서 타협을 통해 해결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송 변호사는 “미중 양국의 이견차, 관세 전쟁 그리고 환율전쟁은 기본적으로 쉽게 해소되긴 어려운 성격을 띠지만 이번 G2국가의 싸움은 구조적인 평가 문제로 비관적으로 볼 건 아니다”며 “보복관세는 결국 소비자에게 영향이 가기 때문에 미국도 극단적으로 선택할 폭이 크지도 않아 압박하는 모양새는 취하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에 따라 중국과의 타협을 통해 새로운 경제 틀을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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