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수출 다변화, 기술 자립, 미국과 긴밀한 소통 필요”
“美, 한국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은 높지 않아”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미국이 5일(현지시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가운데,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관세에서 환율 문제로 번지면서 한국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주목받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미중 간 무역과 환율 갈등이 한국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과 수출 부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정부와 기업의 수출 다변화와 기술 자립, 미국과 긴밀한 정책 공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윤석천 경제평론가는 6일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중국 기업의 미국 연방정부 조달계약 체결 제한 등 중국의 수출은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한국의 수출 부진은 미중 무역전쟁 탓이었다. 중국의 수출이 줄어들고 미중 무역전쟁이 심화되면 세계 교역량도 줄어든다.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에 장기적으로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윤 평론가는 “미중 간 갈등이 환율로까지 번지면서 전면전으로 가는 상황이다”며 “중국도 미국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물러서지 않을 수 있다. 강대 강 상황이 장기화 될 수 있다”고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이 이번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한국도 원화 가치 하락을 지켜보기는 어렵게 됐다”며 “원화 가치가 계속 떨어지면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수출도 불리해지고 외국인 투자도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성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장은 “중국이 정책적으로 수출의존도를 낮춰왔으나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으로 수출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미중 간 통상 분쟁이 격화되면서 한국의 수출에 미치는 악영향도 이어질 것이다. 또 최근 2, 3년간 원화와 위안화가 동조화 됐다.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에 따른 중국 중앙은행의 대응에 따라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올해 상반기 수출은 2777억2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8% 줄었다. 이는 2016년 하반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환율조작국에 지정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미국과 긴밀한 정책 소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안 실장은 “미국은 이번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교역촉진법이 아닌 1988년 제정된 종합무역법을 근거로 삼았다”며 “대미무역 비중이 높은 한국도 종합무역법에 근거해 1988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적이 있었다. 미국의 이번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으로 한국도 과거보다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가 커졌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이 특정 국가를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에는 1988년 제정된 ‘종합무역법’과 2015년 제정된 ‘교역촉진법’이 있다. 미국은 중국에 교역촉진법을 통한 환율조작국 지정이 마땅치 않자 지정 근거가 되는 법을 과거의 종합무역법으로 바꿨다. 종합무역법에 따른 환율조작국 지정 기준은 자의적이고 모호하다는 지적이 있다.

성태윤 교수는 “미국은 자신들의 원하는 경제 질서에 편입하라고 하고 있다”며 “미국이 당장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한국은 미국과 경제적, 외교적으로 긴밀히 소통해야한다”고 말했다.

윤석천 평론가는 “한국은 특정 국가에 수출을 의존하는 구조를 극복해야 한다. 수출 다변화와 기술 국산화가 필요하다”며 “이런 면에서 지난 5일 정부가 발표한 소재 부품 장비 안정화 대책은 바람직하다. 동시에 정부 지원금이 제대로 된 곳에 쓰이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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