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 “공익적 관점에서 다시 살펴볼 필요 있다는 의미”
“법의학·약리학 관점서 새로 검증할 내용 있어”···불이익재심 입법 등도 해결과제

사진=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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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성재의 사망사건 관련 미스터리를 다룬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故 김성재 편의 방영이 불발됐다. 김성재씨의 과거 여자친구이자 살인 혐의로 재판을 받았던 김아무개씨가 법원에 낸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성재 사건 기록은 여자친구 김씨의 무죄 확정판결 후 23년이 지난 현재까지 검찰에 ‘준영구’ 상태로 보존돼 있다.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이 준영구로 보존되는 사례는 이례적이다. 재심 전문 변호사이자 이번 영상 제작에 참여한 박준영 변호사에게 지난 5일 이 사건을 재조명하는 공익적 의미와 제도적 개선 방향을 물었다.

검찰이 이 사건 기록을 ‘준영구’ 보존하는 근거와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사건기록과 재판 문서는 검찰보존사무규칙에 따라 보존된다. 이 규칙에 따르면 형을 선고하는 재판이 확정된 사건 기록은 그 시효가 완성될 때까지만 보존된다. 이 사건 당시 살인죄 공소시효는 15년이었고, 여자친구 김씨의 살인 혐의 사건은 1996년 무죄가 확정됐기 때문에 보존기한이 지났다.

그런데 이 규칙 제8조 4항은 예외적으로 국내외적으로 중대하거나 검찰업무에 특히 참고가 될 사건에 관한 사건기록은 ‘준영구’로 보존한다고 규정돼 있다. 여자친구 김씨의 살인 혐의 사건은 확정된 지 23년이 흘렀지만, 검찰은 ‘공익성’을 이유로 기록을 보존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공익을 목적으로 사건 기록이 보존되고 있다면, 누군가는 공익을 위해 사건에 접근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언론이 여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죄가 확정된 사건에 다시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위험하지 않은가?

무죄가 확정된 판결이더라도 잘못된 판결에 대한 비판은 가능하다. 문제는 무죄 판결에 대한 비판은 필연적으로 당사자에 대한 의혹제기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법적 안정성이라는 법률적 문제와 함께 여자친구 김씨에 대한 신상이 상당히 공개돼 있어 그의 인격과 명예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 그 고통을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성재씨 사건에 대한 의혹과 비판은 사건 당시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번 방송은 지금까지 문제가 제기돼 온 여러 의혹들을 과학적으로 새롭게 검증한 내용이 있다. 기존에 다뤄진 의혹을 반복하는 수준이 아니라 법의학과 약리학 관점에서 새롭게 제기되는 문제가 있고, 이 내용은 김성재씨의 사망원인과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다고 알고 있다. 판결문의 논리뿐만 아니라 졸레틸 관련 자료, 전문가 의견 등을 여러 건 확보했다.

나아가 당시 수사 및 재판의 잘못을 지적하고 이를 통해 과학적 증거의 올바른 해석과 활용, 무죄 확정판결의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는 제도 개선 등을 이야기하려고 했다.

박준영 변호사가 지난 2017년 6월 21일 오후 광주 광산구청에서 '법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를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박준영 변호사가 지난 2017년 6월 21일 오후 광주 광산구청에서 '법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를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당시 판결에 어떠한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 상태에서 방송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다만 이 사건에서 여자친구 김씨가 쉽게 구할 수 없는 약물인 졸레틸과 황산마그네슘을 샀다는 사실, 김성재씨의 몸에서 관련 약물이 검출되었다는 사실, 그리고 이것이 사망원인이라는 사실은 이 사건에서 매우 중요한 정황사실이다.

그런데 2심은 이를 논증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2심은 여자친구 김씨가 아닌 피해자 일행 7명 중 한명이 범행을 했을 가능성, 외부침입자의 범행가능성을 언급했다. 피해자가 서로 신뢰관계에 없는 제3자에게 28번의 주사를 허락했다는 것인데 이를 납득하기 어렵다.

2심은 또 투여된 약물이 건강한 청년을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의 분량이 아니라고 봤지만, 사람마다 주량이 다른 것처럼 그 효과와 영향은 다를 수 있다.

무죄 판결에 대한 비판이 쉽지 않은데, 어떤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돼야 할까?

재심으로 다시 다툴 수 있는 유죄 확정판결과 달리 현행법상 다툴 방법이 없는 무죄 확정판결에 대한 비판은 어렵다. 무죄를 확정 받은 당사자의 법적안정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헌법의 이중처벌금지 원칙 조항이 당연히 무죄 확정 판결을 비판할 수 없다는 결론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무죄 확정 판결에도 중대한 문제가 있고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면 제도 개선과 관련 입법을 준비해야 한다. 당사자의 법적 안정성보다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는다는 의미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민적 관심이 크고, 문제가 많다고 지적되는 사건을 그대로 두는 것은 사법신뢰가 바닥을 치는 현재 상황에서 더욱 더 깊게 고민해 볼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비상상고 적용 사건을 확대하거나 피해자 중심의 재심(불이익재심) 제도에 대한 입법 논의도 궁극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 여자친구 김씨, 살인 혐의로 기소돼 ‘무기징역→무죄’···의혹 여전해

힙합 듀오 듀스 멤버이자 솔로가수로 데뷔한 김성재씨는 1995년 11월 20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부검 결과 몸에서 28개의 주사침 흔적이 발견됐고, 동물마취제가 사체에서 발견돼 논란이 확산됐다.

호텔에 함께 있었던 여자친구 김씨가 살인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이후 무죄가 확정됐다.

재판과정에서 ▲여자친구 김씨가 구입한 약물만으로 사람이 사망에 이를 수 있는지 ▲김성재씨의 사망시각 ▲주사침 흔적과 사망의 인과관계 ▲외부인 소행 또는 내부 일행의 범행 가능성 등이 의문점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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