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발의된 개정안, 하반기에도 통과 불투명
이번 국회에서 통과 안 될 경우 자동 폐기 수순

지난 7월 1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데이터경제 활성화를 위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다' 세미나에서 행사를 주최한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오른쪽 두번째)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7월 1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데이터경제 활성화를 위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다' 세미나에서 행사를 주최한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오른쪽 두번째)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상반기에는 통과될 것으로 예상됐던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등 일명 ‘데이터경제 3법’ 개정안이 여야 간 정쟁으로 국회에 장기 계류되고 있다. 하반기에도 법안 통과가 불투명해지면서 오픈뱅킹을 비롯한 금융혁신이 정쟁에 발목 잡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5일 국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혁신의 필수 법안으로 꼽히는 데이터경제 3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장기간 잠자고 있다. 데이터경제 3법은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등의 세 가지 법안을 지칭하는 것으로 지난해 11월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현재까지 국회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데이터 3법은 개인과 기업이 수집·활용 가능한 개인정보의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데이터 분석 및 활용의 규제를 완화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비식별화된 개인정보인 ‘가명정보’ 개념이 도입돼 기업들은 가명정보를 신제품·신기술 개발이나 통계 작성 등에 활용할 수 있게 되고, 여러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를 결합해 빅데이터를 구성하는 일도 가능해진다.

해당 법안들은 빅데이터·마이데이터 등 오픈뱅킹의 토대가 되는 만큼 금융당국 차원에서도 조속한 통과를 요구해왔다.

지난 7월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의원회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데이터경제 3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이들 법안을 개정해 혁신의 토대를 만드는 것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법안에 대한 여야 간 이견이 좁혀졌음에도 데이터 3법 개정안이 오랫동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이유는 해당 법안과 무관한 다른 정치적 쟁점들이 이어지면서다. 지난해 12월 이후 국회가 파행을 겪으면서 정무위는 단 1건의 법안도 통과시키지 못했다. 최근엔 무소속인 손혜원 의원 부친의 서훈 관련 자료 열람 여부가 정무위의 또 다른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데이터 3법 개정안은 하반기에도 통과가 불투명한 상태다.

만약 이번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데이터 3법은 모두 자동 폐기된다. 다음 국회에서 재발의하는 방법도 있지만 통과를 장담하긴 어렵다. 내년에는 총선이 기다리고 있어 또다시 굵직한 이슈들에 밀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법안 논의 지연에 금융사 및 핀테크업체들은 답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상반기에는 개정안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또다시 제자리걸음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관리 애플리케이션 뱅크샐러드를 운영하는 김태훈 레이니스트 대표는 “데이터경제 3법은 금융권뿐만 아니라 데이터 활용 측면에서 전 산업의 선진화 기반을 마련하는 법안”이라며 “해당 법안은 정부-민간-협회가 모두 의기투합해서 만들어낸 결과물임에도 국회가 열리지 않아 계속 논의가 미뤄지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래는 오늘이 쌓여 결정되는 건데 그 시기가 계속 늦춰지면서 국가의 미래 경쟁력도 잃어버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모든 비즈니스는 타이밍이다. 그 시기를 놓치고 있는 것 같아서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가맹점 카드 수수료 인하 이후 ‘마이데이터 사업’과 ‘개인 사업자 신용평가 사업’ 등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사업에 눈을 돌리던 카드사들 역시 한계에 부딪혔다.

카드사 관계자는 “데이터 3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빅데이터 활용 기반이 마련되는데 현재로선 마이데이터 사업을 하더라도 활용 범위가 카드사 자체 데이터로 한정돼 있다”며 “타사나 이종 산업 간 빅데이터 구축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역시 데이터경제 3법의 시행에 대비해 지난 6월 미리 금융 빅데이터 인프라 개설 및 구축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법 통과가 이뤄지지 않은 탓에 현재로선 실무협의 체제로 은행권과 합의해 오픈뱅킹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유럽·미국·일본 등 해외에선 이미 빅데이터산업이 앞서가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이에 뒤지지 않는 기술과 인프라 역량을 갖추고 있음에도 의사결정 과정상의 문제로 법안 논의가 지연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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