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행락지와 냉방장치 없는 실내도 요주의···발생 시 환자 체온 내리도록 조치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지난 3일 오후 5시 경 경상북도 고령군 우곡면 대곡리 밭에서 A씨(85·여)가 쓰러진 채 발견됐다. 밭에 나간 후 연락이 되지 않는 A씨를 발견한 주민이 119에 신고했으나, 구조대가 도착했을 때 A씨는 숨진 상태였다. 의료진은 A씨가 열사병으로 사망했다고 진단했다. 폭염경보가 내려진 이날 고령 지역 낮 최고기온은 35도였다.  

최근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며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3명으로 집계됐다. 이에 전문가들은 온열질환을 막기 위해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충분한 수분 섭취를 권유한다. 휴가철 행락지와 냉방장치가 없는 실내도 주의가 필요하다.  

5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현재 온열질환 환자는 사망자 3명을 포함, 총 952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4일 하룻 동안 사망자 1명을 포함, 63명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온열질환은 숨쉬기조차 어려운 무더운 날씨에 무리한 외부 활동으로 발생하는 질환을 의미한다.​ 

질본은 전국 500여개 응급실을 통해 온열질환자 내원 현황을 신고 받는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질본이 지난 5월 20일부터 7월 22일까지 신고된 온열질환자 특성에 따르면 발생 장소는 공사장 등 실외작업장이 97명(28.0%)으로 가장 많았다. 운동장과 공원 55명(15.9%), 논·밭 49명(14.1%) 순이었다.     

발생 시간은 낮 시간대(12~17시)에 절반 이상(55%)이 발생했다. 오후 3시가 70명(20.2%)으로 가장 많았다. 성별을 보면 남자 262명(75.5%), 여자 85명(24.5%)로 남자가 많았다. 연령별로 보면 65세 이상이 86명(24.8%)이었다. 연령군별로는 40대와 50대가 각각 55명(15.9%), 60대 54명(15.6%), 20대가 51명(14.7%), 30대 38명(11.0%) 순이었다.
질환별로 보면 열탈진이 190명(54.8%)이 가장 많았다. 열사병 81명(23.3%), 열실신 36명(10.4%), 열경련 36명(10.4%), 기타 4명(1.2%) 순이었다.   

연령에 따라 발생 장소는 차이를 보였다. 30세 미만은 주로 운동장·공원(35명, 43%), 실외 길가(15명, 19%)였다. 30세 이상 70세 미만은 실외 작업장(86명, 43%), 실외 길가(21명, 10%), 실외 논밭(21명, 10%) 순이었다. 70세 이상은 논·밭(25명, 39%)과, 집(7명, 11%)·집주변(10명, 16%)에서 주로 발생했다. 직업별로는 단순 노무종사자(건설·운송·제조·청소 등)가 71명(20.5%)으로 가장 많았다. 농림어업종사자 49명(14.1%), 무직 37명(10.7%), 학생 30명(8.6%) 순으로 발생했다.

이같은 온열질환을 피하려면 장소와 상황에 따라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 지적이다. 우선 작업 중일 경우 되도록 고온 환경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더위에는 갈증이 나지 않더라도 규칙적으로 수분을 섭취하고, 가능한 오후 시간 대(12시~17시) 활동을 줄이며, 2인 이상이 상대방 건강 상태를 살피면서 근무토록 한다.    

작업 중에는 무리하지 않도록 그늘에서 규칙적으로 휴식을 취해야 한다. 어지러움, 두통, 메스꺼움 등 초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작업을 중단하고 시원한 곳으로 이동해 회복하도록 한다. 한 의료 전문가는 “고령의 농작업자가 무더위에 작업하는 경우 위험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자제하고 무리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관광이나 물놀이, 등산, 골프 등 실외 활동 중에는 가급적 그늘에서 활동하거나 양산, 모자 등으로 햇볕을 최대한 피하고 장시간 더위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사전에 물을 준비해 자주 마시고, 지나치게 땀을 흘리거나 무리하는 활동을 피해 탈수가 생기지 않도록 한다. 

집안에서는 선풍기나 에어컨 등 냉방 장치를 사용하고, 냉방 상태가 좋지 않다면 각 지자체가 운영하는 자택 인근 ‘무더위쉼터’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평소보다 물을 수시로 마셔 갈증을 피하고, 수건에 물을 적셔 몸을 자주 닦거나 가볍게 샤워를 하면 도움이 된다.

어린이와 어르신, 지병이 있는 경우 폭염에 더 취약하므로 본인은 물론 보호자와 주변인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특히 집안과 차 등 창문이 닫힌 실내에 어린이나 노약자를 홀로 남겨두지 않도록 한다. 창문이 닫힌 자동차는 물론 창문을 일부 연 경우라도 차안 온도가 급격히 상승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어린이와 노약자를 차 안에 혼자 두지 않아야 한다.

온열질환이 발생했을 경우 즉시 환자를 시원한 곳으로 옮긴 후 옷을 풀고 시원한 물수건으로 닦거나 부채질을 하는 등 체온을 내리도록 한다. 이어 의료기관을 방문한다. 환자에게 수분 보충은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의식이 없는 경우에는 질식 위험이 있으므로 음료수를 억지로 먹이지 않도록 한다. 

김종우 상계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온열질환을 막으려면 야외 작업자들도 1.5리터 이상 수분을 섭취하고 칼륨이 풍부한 야채를 많이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온열질환 중 열사병은 치사율이 높기 때문에 언행이 이상해지지 않았는지를 체크해 5분 내로 조치하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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