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1조2000억원 추경예산 확정···강원 산불·미세먼지 저감·일본 규제 대응 예산은 증가한 반면 창업 활성화 예산은 국회 심사에서 대폭 삭감
박영선 장관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 소재·부품 국산화 위해 추경 적극 집행할 것"···벤처업계 "일본 수출규제 피해 예상 기업 80% 넘어, 정부 지원 확대돼야"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중소벤처기업부 추가경정예산이 정부 안보다 886억원 감소한 1조2000억원으로 확정됐다. 창업 활성화, 제조혁신 분야 예산은 줄어들었고, 강원 산불 등 재난 복구 지원 예산은 오히려 늘어났다. 특히 700억원 규모의 일본 수출규제 대응 예산이 긴급 배정됐다. 중소‧벤처기업, 소상공인의 대외적 경제 여건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이번 추경이 급한 불을 꺼줄지 주목되고 있다.

5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하반기 추경 예산은 1조2839억원이 확보됐다. ▲강원 산불과 미세먼지 저감(1334억원) ▲일본 수출규제 대응(717억원) ▲창업‧벤처 활성화(6310억원) ▲제조혁신, 수출‧판로 강화 (856억원) ▲소상공인 지원 (2736억원)이 세부적으로 배정됐다.

이번 추경안은 특히 재난 복구와 미세먼지 저감 등 소상공인 지원 부분에서 예산이 늘어났다. 중기부는 미세먼지 저감 기술개발과 시설에 필요한 자금 등에 신보·기보 출연금 1000억원을 사용할 예정이다. 또 강원지역 산불 피해 소상공인의 경영 정상화와 재기를 위해 305억원이 지원된다.

또한 포항지역 지진 피해 소상공인, 중소벤처기업인을 위해서도 자금 지원과 전통시장 주차장 확보 등에 필요한 608억원이 정부안과 다르게 추가 편성됐다.

일본 수출규제 대응에 활용할 예산 717억원도 긴급 추경으로 배정됐다. 중기부는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처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종 등 피해 예상 중소벤처기업을 대상으로 기술개발 및 장비운영·시설 자금을 지원한다.

대일 무역의존도가 높은 품목을 대상으로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중소기업 혁신 기술개발(R&D) 사업 자금으로 217억원. 핵심 부품·소재 관련 장비의 생산시설·설비 확장·구축이 필요한 기업에 지원하는 혁신성장 유망 자금으로 300억원, 기술개발 사업화 자금으로 2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반면 창업‧벤처 활성화 사업 예산은 국회 심사 과정에서 소폭 깎였다. 창업‧벤처 활성화 부분 예산은 정부 안인 7978억원보다 1668억원이나 삭감된 6310억원으로 확정됐다. 특히 예비-초기-도약 창업 패키지 등에 사용되는 창업 사업화와 유니콘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스케일업펀드 모태조합 출자 부분에서 예산이 대폭 삭감이 이뤄졌다.

ICT 융합 스마트공장 보급‧확산 분야 예산도 정부 안 711억원보다 561억원 감소한 856억8000만원이 배정됐다. 소상공인 지원 분야 예산은 2825억원인 정부 안보다 89억원 줄어든 273억원으로 확정됐다.

중기부 관계자는 “미세먼지 저감, 강원 산불 피해 지원, 민생경제 회복 등 실질적인 재난 대응 쪽 추경이 많이 확보됐다”며 “추경 사업 집행을 신속하게 진행하겠다. 추경 집행에 소홀함이 없도록 주기적으로 집행을 점검해 추경예산에서 2개월 내에 75% 이상, 연말까지 100% 이상을 집행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추경은 특히 일본 경제보복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중소기업의 소재·부품·장비 국산화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반도체 등 3종의 수출을 규제하고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통해 국내 기업의 수입 절차를 까다롭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당정청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 브리핑에서 “현장에서는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할 경우 개별허가에 따른 90일간 물량 확보 애로 등으로 추가 자금 수요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이에 중기부는 추경예산을 활용해 경영안정자금 등 총 1조500억원을 신속히 집행할 계획”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벤처기업 71.4% "일본 수출규제로 인해 정부 도움 필요"···추경으로 투자 및 R&D 지원 나서야

한편 업계에서는 일본 수출규제에 띠른 정부의 적극적 지원책을 바라고 있다. 국내 소재·부품산업을 떠받치는 중소협력사들과 제조업, 의류업, 화장품업을 하는 중소‧벤처기업들은 장기적으로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피해를 크게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최저임금 인상과 대외 경제 여건이 좋지 않아 매출이 하락했는데 일본 수출규제까지 겹쳐 경제 피해가 더 커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벤처기업협회 회원사 335개사 중 반도체 관련 3개 품목과 관련된 벤처기업 85.7%는 ‘일본 수출규제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답변했다. 또한 71.4%는 정부 도움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정부의 도움이 있더라도 감내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답변한 기업은 7.1%였다.

정부에 바라는 대응책으로는 제조·기술벤처 육성을 위한 투자·자금 지원(41.7%), 제조·기술벤처 경쟁력 강화를 위한 R&D 지원(33.3%)이 가장 많았다.

벤처업계에서는 이번 추경을 바탕으로 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국산화 전략과 글로벌 협력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한국이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되면서 반도체 등 관련 벤처기업 대다수는 부정적 영향이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지원을 해주더라도 6개월 이상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며 “기술벤처기업들이 혁신 역량을 보유할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이 함께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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