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 경쟁심화·마케팅 비용에 발목
3분기 신형 5G폰출격···"애플 5G 공백기는 기회"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삼성전자와 LG전자가 5G 상용화에 발 맞춰 견조한 스마트폰 판매 실적을 기록했지만 수익성은 다소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10의 판매가 주춤한 가운데 중저가 제품군에서 가격 경쟁으로 고초를 겪었고, LG전자는 베트남 공장이전 비용과 함께 플래그십 출시에 대한 마케팅 비용이 부담으로 돌아왔다. 

3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2분기 7660만대의 스마트폰을 팔면서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7.1% 증가했다. 이에 전세계 시장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1.7%포인트 오른 21.3%까지 보폭을 넓혔다. 카운터포인트는 삼성전자가 갤럭시A와 M 시리즈 등 300달러 가격대의 중저가 제품과 함께 플래그십 모델 판매 확대에 따른 외형 성장이 지속된 것으로 분석했다. 갤럭시S10 5G 등 5G 지원 모델을 선보인 점도 시장 선점의 기회가 됐다. 

다만 팔아치운 만큼 벌진 못 한 모습이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IM 사업부문은 올 2분기 매출 25조8600억원, 영업이익 1조5600억원을 기록했다. 직전 분기 대비 매출은 4.9% 감소하는 데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31.3%나 급감했다.

회사 측은 전분기 대비 갤럭시S10 판매가 둔화되고 플래그십 제품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중저가 제품을 중심으로 경쟁이 심화하고 마케팅 비용이 늘면서 수익성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갤럭시A 등 중가형 신제품을 중심으로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트리플 카메라 등 그간 플래그십 모델에서만 지원하던 사양을 적용했다. 중저가 제품의 경쟁력은 강화되지만 기존 대비 제품의 수익성은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올 상반기 플래그십 모델 두 종을 한번에 출시한 LG전자 역시 올 2분기 마케팅 비용으로 실적 발목이 잡혔다. 여기에 올 3분기 마무리되는 평택 공장의 베트남 이전에 대한 비용이 실적에 반영되면서, LG전자 MC사업본부는 올 2분기 영업손실 3130억원을 기록했다. 적자 기조가 시작된 2015년 이후 역대 2분기 중 최악의 실적이다. 

다만 직전 분기 대비 매출액(1조6133억원)은 약 7% 늘었다. 회사 측은 5G 스마트폰 ‘LG V50 씽큐’가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5월 출시된 V50는 이동통신사의 5G 가입자 유치 경쟁에 힘입어 빠른 초기 판매량을 기록했다. 업계선 V50의 국내 판매량을 이달까지 약 30만대 규모로 추정한다. V50는 LG 역대 스마트폰 중 최대 판매량을 기록한 G3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초기 판매량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2분기 실적 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서동명 LG전자 MC사업본부 기획관리 담당은 “한국시장에서 V50은 전체 5G 스마트폰 130만대 중 20% 수준 점유율을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흥행 역시 LG전자의 공격적 마케팅에 기인한다. LG전자는 당초 유상으로 제공하려던 듀얼스크린을 마케팅 전략 조율 과정에서 한 달 간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최근 무상 제공 기간을 한 달 더 연장했다. 여기에 올 상반기 V50을 포함해 'LG G8 씽큐' 등 신형 플래그십 스마트폰 2종이나 내놓으면서 그간 반기별로 나눠 부담하던 마케팅 비용 부담이 확대됐다.

V50은 한국에선 흥행했지만 5G 상용화 지역인 미국에선 제대로 기를 못 폈다. 그간 LG전자는 미국에서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3% 내외를 기록해왔다. 그러나 올 2분기 이동통신사 스프린트가 합병 불확실성으로 인해 투자가 소극적이었고 초기 5G망 커버리지가 좁은 탓에 미국 5G 스마트폰 수요는 저조했다. 서 담당은 "V50이 한국에선 기대 이상 성과를 달성했으나 전체적으로 4G 수요가 정체된 상황에서 미국에선 프리미엄 제품 판매가 부진했고 중남미 등 지역에선 보급형 모델 경쟁이 심화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양사는 올 3분기 5G 지원 신형 스마트폰을 출시하면서 꾸준히 외형을 확장할 방침이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노트10, 갤럭시 A90, 갤럭시 폴드를 출시하는 가운데 LG전자도 하반기에 듀얼스크린이 적용된 5G 지원 신형 스마트폰을 내놓을 계획이다.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수요 약세는 올 하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전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15억대로 전년 대비 2.5%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지고 고가 스마트폰에 대한 구매 유인이 떨어져서다.

아울러 5G 스마트폰의 경우, 올해 전세계 시장 판매량을 1500만대 수준으로 내다봤다. 전체 시장의 1% 차지하는 데 그치는 수준이다. 다만 내년을 기점으로 5G 관련 서비스와 커버리지가 확대되는 내년 초를 기점으로 시장이 본격적으로 무르익기 시작할 것으로 관측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에겐 애플의 5G 아이폰이 없는 내년 상반기까지 1년여간 시간이 5G 스마트폰 교체 수요를 적극 끌어 모을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서 담당은 지난 2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2020년 상반기까지 애플의 진입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같은 애플의 공백 기간 동안 LG전자는 사업자 5G망 확대와 보조를 맞춰 북미 시장을 선점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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