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저조 게임들 대거 정리…최근 조직 개편에도 나서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신규 게임 흥행에 실패한 넥슨이 최근 기존 흥행작에 힘을 싣고 있다. 기존 흥행작 업데이트를 통해 활로를 다시 찾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넥슨은 흥행이 저조한 기존 게임들을 과감히 정리하는 한편, 조직 개편도 단행하며 수익성 개선 작업에 나섰다. 

◇업계 "넥슨, '선택과 집중' 전략 선택"

넥슨은 이달 중으로 이원화돼 있던 PC온라인사업 부문과 모바일사업 부문을 통합할 계획이다. 새로 개편된 사업 조직은 김현 넥슨코리아 사업 부사장이 총괄 책임을 맡게 되며, 게임별로 담당 조직이 새로 구축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넥슨 측은 “플랫폼 간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시장 흐름에 맞춰 조직을 일원화해 신속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직 개편과 관련해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는 최근 열린 ‘넥슨 청소년 프로그래밍 챌린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업 통합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해프닝이 발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넥슨 매각 불발과 더불어 최근 출시한 신작 대부분이 흥행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넥슨은 올 상반기  ‘스피릿위시’ ‘고질라 디펜스 포스’ ‘런닝맨 히어로즈’ ‘린: 더 라이트브링어’ ‘크레이지 아케이드 BnB M’ 등 신작을 쏟아냈다. 이 가운데 흥행에 성공한 게임은 사실상 없다. 150억원 이상의 개발비를 투자한 ‘트라하’마저 예상보다 저조한 흥행을 나타냈다. 

이러한 상황에서 넥슨은 흥행에 실패한 기존 게임들 역시 대거 정리하고 있다. 대신 기존 흥행작들에 힘을 실어 줬다. 

넥슨은 지난 7월 PC온라인 배틀게임 ‘배틀라이트’의 국내 서비스를 종료했다. 아울러 모바일게임 ‘메이플블리츠X’ 역시 서비스를 종료했다. 오는 14일에는 PC온라인 배틀게임 ‘어센던트 원’의 서비스가 중단된다. 넥슨의 PC온라인 FPS게임 ‘서든어택’의 일본 서비스도 오는 9월 중에 종료될 예정이다. 넥슨은 이에 앞서 지난 5월 온라인 레이싱 게임 ‘니드 포 스피드 엣지’의 서비스를 종료하기도 했다.  

업계는 넥슨의 최근 행보와 관련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넥슨은 ‘물량공세’로 매년 수많은 신작 게임을 선보인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빛을 보지 못했다. 수많은 신작을 출시했는데도 결국 대부분의 매출은 ‘던전앤파이터’ 등 출시된 지 10년이 넘은 기존 흥행작들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믿을 건 기존 흥행작뿐

이런 상황에서 넥슨은 기존 흥행작들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대규모 업데이트를 비롯해 각종 마케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넥슨의 대표적인 캐시카우 던전앤파이터는 여름방학 시즌을 맞아  신규 콘텐츠 업데이트 및 썸머 페스티벌을 진행하고 있다. 썸머 페스티벌은 새로운 즐길거리와 함께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역대급 보상으로 신규와 휴면 유저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행사다. 아울러 넥슨은 배우 임원희와 정석용을 홍보모델로 기용해 썸머 페스티벌 관련 TV 광고를 제작하기도 했다.

넥슨의 최장기 흥행작 중 하나인 ‘메이플스토리’ 역시 최근 신규 캐릭터 ‘호영’을 추가했다. 아울러 넥슨은 전국 50개 CGV와 40개 메가박스 영화관에 메이플스토리의 캐릭터가 그려진 ‘메이플스토리 콤보’를 선보였다. 최신 게임을 알리기 위해 제휴 마케팅을 하는 경우는 많으나, 출시된 지 10년이 지난 게임 IP를 활용해 제휴 마케팅을 펼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 역시 여름방학 시즌을 맞아 메이플스토리 알리기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넥슨은 또 클래식 RPG 중 하나인 ‘테일즈위버’ IP를 활용해 최근 탐앤탐스와 함께 테일즈위버 세트 메뉴 3종을 한정 판매하기도 했다. 

넥슨의 대표 IP 중 하나인 ‘마비노기’는 최근 15주년 기념 유저 초청 행사 ‘판타지 파티’를 성황리에 마쳤다. 1만여 명의 유저를 초청한 이날 행사에는 다양한 이벤트가 마련됐다. 아울러 마비노기는 최근 대규모 여름 업데이트를 진행 중이다. 

업계는 넥슨이 앞으로도 흥행이 저조한 게임들을 계속해서 정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흥행에 실패한 게임까지 끌고 가기에는 중국의 국내 시장 위협 등을 비롯해 게임업계를 둘러싼 시장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넥슨은 현재 국내 1위 게임사이지만, 최근 신작 성적만 봤을 땐 다른 게임 빅3인 넷마블과 엔씨소프트에 밀리고 있다”며 “넥슨도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앞으로는 무분별한 신작 출시보다는 기존 흥행작들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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