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에게 영감이란 공기와도 같다. 영감이 없으면 작품은 쉽게 생명력을 잃는다. 그래서 예술가는 늘 새로운 영감을 받기 위한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 영국 출신 패션 디자이너 폴 스미스는 주변의 모든 이미지에서 영감을 받아 예술적인 의상을 창조한 다. 그는 고향인 영국을 비롯해 파리, 도쿄 등 많은 나라들을 여행하면서 촬영한 방대한 스냅 사진을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해놓고 언제든지 디자인 작업을 할 때 편리하게 꺼내 쓴다. 다양한 이미지를 자신만의 레시피로 재조합해 누구도 상상하지 못하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 이것이 폴 스미스만의 천재적인 디자인 감각의 비결이다. 서울디자인재단이 런던 디자인 뮤지엄과 공동 주최하는〈HELLO, MY NAME IS PAUL SMITH〉展은 천재 디자이너의 머릿속을 구경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만한 스폿은 디자이너가 실제 사용하는 작업실을 재현한 ‘런던 코벤트 가든 사무실’. 이 공간은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보다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꾸몄다. 세계 여행을 하며 모은 책, 자전거, 기념품, 팬들에게서 받은 선물 등 온갖 물건들로 넘쳐나는 방은 언뜻 보면 여러 가지 색상의 아이템들이 어지럽게 뒤엉켜 있는 듯하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나름의 질서가 느껴진다. 브랜드의 시그니처 ‘멀티스트 라이프’를 떠올리게 하는 지점이다. 좀 더 면밀하게 디자이너만의 작업 방식을 들여 다보고 싶다면 작품의 메이킹 과정을 담은 미디어 존을 살펴보기를 추천한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건축물, 자연물, 음식, 사람 등이 특유의 독창적인 영감을 입고 어떻게 화려한 옷으로 변신하는지 그 과정을 구경할 수 있다. ‘아이디어는 어디에서나 나올 수 있다’라는 디자이너의 디자인 철학을 읽을 수 있는 지점. 이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지적 호기심이 독창적인 예술성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크리에이터들에게 새로운 영감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전시는 8월 25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배움터 2층 디자인박물관에서 열린다.

 

리빙센스 2019년 7월호

https://www.smlounge.co.kr/living

기획 이상지(프리랜서)

취재협조 서울디자인재단(02-2096-0000, www.seouldesign.or.kr/main), 헬로마이네임이즈폴스미스(02-2277-5971, www.hellopaulsmit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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