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사용 비율 높은 항공업···환율 변동 영향 커 재무상황 우려
항공유 구매, 항공기 도입 및 리스 비용 대부분 달러화로 지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금리인하 이후 환율 추세가 심상치 않다.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인데, 항공사들 입장에선 달러 가치 상승 시 실질적으로 원화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커지기 때문에 환율 추세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각 항공사들은 환율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Fed가 전날 10년 7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달러화 가치 변동폭이 커질 수 있어서다.

통상 금리 인하 시 달러는 약세를 보인다. 달러 외 통화들은 상대적 강세를 나타낸다. 즉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이를 확신할 수 없다. 미국의 명확한 추가 금리 인하 신호가 나오지 않았고, 우리나라 경제 성장세 둔화와 일본 수출규제가 겹치면서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원화 약세를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본이 이날 오전 각료회의를 통해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원화의 지속적인 약세가 우려된다.

원화 가치가 계속해서 하락하면 항공사 입장에선 타격이 불가피하다. 향공사는 외화 사용 비율이 높은 업종에 속한다. 대외 변수인 환율 변동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항공사는 항공유 구매와 항공기 도입 및 리스 비용 등을 대부분 달러화 등 외화로 지불한다. 원화 약세, 환율 상승 흐름이 이어지면 자연스레 외화환산손실 규모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상장 항공사의 외화손실규모. /인포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상장 항공사의 외화손실규모. /인포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대한항공 분기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 1분기 외화환산손실 비용은 1915억원이다. 외화환산이익 비용도 442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외화환산으로 인한 손해가 1분기 영업이익(1482억원)을 넘어선 것이다. 자연스레 당기순이익도 342억원 적자로 나타났다. 1분기는 달러 강세가 지속되는 시기였다.

또 다른 풀서비스캐리어(FSC) 아시아나항공도 지난 1분기 외화환산손실 비용으로 747억원을 기록했다. 모두 별도 재무제표 기준이다.

각 항공사의 2분기 실적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환율 상승 등을 이유로 국적 항공사의 적자를 전망하고 있다. 2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은 1170원으로 1분기 평균보다 약 50원 올랐다.

문제는 현재 상황이 지속되면 적자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환율에 더해 엎친데 덮친격으로 8월과 9월 본격적인 탑승률 하락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항공사가 늘어나면서 공급 과잉 노선이 생겨나고 있는데다,  항공사들의 주된 노선 중 하나인 일본 노선에서의 여객 감소가 시작되면서 실적 부진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환율 상승은 항공사 입장에선 큰 악재 중 하나”라면서 “흐름을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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