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빅3 비롯해 중소·중견 게임사 부진 계속 이어져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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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빅3’를 포함한 국내 게임사들이 올해 상반기 다양한 신작들을 출시했지만 실적 상승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국내 게임업계 실적은 2분기에도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작 게임들의 흥행이 예상보다 저조했고, 오히려 마케팅 비용만 실적 발목을 잡았단 분석이다.

◇게임 빅3, 2분기 실적 부진 전망

증권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5~30%까지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엔씨의 경우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요인은 신작 부재다. 엔씨는 지난 2017년 모바일게임 ‘리니지M’을 출시한 이후 이렇다할 신작을 출시하지 못하고 있다. 

케이프투자증권은 엔씨가 지난 2분기 매출액 3737억원, 영업이익 96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각각 14%, 40% 하락한 수치다. 최근 리니지의 PC방 점유율 순위가 12위 수준까지 하락한 점을 감안할 때 실적 개선폭이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리니지M 대만매출과 리니지2 레볼루션 매출 감소로 2분기 로열티 수익은 전년동기대비 54%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여러 신작 출시로 기대를 모았던 넥슨과 넷마블의 실적 전망 역시 밝지 않은 상황이다. 넥슨의 경우 앞서 자체 추정한 자료에서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21% 감소한 1285억 원에서 2% 증가한 1663억원 사이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업계는 넥슨의 부진을 예상하고 있다. 넥슨의 기대작이었던 모바일게임 ‘트라하’가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트라하는 넥슨이 150억원 이상의 개발비를 투자해 지난 4월 출시한 대작 게임이다. 출시 직후 초반 흥행에는 성공했으나, 이후 순위가 하락해 현재는 매출 순위 10위권을 벗어났다.

특히 트라하 출시와 관련해 사용한 막대한 마케팅 비용이 넥슨 실적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넥슨은 영화 마블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토르’ 역을 맡은 영화배우 크리스 햄스워스를 광고모델로 발탁하는 등 공격적 마케팅을 벌인 바 있다. 

넥슨은 트라하외에도 ‘스피릿위시’, ‘고질라 디펜스 포스’, ‘런닝맨 히어로즈’, ‘린: 더 라이트브링어’, ‘크레이지 아케이드 BnB M’ 등 다수의 신작을 출시했으나, 이 가운데 흥행에 성공한 게임은 사실상 없다. 

‘일곱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 ‘BTS 월드’ 등 다수의 기대작을 출시한 넷마블 역시 2분기 전망이 좋지 않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넷마블의 올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약 6% 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9% 정도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이는 신작 출시와 함께 마케팅 비용이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중견·중소 게임사들, 계속되는 실적 부진

게임 빅3를 제외한 중견·중소 게임사들의 실적 전망 역시 좋지 않다. ‘뮤’ IP로 유명한 웹젠의 경우 기존 주력 게임과 신작 게임의 부진으로 2분기 실적이 감소할 전망이다. DB금융투자는 웹젠의 2분기 예상 매출 386억원, 예상 영업이익은 64억원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1.7%, 50.2% 감소한 수치다. 기존 주력 게임인 ‘뮤오리진2’의 매출이 줄어드는 가운데 지난 1분기 출시한 신작 ‘마스터탱커4’ 역시 부진했기 때문이다.

게임빌 역시 2분기에도 부진한 성과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KTB투자증권은 게임빌이 2분기에도 적자를 지속할 것으로 봤다.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신작이 없고 기존 작품의 매출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1분기 적자를 기록한 대다수의 중소 게임사들 역시 2분기에도 적자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게임업계의 경우, 게임 빅3를 비롯한 일부 게임사를 제외하곤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업계는 국내 게임업계 하락세에 대해 중국 판호 제한을 가장 큰 이유로 보고 있다. 과거 중국 판호가 막히기 전에는 중소 게임사들도 중국에서 게임 출시를 통해 큰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일부 게임사의 경우 중국 진출을 통해 대형 게임사로 거듭나기도 했다. 넥슨이 현재 게임업계 1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 역시 중국에서 서비스 중인 ‘던전앤파이터’의 매출이 잘 나오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상황은 바뀌었다. 2017년 3월 이후 중국 정부로부터 판호를 획득한 국내 게임은 단 한건도 없다. 판호란 중국이 자국에 출시되는 게임에 발급하는 일종의 서비스 인허가권이다. 중국은 한국과 사드 배치 문제로 갈등을 겪자, 일방적으로 판호를 중단 했다. 그러나 비공식적인 제재이다 보니 우리 정부도 이렇다할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중소 게임업계 관계자는 “판호가 막히기 전까지는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 진출을 통해 꽤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며 “판호가 막힌 지금은 오히려 중국 게임을 수입해 이를 한국에 퍼블리싱하는 경우가 많다. 개발 비용이 부족하다 보니 신규 게임을 런칭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계속되는 실적 부진과 관련해 비슷한 형식의 양산형 게임 출시와 과도한 과금 유도로 국내 유저들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것도 원인으로 지목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들어서는 오히려 중국산 게임들이 더 참신하다는 평을 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최근엔 중국 게임 역시 수준이 높아져, 과거와 같은 양산형 게임들로는 판호가 뚫리더라도 중국 시장에서 크게 흥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게임사들도 어려운 상황속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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