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증가···저금리·장단기 금리 역전 따른 자금 확보 원인

서울 여의도 증권가 모습. / 사진=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증권가 모습. / 사진=연합뉴스

국내 경기가 일본 수출 규제 등 악재에 시달리자 갈 곳 잃은 투자금이 회사채로 몰려들고 있다. 회사채 발행이 역대 최대 규모로 이뤄지면서 증권사들의 주관 경쟁도 뜨거운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증권사도 직접 자금조달을 위해 회사채를 발행하고 나서 주목받고 있다. 

1일 금융투자업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업의 회사채 발행규모는 86조97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5% 증가했다. 반면 상반기 주식 발행액은 전년 동기 대비 61% 감소하며 2조2201억원을 기록했다. 주식 투자가 줄어들면서 반대급부 격으로 회사채 투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보통 회사채는 은행금리보다 높은 기대 수익률 때문에 자금 유입이 빠른 편이다. 특히 부도날 가능성이 적은 회사일수록 안정성과 신용도를 담보할 수 있어 회사채 발행을 통한 투자금 확보가 손쉽다. 또 은행 대출금리보다 발행금리가 싸다보니 회사 입장에선 회사채 발행이 손쉬운 자금 조달 방법이 된다.  

증권사들도 회사채를 통한 중장기 자금 확보에 나서는 모습이다. 교보증권은 오는 9일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3년물과 5년물로 최대 4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교보증권이 공모채를 발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신증권도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이달 초에 3년·5년·7년물 등 2000억원 규모의 공모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앞서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국내에서 1조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고 해외에서도 6억달러(약 7000억원) 규모의 달러채를 통해 자금 확보에 나선 바 있다. 이 외에도 KB증권이 7500억원, 메리츠종금증권이 5100억원, NH투자증권이 5000억원의 회사채를 각각 발행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은행보다 싼 발행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금리 인하도 이뤄지면서 회사채 발행에 나선 것”이라며 “경기 둔화에 따라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지면서 신용등급이 좋은 대기업들 사이에 회사채 발행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LG유플러스는 99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다.  올해 단일 회차 발행 중 최대 수준이다. 발행금리는 1.809~2.143%다.  KB증권, 한국투자증권, IBK투자증권,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가 주관사로 선정됐다. 이 외에 SK하이닉스도 상반기에 98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찍으면서 투자금을 모았다. 

SK텔레콤은 지난달 26일 민간기업 중 처음으로 30년 만기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다. 만기가 긴 회사채를 통해 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SK텔레콤은 사전 청약과정에서 연기금, 보험, 은행 등 기관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매수주문으로 4000억원 목표치보다 높은 1조4000억원이 몰려 눈길을 끌었다. 회사채 발행 주관사는 SK증권이었다. 

전문가들은 올해 들어 이례적인 회사채 발행 증가가 저금리 심화, 장단기 금리 역전에서 기인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하반기 이후부터는 기업들의 은행차입 대체 목적의 회사채 발행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은 휴가철 돌입에 따른 계절적 비수기로 회사채 발행이 많지 않은 달이지만 올해는 이례적으로 많았다”며 “저금리 심화로 회사채가 은행차입보다 싸진 상황을 활용해 만기도래 은행차입을 회사채로 대체하는 경향도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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