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잇따른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로 북미대화 촉구
판문점 회동 기념사진 전달로 접촉···조속한 실무협상 재개 의향 전해

AP,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이 지난 30일(현지시간) 지난주에 NSC의 고위 당국자가 DMZ에서 북한 당국자를 만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판문점 회동 기념사진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AP,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이 지난 30일(현지시간) 지난주에 NSC의 고위 당국자가 DMZ에서 북한 당국자를 만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판문점 회동 기념사진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남북미 판문점 회동 이후 2~3주 내 열릴 것으로 예상됐던 북미 실무협상이 여전히 지지부진한 가운데, 최근 미국이 비무장지대(DMZ)에서 북한 측과 접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북미 간 실무협상 재개 움직임에 눈길이 쏠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6월 30일 판문점 회동에서 53분 간 대화하며 조만간 3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AP,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이번 DMZ에서 북미 접촉이 ‘판문점 회동 기념 사진’을 전달하기 위함이라고 전했지만, 북한의 잇따른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도 미국 측은 북한과의 대화에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주 DMZ서 접촉···실무협상 재개 의향 교환

북미 간 접촉이 알려진 것은 지난 6월말 남북미 판문점 회동 이후 처음이다. AP, 로이터통신은 미국 정부의 고위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NSC의 고위 당국자가 지난주 DMZ에서 북한 당국자를 만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판문점 회동 기념사진을 전달했다”며 “이 만남에서 판문점 회동에서 합의한 실무 협상 재개와 관련해 매우 빨리(Very Soon) 협상을 재개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 양국은 실무협상 재개와 관련해 구체적인 논의가 오갔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지난 판문점 회동에서 북미 정상은 2~3주 내 실무협상을 재개키로 합의했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감감무소식이기 때문이다.

양국의 만남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지난 23~24일 방한 계기 동행한 NSC 당국자가 판문점을 찾아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 볼턴 보좌관은 매슈 포틴저 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과 앨리슨 후커 NSC 한반도 보좌관 등이 동행한 바 있다.

다만 북한은 최근 들어 또다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우리 정부와 미국을 압박하는 것과 동시에 내부결속을 다지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31일 오전 5시6분, 5시7분경에 원산 갈마 일대에서 동북방 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쏜 것은 지난 25일에 이어 엿새만이며, 지난 5월4일과 9일에도 잇따라 발사체를 발사하면서 한반도에 긴장국면을 조성한 바 있다. 이러한 북한의 행보는 북미대화 재개에 성과가 없는 것에 대한 불만과 우리 정부에 대한 경고 메시지로 보인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실무협상 자체가 북한을 관리하는 차원이기 때문에 큰 결과를 기대할 수는 없고 북한도 이를 알고 있어 서두르지 않는 것”이라며 “미사일 발사는 남한을 대상으로 하면서 미사일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것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우리 정부는 중재자가 아닌 대미 압박용 수단으로 전락될 수 있다”며 “지금 상황에서 특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덧붙였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 경고하는 모습이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북한이 도발한다면 북한도 한국의 적에 포함된다”며 보다 높은 수준의 대응을 예고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같은 날 “북한의 행동은 지금의 군사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북미 대화가 재개되는 상황에서 그런 모멘텀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중단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했다.

북한이 지난 25일 강원도 원산 호도반도 일대에서 신형 단거리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지난달 25일 강원도 원산 호도반도 일대에서 신형 단거리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 사진=연합뉴스

◇북측에게 손짓하는 美···北은 침묵모드 일관

북한의 잇따른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도 미국은 외교적 돌파구를 찾는 데 애쓰는 모습이다. 당초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과 리용호 외무상이 이번 주 1~3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별도 만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지난달 25일 일본 지지통신이 태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리 외무상이 회담 불참한다고 밝혀 북미 간 대화는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비영리 단체 워싱턴DC 이코노믹 클럽이 개최한 대담회에서 “나는 며칠 동안 태국 방콕에 묵을 예정”이라며 “우리는 큐브 퍼즐을 풀 수 있도록 조만간 실무협상이 열리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는 리용호 외무상의 ARF 참석을 요청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다만 북한은 여전히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전용기에서 북미 실무협상 재개와 관련해 “우리는 너무 늦기 전에 회담이 시작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나는 매우 기대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DMZ에서 몇주 내 (실무협상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협상 재개를 위해선) 사전 업무가 약간 있다. 날짜를 고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북한의 새로운 카운터파트와 너무 늦기 전 마주 앉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같은 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과의 관계는 매우 좋다”며 “여러분도 봤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볼 것이고,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여러분에게 말할 수 없다”며 “나는 그를 좋아하고 그도 나를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 정부는 북미 실무협상의 조속한 재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이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전개해 나갈 방침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대북정책의 기본원칙과 방향을 일관되게 견지하면서 북미 실무협상이 조속히 재개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정부는 남북관계를 비롯해 비핵화를 위한 북미관계 선순환을 도모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북한이 조속히 북미 실무협상에 나올 수 있도록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관련국들에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오는 2일 있을 ARF회의 등을 계기로 아세안, 유럽연합과 함께 북미 실무협상의 조속한 재개를 촉구하는 대북 메시지를 발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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