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홀로 운항하던 부산~삿포로, 연이은 LCC 신규 취항으로 ‘공급 과잉’
“불매운동 영향 있지만, LCC 성장 이후 노선 조정 검토로 봐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풀서비스캐리어(FSC) 두 곳이 일본 노선을 손보기 시작했다. 일본 불매 운동에 따른 결정이라는 시각이 대다수인데, 일본 수출 규제 이전부터 해당 노선들은 저조한 탑승 실적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불매 운동이 아니었어도 노선 조정은 불가피했다고 분석했다.

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오는 9월 3일 부산~삿포로 노선 운항을 중단한다. 또 이달 중순 이후 인천발 일본 노선에 투입되는 항공기를 소형 기종으로 변경할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도 9월 중순 이후 인천발 후쿠오카, 오사카, 오키나와 등 노선 일부 스케줄 항공기를 기존 A330에서 규모가 작은 B767과 A321로 변경할 계획이다.

해당 소식이 알려진 후 시장에선 ‘일본 불매 운동’에 의한 노선 조정 및 항공기 조정이라는 시각이 대다수다. 불매 운동 영향도 있겠지만, 통계를 살펴보면 운항 중단과 축소의 배경에는 공급 과잉 및 탑승 실적 부진이 이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각 항공사의 내부 관계자 역시 일본 노선 관련 변동 사항들은 이전부터 검토되어 왔던 것이라고 귀띔했다.

국토교통부가 운영 중인 항공정보포털시스템의 통계 내역을 분석해 보면 대한항공이 운항 중단한 부산~삿포로 노선은 매년 저비용항공사(LCC)가 추가 취항하면서 공급 과잉 상태에 빠졌다.

부산~삿포로 노선 통계. /인포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부산~삿포로 노선 통계. /인포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지난 2017년부터 3년 간 7월 실적을 비교해보면, 매년 해당 노선에 국적항공사가 하나씩 추가 취항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노선은 2015년 12월 이전 대한항공 홀로 성수기에만 해당 노선을 운항했다. 이후 2015년 12월 에어부산이 신규 취항했다. 대구와 부산을 베이스로 하는 에어부산은 운항편을 늘려나갔고, 자연스레 탑승 여객 수도 늘었다.

이후 2018년엔 이스타항공이 추가 취항했다. 올해엔 제주항공까지 추가돼 한 노선에 1개의 FSC와 3개의 LCC가 항공편을 공급하는 상황이 됐다. LCC는 그나마 상황이 낫다. 제주항공 취항 이후에도 이스타항공과 에어부산의 탑승 실적은 지난해 대비 소폭 감소하는 정도에 그쳤다. 같은 기간 대한항공은 탑승 실적은 31.4% 감소했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LCC의 상승세가 뚜렷했고, 굳이 짧은 거리의 국제선을 대형 항공사를 통해 이용할 이유도 크지 않던 것”이라면서 “삿포로는 출·퇴근 및 출장 여객보다는 배낭여행이 주를 이루는 노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LCC의 추가 취항에 따른 타격은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비슷한 노선으로는 부산~나고야가 있다. 2017년 7월 당시엔 대한항공 홀로 운항했지만, 에어부산 취항 이후 지난해 실적을 살펴보면 대한항공의 탑승 실적은 전년 대비 9.5% 감소했다. 추후 노선 조정 가능성도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 노선 실적. /인포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아시아나항공 노선 실적. /인포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아시아나항공이 소규모 항공기를 투입하기로 한 노선의 여객 실적도 지난해부터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 오키나와 노선의 경우 지난해 전년 동기 대비 43.9% 감소율을 보였다. 운항편이 4편 줄어든 것을 감안해도, 감소폭이 크다. 후쿠오카 노선은 올해 여객이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다. 오사카 노선은 소폭 감소했다.

당시 여객 감소는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대란과 함께 LCC 급성장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이 전년 동기 대비 43.9% 줄어든 여객 실적을 보일 때 진에어 여객 실적은 같은 기간 43.2% 증가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일본 불매운동이 대형항공사로 하여금 일본 노선을 손댈 핑계이자 쐐기를 박아준 것”이라면서 “LCC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면서 대형항공사의 일본 노선 경쟁력이 약해진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