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이 불투명한 새벽배송 시장에 유통 대기업들 앞다퉈 진출
유통업계, 온라인으로 대세 기울어졌다고 판단···롯데는 수십년간 유지한 영업전략도 바꿔

/사진=SSG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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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이 불투명한 ‘새벽배송’ 시장에 유통 대기업들이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마켓컬리가 장악한 새벽배송 시장에 롯데와 신세계가 대규모 투자로 맞불을 놓으면서 새벽배송은 향후 온라인시장을 독식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는 시각이 많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마트와 슈퍼에서 지난해 4월부터 서초와 강남·용산·송파 등 일부 지역에서 '롯데프레시'로 새벽배송을 시작했다. 올해 6월에는 신세계가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인 네오(NE.O)를 통해 총 1만여개 상품의 새벽배송 서비스에 들어갔다. 마켓컬리의 새벽배송 차별화가 시장에 통하자 지켜만 보고 있던 대기업들이 너나 할 거 없이 진출한 것이다.

그러나 사실 새벽배송 시장은 수익성이 좋지 않다. 실제 마켓컬리는 2015년 54억원, 2016년 88억원, 2017년 123억원, 지난해 33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유통 대기업들이 새벽배송 시장에 군침을 흘리는 이유는 이 시장을 잡으면 향후 온라인시장을 선점하는데 유리한 고지를 밟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의 관계자는 “아직 확실한 승자가 없기 때문에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이라며 “이 싸움에서 이기면 향후 온라인시장을 모두 먹는 게 꿈만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새벽배송은 온라인물류센터를 구축해야 하고 보냉력을 유지하기 위한 포장기술과 이에 따른 막대한 초기 자금 투입은 상상 이상이다. 그럼에도 유통기업들은 이미 대세가 온라인으로 기울어졌다고 판단하고 수익성이 좋지 않은 오프라인 매장은 과감하게 폐점 절차를 밟으면서까지 온라인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달 25일 롯데백화점 구리점, 롯데백화점 광주점, 롯데백화점 창원점, 롯데아울렛·롯데마트 대구율하점, 롯데아울렛·롯데마트 청주점, 롯데마트 의왕점, 롯데마트 장유점 등 9곳을 약 1조629억원에 롯데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에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롯데쇼핑은 앞서 지난 5월에도 롯데백화점 강남점을 리츠에 넘기고 약 4200억원 자금을 확보했다. 롯데쇼핑 측은 “신성장 사업 재원 확보”라고 자산매각의 이유를 밝혔다. 부동산을 매입해 전국적인 유통채널망을 갖고서 영업을 벌이던 롯데가 온라인 유통에 전력을 다하기 위해 전략을 바꾼 셈이다.

백화점과 마트가 그룹의 핵심인 신세계도 전략을 수정했다. 지난해 백화점과 이마트로 나누어져 있는 온라인 사업부를 통합시키면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앞으로의 성장은 온라인 신설 법인이 이끌게 될 것"이라며 온라인시장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예고했다.

당시 신세계는 해외 투자운용사인 '어피니티'(Affinity)와 '비알브이'(BRV)로부터 1조원의 투자 유치하기도 했다. 신세계는 온라인 신설 법인의 물류·배송인프라, IT기술 향상 등에 1조7000억원을 투자해 2023년까지 매출 1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새벽배송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유통업체들의 피말리는 경쟁은 다시는 볼 수 없는 한 판 승부가 될 수도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입지를 중심으로 고객을 유치하는 오프라인과 달리 온라인의 경우 소비자들은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익숙함을 쫓는다. 결국 한 업체가 시장 전체를 지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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