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그룹, 네이버 테크핀 기업에 투자나서···한국투자-카카오뱅크와 경쟁구도
“어떤 기업이 시장 선두 지위 차지할 지, 증권사와 어떤 시너지를 낼 지 등이 관전 포인트”

IT(정보통신기술)기업이 금융투자업을 주도하는 이른바 테크핀(TechFin)이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들과 손잡은 증권사들 사이에서도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증권업계의 오랜 라이벌인 미래에셋그룹과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자존심 싸움이 IT업계 맞수인 네이버와 카카오를 대리해 벌어지고 있어 주목된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IT업체들이 금융투자업으로 영역을 본격 확장하면서 증권사와의 전략적 제휴에 나서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IT기업들이 금융투자 부문에 대한 전문성이나 노하우, 인프라가 없다 보니 증권사들과 손을 잡는 것이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IT기업들의 플랫폼을 활용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관계 형성은 긍정적이다.

이에 따라 테크핀 시장에서 증권사들의 경쟁은 불가피하게 됐다. 그중에서도 증권업계의 오랜 라이벌인 미래에셋그룹과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자존심 싸움이 시장의 관심을 끈다. 이들은 IT업계 경쟁자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테크핀업체와 각각 연합전선을 꾸린 상태다. 

그동안 테크핀 시장에서는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선도적인 위치에 있었다.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는 2016년 1월 설립돼 2017년 4월 금융위원회의 은행업 본인가 의결을 받았는데,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이 과정에서 출자금과 2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된 자금 6500억원을 투자했다. 이후 카카오뱅크는 최근 계좌 개설 고객수가 1000만명을 넘어서는 등 크게 성장했다. 올 1분기에는 창사 후 처음으로 분기 기준 6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도 카카오뱅크의 플랫폼을 활용해 혜택을 봤다.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증권 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은 올 3월부터 시작한 카카오뱅크와의 연계계좌 이벤트를 통해 두 달 만에 약 85만개의 신규 증권 계좌를 개설하는 데 성공했다. 한 증권사가 같은 기간 동안 무료 수수료 이벤트를 벌여 4만5000개 신규 계좌가 나온 것과 비교하면 이는 두드러진 결과다. 게다가 이 중에는 2030세대가 많이 유입돼 미래 잠재 고객 확보 측면에서도 유의미한 성과였다.  

미래에셋그룹도 이 같은 흐름을 바라만 보고 있지 않았다. 앞선 지난 24일 네이버는 이사회를 열고 네이버페이 등 결제사업 부문을 분할해 ‘네이버파이낸셜’(가칭)을 설립한다고 발표했고, 미래에셋그룹은 이 회사에 5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키로 했다. 결제·대출·보험·증권 등의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종합 금융플랫폼 회사를 만들고 키우는 데 과감하게 베팅한 것이다.  

다른 증권사가 아닌 미래에셋그룹과 네이버 사이에 만남이 가능했던 것은 앞선 관계 구축 덕이었다. 2016년 12월 미래에셋과 네이버는 1000억원 규모의 신성장펀드를 함께 조성하면서 협력 관계를 갖기 시작했고, 2017년 6월에는 두 회사가 총 1조원에 달하는 자사주 맞교환 방식의 대규모 지분투자을 하면서 협력 관계를 공고히 했다. 여기에는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과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개인적인 관계도 작용했지만, 증권과 IT의 시너지에 대한 기대가 맞아 떨어진 영향도 컸다.  

두 연합전선이 구축되면서 향후 테크핀 시장에서 미래에셋그룹과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자존심 싸움이 어떻게 진행될지에 관심이 쏠리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카카오뱅크는 메신저 기반, 네이버파이낸셜은 커머스 기반이라는 상이점을 갖고 있지만 사업 영역이 확장되면 맞붙는 지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두 회사가 어떻게 성장할지, 시장을 누가 차지할지, 증권사 입장에선 이들과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등이 관전 포인트다”라고 밝혔다. 

IT(정보통신 기술) 기업이 금융투자업을 주도하는 이른바 테크핀(TechFin)이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들과 손잡은 증권사 사이에서도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어 주목된다. / 그래픽=시사저널e
IT(정보통신 기술) 기업이 금융투자업을 주도하는 이른바 테크핀(TechFin)이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들과 손잡은 증권사 사이에서도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어 주목된다. /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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