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 2016년 6만대→2022년 20만대 확대 전망
주행기준 없어 ‘자전거도로 주행 허용’ 개선 필요···부처별 의견 수렴 중

전동킥보드, 전기자전거 등 개인형 이동수단(퍼스널 모빌리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전동킥보드, 전기자전거 등 개인형 이동수단(퍼스널 모빌리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전동킥보드, 전기자전거 등 개인형 이동수단(퍼스널 모빌리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규제개혁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공유서비스가 국내서 본격 시행됐지만 정부의 늑장 대응으로 관련 법안은 여전히 막혀 있기 때문이다.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은 우리나라에서 계속 확대될 것으로 전망돼 시민 안전을 위해서라도 관련 법안이 속히 정리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은 2016년 6만대 수준에서 2022년 20만대 수준으로 대폭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퍼스널 모빌리티는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1인용 이동수단으로 전동힐, 전동킥보드, 전기자전거 등이 해당된다. 특히 전동킥보드는 도심 근거리를 간편하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공유 서비스로 자리잡고 있다.

◇전동킥보드, 직장인들 사이서 인기···안전 관리는 미흡

전동킥보드는 일반 킥보드에 전동장치를 달아 최대 시속 25㎞로 달릴 수 있게 한 운송 수단이다. 별도 주차장 없이 목적지까지 이동하고 자유롭게 이동수단을 거치할 수 있다. 전용 어플리케이션을 스마트폰에 설치한 후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킥보드를 찾아 QR코드로 스캔하면 탈 수 있다. 모바일로 결제, 예약, 충전까지 모두 편리하게 확인 가능하며 가까운 거리를 이동할 때는 택시보다도 저렴하다.

그러다보니 상당수의 전동킥보드가 직장인들이 많은 장소에 있었다. 31일 오전 기자가 직접 킥보드 서비스를 이용해보기 위해 어플리케이션에 검색했다. 운전면허증을 소지한 사람들로 한정돼 있어 운전면허증이 없는 기자는 하는 수없이 지인에게 부탁했다. 그 결과 건국대학교를 기준으로 수많은 킥보드가 곳곳에 있는 것을 확인해볼 수 있었다. 기자의 지인은 “직장인들이 많은 강남, 마포, 여의도, 잠실, 판교 등에 특히 많다”고 말했다.

31일 오전 전동킥보드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킥고잉으로 건국대학교 주변 킥보드 위치를 확인해봤다. / 사진=스타트업 킥고잉 캡처
31일 오전 전동킥보드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킥고잉으로 건국대학교 주변 킥보드 위치를 확인해봤다. / 사진=스타트업 킥고잉 캡처

문제는 안전이다. 전동킥보드 업계는 ‘자전거도로 주행 허용’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규제 개선 방안이라고 주장한다.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전동킥보드는 원동기 장치 자전거로 분류돼 차도에서만 운행이 허용되며 관련 주행기준도 없다. 시속 25㎞ 이하 전동킥보드를 차도에서 몰게 되면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은 물론, 인도에서도 보행자들의 위험을 가할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사고는 2015년 14건에서 2016년 84건, 2017년 197건, 지난해 233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전동킥보드는 운전면허 소지자에 한해 차도에서만 탈 수 있고 헬멧 착용도 필수지만 이를 지키는 이용자는 거의 없다.

대학생 이아무개씨(23)는 “전동킥보드를 타는 법이 아직은 미숙하고, 초보자가 타기엔 어려워 자주 타지는 않는다”며 “인도에서 타거나 골목에서도 타는 대학생들을 종종 봤고 특히 밤에는 술을 마시고 타는 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안전만 해결되면 전동킥보드 자체가 매우 편해서 자주 탈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대학생 김아무개씨(24)는 “거의 매일 전동킥보드를 탄다”며 “학교가 신촌역 근처여서 지하철에서 내려 학교 입구까지 전동킥보드를 탄다. 사람이 많은 것도 위험한데 버스랑 같이 차도로 다닐 땐 속도를 더 낮추거나 조심하게 타려고 한다”고 말했다. 

◇주행안전기준 제정 합의했지만 관련 규제 해소는 발목 잡혀

전동킥보드의 수요가 늘고 있는 만큼 관련 법제 등이 미비한 점도 개선해야할 점이다. 지난 3월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전동킥보드의 자전거도로 허용 등 주행안전기준을 제정하기로 합의했다. 정부는 “이르면 올해 안에 도로교통법과 자전거 이용 활성화법을 개정해 규제를 풀겠다”고 밝혔지만, 국토교통부가 설정한 연구용역 기간은 6개월이기 때문에 사실상 내년부터 관련 규제가 해소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해 9월 범부처 태스크포스(TF)는 전동킥보드 안전 기준 마련 시점을 지난 6월로 설정했지만, 계획과 달리 국토부는 현재 연구용역 입찰을 실시 중이다. 국토부 외에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업무가 여러 부처에 나눠져 있어 규제 해소는 더욱 느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10일 우선적으로 전동 킥보드의 자전거도로 운행을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경기도 시흥시, 화성시과 민간기업과 함께 기획해 신청한 규제샌드박스 실증사업을 조건부 승인해 9월부터 추진키로 했다. 구체적으로 시속 25㎞미만으로 경기도 동탄역과 시흥 정왕역 일대 5㎞의 자전거도로 구간에 한정해 허용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동킥보드 수요가 커지고 있지만 현재 전담하고 있는 부처는 없다”며 “관련 내용을 파악하고 개선해야할 점 등을 여러 부처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동킥보드가 우리나라에선 자동차 분야가 아닌 공산품에 속해 산업부가 별도 제품 기준을 관리 중이고, 도로통행 안전수칙은 경찰청이 담당하는 등 여러 부처에 역할이 나눠져 있다”며 “국토부는 현재 기재부와 산업부 등이 주관하는 합동 태스크포스팀에 참여해 안전기준을 개진하는 등의 의견을 수렴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가별 전동킥보드 규정도 다르다. 최근 독일은 인도에서는 사용을 금지하고 차로와 자전거도로에서는 가능하도록 하고, 헬멧 착용이나 운전면허는 의무 사항이 아니라는 내용의 법안을 발표했다. 유럽 일부 국가는 최대 시속을 10~15㎞로 내리는 대신 인도 주행을 허용한다. 전동킥보드를 보행 보조 수단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상당수의 북유럽 국가는 전동킥보드를 일반 자전거와 같게 취급하고 있다. 일본도 특구나 주요 공원을 주행 허용 구역으로 지정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는 “정부 차원에서도 TF를 차리면서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지만 항상 미뤄지고 있다”며 “전동킥보드 자체가 안전적인 운송수단이 아니기 때문에 법이 만들어진다고 해서 안전문제가 해결되거나 큰 변화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럼에도 가이드라인이나 명확한 규제 등이 빠르게 정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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