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위적 웨이퍼량 축소 고려 안해···D램 감산 없이 생산량 유지 전략 고수"
"3분기, 성수기에 수요 회복 조짐···"낸드 재고 적정 수준 유지 전망"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감산에 나서지 않겠다며 올 하반기 업황 회복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경쟁사들이 메모리 공급 과잉으로 감산 조치를 발표한 가운데 생산량을 유지해 시장 점유율을 지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본 수출 규제 등 대외 불확실성은 여전해 면밀한 시황 모니터링은 지속할 방침이다. 

31일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을 통해 인위적인 감산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전세원 삼성전자 부사장은 라인 최적화에 따른 웨이퍼 투입 감소 여부에 대한 질문에 “직전 분기에 발표한 계획에선 라인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측면에서 장비를 재배치한다는 의미이며, 그에 대한 특별한 변화는 없다”며 “현재는 인위적인 웨이퍼 투입 감소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직전 분기 컨퍼런스콜 당시 라인 최적화를 통해 생산량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에 업계선 올 2분기에도 삼성전자가 직접적으로 감산을 언급하지 않아도 라인 운영 최적화 등 방안을 통해 메모리 생산량을 조정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화성 13라인을 이미지센서 생산라인으로 전환해 D램 생산량을 조정할 것이란 전망이 유력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전망에 대해서도 삼성전자는 이날 “D램 생산라인인 13라인에 대해 시스템LSI 전환에 대해선 계획이 없는 상태”라고 일축했다.

이는 경쟁사들이 차례로 감산 조치를 발표한 것과 상반되는 행보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올 2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D램 생산라인 일부를 올 연말까지 이미지센서 생산라인으로 전환하고 웨이퍼 투입을 15%까지 줄이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미국 마이크론 역시 D램과 낸드 생산을 각각 5% 감산하기로 했고 지난달엔 낸드 감산량을 10%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2분기 말부터 D램‧낸드 수요 회복세”

삼성전자의 감산 없는 운영 전략은 하반기 업황 회복에 대한 자신감에 기인한다. 삼성전자는 올 3분기 계절적 성수기와 함께 주요 고객사들의 재고 수준이 하락하면서 구매 재개가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 부사장은 "D램 데이터센터 고객사들이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재고조정을 통해 재고 정상화가 상당히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실제로 2분기 말부터 구매 재개가 시작되는 모습을 보였고 하반기 계절적 성수기를 맞이해 지속적으로 견조한 수요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낸드의 경우 회복세가 빠를 전망이다. 전 부사장은 “고객사의 가격 저점인식이 확대되면서 2분기부터 수요 상승세가 크게 보이기 시작했고, 자사는 2분기 출하량이 늘어 재고 수준이 상당 부분 감소했다”며 “타 공급사의 공급 수준에 대해 말하긴 어렵지만 하반기 계절적 성수기와 함께 공급사들이 실적 발표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투자 조정을 병행할 경우, 3분기부터는 업계 전반의 재고 수준이 정상화되고 가격 및 업황이 안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삼성전자가 보유한 재고 수준도 점차 정상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 2분기 삼성전자 재고자산은 31조2470억원이다. 1년 전 재고자산(27조3588억원) 보다 15.0% 늘었지만, 직전 분기(31조4560억원)보다 0.7% 감소한 규모다. 재고가 꾸준히 늘던 증가 추세에선 소폭이나마 벗어난 모습이다.

전 부사장은 "2분기 D램 재고는 전분기 대비 큰 변화가 없지만, 데이터 센터 고객의 구매 재개와 모바일 고용량 제품 판매 증가로 인해 재고 회전율은 전 분기 대비 감소했다"면서도 “D램 재고 수준은 하반기에 점진적으로 감소할 수 있지만 얼마나 빨리 감소할 지는 업황 변동성 때문에 예측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낸드의 경우 고객사의 가격 저점 인식에 따른 판매 확대 등으로 재고가 크게 감소하기 시작했고 지속적인 수요 증가에 따라서 3분기에는 적정 재고 수준까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5년 만에 최저 영업이익률…삼성전자 “3분기 수요 회복 기대”

삼성전자는 올 2분기 반도체 사업에서 매출 16조900억원, 영업이익 3조4000억원의 실적을 냈다. 직전 분기 대비 매출은 11.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7.5% 감소했다. D램, 낸드의 비트그로스는 증가했으나 평균판매가격(ASP)이 각각 25% 초반대, 10% 중반대로 하락하면서다. 이에 올 2분기 반도체 사업 영업이익률은 21.1%까지 떨어지면서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다만 업계 1위인 삼성전자가 감산을 발표하지 않는 만큼 반도체 시황이 극단적인 위기상황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시장 성장 수준으로 D램, 낸드 플래시 공급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전 부사장은 “3분기 D램 시장 전체 수요는 10% 중반 비트그로스 성장을 예상하며, 삼성전자는 시장 성장 수준의 비트그로스를 예상한다”며  “연간으로 D램 수요 비트그로스는 10% 중반이 될 것이며 삼성전자는 시장 성장을 소폭 상회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분기 낸드 수요 비트그로스는 한 자릿수 후반 성장을 예상하며 삼성전자는 비트그로스는 시장 성장 수준을 예상한다. 연간으로 시장 비트그로스는 30% 초반 상승을 예상하고, 삼성전자는 시장 성장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