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 일색 분위기 달리 매도 의견···투자자는 집단소송 추진
증권사 연구원들 “기업 항의 부담스러워···투자 의견에 ‘매도’를 ‘중립’으로 쓴다”
증권사 보고서에 매수 추천 비율 여전히 높아

최근 키움증권의 솔브레인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담긴 보고서가 업계에서 시끄러워졌지만 증권사 관계자들은 투자와 관련한 긍정적인 보고서가 너무 많다고 입을 모은다. 부정적인 보고서를 쓸 때 회사와 투자자들의 항의가 부담스럽다며 이런 분위기는 투자자들에게도 좋지 않다는 의견이다. / 사진=셔터스톡
최근 키움증권의 솔브레인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담긴 보고서가 업계를 시끄럽게 만들었지만 증권사 관계자들은 투자와 관련한 긍정적인 보고서가 너무 많다고 입을 모은다. / 사진=셔터스톡

최근 투자자 소송위기에 내몰린 키움증권의 솔브레인 리포트가 업계에서 자주 입에 오르내린다. 특히 주주들이 솔브레인에 대해 키움증권이 잘못된 분석 보고서를 냈다는 이유로 키움증권을 소송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태는 더 커지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여전히 증권사들의 보고서가 ‘매수’ 투자 의견으로 채워지고 있다고 본다. 반면 ‘매도’ 의견 보고서는 업계에서 씨가 마른 상황이다. 업계에선 매도 의견을 써야 때 차라리 ‘중립’으로 쓴다는 의견도 전한다. 기업들이나 주주들의 항의가 부담스럽다는 설명이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지난 19일 솔브레인의 주가 급등세가 과도하다는 분석 보고서를 내놓았다. 솔브레인은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 조치가 발표된 이후 수혜주로 떠오르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하지만 키움증권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이와 관련해 주주들의 항의가 거센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 사이에서도 솔브레인에 대한 투자 의견은 상충된다. 키움증권에서 나온 보고서에는 일본 수출 규제에 대한 반사 이익 기대감이 반영되며 7월 한 달간 46% 급등한 것이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솔브레인은 불화수소(액체)를 다루고 있는 기업으로 이번 규제 항목인 불화수소(가스)와는 그 연관성이 크게 없다”며 “단기 급등한 주가에 대한 부담, 국산화 기대감이 실망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당사 판단을 반영하여 투자 의견을 기존 ‘아웃퍼폼(Outperform, 시장수익률 상회)’에서 ‘언더퍼폼(Underperform, 시장수익률 하회)’으로 하향 조정한다”고 전했다. 

반면 이베스트증권은 일본 수출 규제 소식 이후 보고서를 내놓고 솔브레인에 대한 매수를 추천했다. 어규진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솔브레인이) 금번 에칭가스 공급제한에 따른 원재료 소싱 이슈에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도 긍정적”이라며 “견조한 실적 성장 속에서 주가가 선행적으로 하락한 결과 현시점에서 동사의 PER는 7.7배(2019년 예상치) 수준이다. 이에 동사에 대해 매수 추천한다“고 적었다. 

증권사 관계자들은 연구원이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기업과 주주들 눈치를 보며 매수 관점에서만 쓰는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설명한다. 이런 분위기가 투자자들에게 중장기적으로 더 나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가 기업과 주주들 눈치를 보며 보고서를 내놓으면 결국 투자자들의 투자 결정을 방해를 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기업들의 항의가 너무 거센 부분이 있어 매도 관점에서 쓰기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증권사 보고서의 상당수가 ‘매수’ 투자 의견으로 채워지고 있다고 본다. 기업분석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투자 의견 비율 공시제를 시행한 지 4년이 넘었지만 매수 추천 비율이 매도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작년 4월 초부터 올해 3월 말까지 1년간 증권사 기업분석 보고서의 매수 투자 의견 비중은 78.9%였다. 같은 기간 중립은 16.3%였고 매도는 4.8%에 불과했다. 반면 외국계 증권사 15곳은 매수 의견 비율이 평균 55.3%, 중립 29.8%, 매도 14.9% 등으로 나타났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보고서 투자 의견에 ‘매도’를 기재하지 못하고 ‘중립’으로 쓰는 경우가 있다”며 “기업으로부터 항의를 받고 배제 당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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