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시장 공략 본격화 전망
“일본차 점유율 80% 상황 뒤흔들려면 전기차로 공략해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 사진=현대차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 사진=현대차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인도네시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늦었지만 현지화를 통해 동남아 시장에서 일본에 맞서 한일전을 펼쳐보겠다는 의지로 풀이되는데, 판을 뒤집을 열쇠는 결국 전기차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인도네시아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루훗 빈사르 판자이탄 해양조정부 장관은 정 부회장과 면담한 후 현대차가 10억 달러를 투자해 전기차 공장을 세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판자이탄 장관은 현대차가 인도네시아 자바섬 서부 카라왕에 토지를 확보했고, 11월에 서울에서 관련 계약이 체결될 것이라며 투자 계획에 대해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정 부회장은 25일 인도네시아 조코 위도도 대통령을 만나 인도네시아 시장 진출 의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자동차 업계에선 정의선 부회장의 인도네시아 시장 공략 계획에 대해 동남아 시장을 잡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에서 가장 큰 자동차 시장이다. 인구가 2억6000만인데 자동차 보급률이 높지 않아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104만대의 차가 팔렸다. 전년 대비 4.4% 성장한 수치인데 올해도 비슷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가 동남아 시장을 공략한다는 것은 곧 일본과 자동차 한일전을 펼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동남아 자동차시장의 80%를 토요타 등 일본차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동남아 시장에서 특히 중시되는 ‘가성비’를 무기로 자동차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일본차의 점유율을 끌어오지 않고 동남아 시장을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대차가 인도네시아에서 현지 생산을 하게 된다면 일단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일본과 붙어볼 만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업계에선 오랜 기간 시장을 다져온 일본 업체들을 잡기 위해선 판을 흔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생산기지가 생겼다고 오랜 기간 동남아 시장에서 신뢰를 얻어온 일본차를 곧바로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지 생산을 당장 시작한다고 해도 오랜 기간 공들여 시장을 90% 가까이 잡아 온 일본차 업체를 바로 이긴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내연기관 부문이 아니라 전기차로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현대차로선 효과적 전략”이라고 조언했다. 당장 급하게 시장을 잡으려 하기보다는 미래차 기술로 장기적으로 치고 올라가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현대차는 강점을 갖는 친환경차를 주무기로 삼아 동남아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지난 6월엔 싱가포르 최대 택시회사에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모델 2000대를 공급하기로 했다. 정의선 부회장은 전기차 및 수소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기술에 역량을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2025년까지 총 38차종 이상의 친환경차를 독자 기술로 개발한다는 게 현대차의 목표다.

한편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 나오고 있는 인도네시아 투자설과 관련해 “동남아 시장을 중요하게 여겨 인도네시아 진출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어디에 공장을 지을지, 얼마를 투자할지 등은 아직 공식적으로 정해진 게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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