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오늘밤 찬반투표 결과 발표···가결되면 여름 휴가 이후 파업 돌입
실적 악화에도 급여 지출 늘려온 현대차···파업시 반등 의지 꺾일 우려도

갈 길 먼 현대자동차가 노조 파업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일각에선 현대차가 2분기 영업이익 1조원대를 회복하며 ‘V’자 반등에 시동을 걸었지만, 파업으로 인해 반등 의지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30일 현대차 노조에 따르면, 전날 시작된 파업 찬반투표 결과는 이날 밤 혹은 다음날 새벽에 발표될 예정이다. 앞서 노조 측은 지난 22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을 신청해 투표에서 절반 이상이 찬성을 택할 경우 합법적인 파업이 가능하다.

현대차 노조 요구는 임금인상, 별도요구, 금속노조 공동요구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임금인상은 기본급 인상을 말한다. 노조 측은 올해 임금인상 요구액을 기본급 12만3526원으로 제시했다. 별도요구의 경우 당기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자동승진을 적용하며 인원 충원 및 산재사망에 따른 유가족 우선채용 등으로 구성됐다.

◇ 아직은 갈 길 먼데···파업 시 V자 반등 ‘물거품’ 우려

현대차의 올해 실적은 지난해 실적과 비교하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2018년도 이전 실적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부진한 수익성을 나타내고 있다. 현대차 올해 2분기 영업이익률은 4.58%로 전년 동기 대비 1.26%p 상승했지만, 2017년 동기 5.53%보다 낮은 수준이다.

현대차 2분기 실적. /도표=조현경 디자이너
현대차 2분기 실적. /도표=조현경 디자이너

특히 해외 판매부문과 금융부문 실적 회복이 절실하다. 2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현대차는 해외에서 전년 동기 대비 10.1% 감소한 90만4760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금융부문 역시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1.4% 줄어들었고, 영업이익은 6% 감소했다.

2분기 중국 시장 도매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35.1% 감소한 14만대 판매에 그쳤다. 소매 판매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8.2% 줄어들었다. 자연스레 현대차 내에서도 중국시장에서의 연간 판매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구자용 현대차 IR 담당 전무는 “연간 중국 판매 목표를 86만대로 수립했다. 변수를 고려할 때 목표 달성이 어려워 보일 수 있으나 하반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인도 시장 상황도 좋지 않다. 엔트리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베뉴를 인도에서 최초 출시했음에도 올 2분기 인도 권역 도매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7.7% 감소했다. 소매 판매도 지난해보다 5.7% 줄었다.

업계선 노조가 파업권을 획득할 경우 여름 휴가 이후인 8월 중순 파업에 돌입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파업이 결정되면 8년째 파업이 이어지는 꼴이다. 경영 상황이 좋지 않은데다, 파업까지 이어질 경우 실적 반등은 물론 현대차 내부 목표 달성도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대다수다. 앞서 현대차는 2022년까지 자동차부문 영업이익률을 7%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올 2분기 자동차부문 영업이익률은 4.9%다.

◇ 경쟁 업체들 감원에 급여 지출 줄이는데···현대차는 정반대

글로벌 경쟁 업체들은 전세계 차량 수요의 감소, 생산 공정의 발전, 전기차의 부상 등을 이유로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이를 통해 급여 지출을 줄이고 투자 비용을 늘리는 것인데, 현대차는 매년 급여 지출 비용이 늘고 있다.

현대차 1분기 급여 지출 및 실적. /인포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현대차 1분기 급여 지출 및 실적. /인포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포드자동차는 북미 지역 구조조정을 끝내고 유럽사업부 구조조정에 들어간다. 포드는 내년 말까지 러시아, 영국 등 공장 6곳을 폐쇄 및 매각하는 결정을 내렸다.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 유럽사업부 인력은 1만2000명 줄어든다. 현재 유럽사업부 인력은 5만1000명가량이다. 이외에 닛산, 폴크스바겐 등도 인력 감축에 나섰다.

현대차라고 경쟁 업체들과 상황이 다른 것도 아니다. 현대차 특별 고용안정위원회는 2025년이면 현대차 생산직 가운데 20%가 잉여인력이 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차량 수요가 줄고, 생산에 필요한 노동력이 줄어든 만큼 근로자 감축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노조 측은 전문기술인력 및 지원반 인원충원과 함께 특별고용대상자를 올해 전원채용하는 안을 요구하고 있다. 이외에도 만 60세인 정년을 국민연금 수령 직전 연도인 64세로 연장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차는 그간 실적 악화에도 급여 지출을 늘려왔다. 하지만 전기차 등에 대한 투자 비용이 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급여 부문 지출의 감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IR 자료를 보면, 현대차는 2분기 경상연구비에 3020억원을 사용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한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완성차 시장에서 노조의 힘은 상당하다. 사측이 눈치를 봐야할 정도”라면서 “현대차 생산직의 대다수가 정년이 다가온 50대이기 때문에, 향후 몇 년 동안은 노사갈등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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