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업계 “합작법인 사업전개에선 염려···배터리의 경우 수급공백 최소화 숙제”
조선업계, 현대重-대우조선 결합심사 몽니우려···철강업계 “보복, 日이 밑지는 장사”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일본이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의 수출규제조치를 단행한 데 이어 수출 통관절차 간소화 혜택 교역국을 의미하는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할 예정이다. 반도체와 더불어 우리 수출을 이끄는 주요 산업군인 석유화학·조선·철강 등의 경우 일본의 보복조치를 두고 각기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체감피해규모 등에 있어 업계 간 온도차를 보이는 양상이다.

◇한·일 합작사업 多 석유화학···배터리 부품 대일의존도 높아 ‘비상’

반도체 이후 가장 큰 우려를 사는 곳 중 하나가 석유화학업계다. 특히 기초화학 및 소재사업에 나선 업체들 상당수가 국내외에서 일본과 합작 사업을 벌이고 있어 양국 관계악화 및 경제보복 움직임 등에 따른 차질이 염려된다는 후문이다. 이에 해당하는 기업으로는 SK그룹과 LG그룹 그리고 금호석유화학 등을 들 수 있다.

SK그룹의 경우 SKC·SK종합화학·SK머티리얼즈 등이 각각 미쓰이, JXTG, 트리켐 등과 합작법인을 국내에 세웠다. SKC(50%)와 미쓰이(50%)가 세운 ‘미쓰이케미칼앤드에스케이씨폴리우레탄’, SK종합화학(50%)과 JXTG(50%)가 설립한 ‘울산아로마틱스’, SK머티리얼즈(65%)와 트리켐(35%)의 ‘SK트리켐’ 등이 대표적이다.

LG그룹의 경우 지주사 LG와 스미모토화학공업(25%), 일본촉매(25%) 등이 합작한 ‘LG엠엠에이’를 영위 중이다. 금호석유화학은 미쓰이·SKC의 합작사 ‘미쓰이케미칼앤드에스케이씨폴리우렌탄’과 절반씩 출자해 ‘금호미쓰이화학’을 계열사로 뒀다. 이 밖에도 복수의 기업들이 일본 화학업체들과의 합작법인을 통해 기술공유 등을 진행 중이다.

배터리관련 사업도 우려를 낳고 있다. 배터리사업은 ‘포스트 반도체’로 평가받으며 우리 수출의 차세대 1등 공신이란 평가를 받는 분야다. 현재 글로벌 배터리시장은 한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 등 극동 3국이 사실상 압도적 점유율을 바탕으로 경쟁을 펼치는 중이다. 한 업체가 주춤할 경우 후발주자가 곧바로 역전하고 또 이를 거듭하는 양상을 보일 정도로 치열한 양상이다.

업계 등에 따르면 일본의존도가 높은 배터리 소재로는 ▲양·음극바인더 ▲동박 ▲파우치필름 등이 꼽힌다. 특히 2차 전지 겉면을 감싸는 파우치필름의 경우 일본제품의 점유율이 70%에 달한다. 현재 우리 업체들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일본을 제외한 생산업체 등에 조달을 타진 중이다. 국내 업체로는 농심의 자회사 율촌화학이 대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한국 부품 자급률이 높아질 것을 우려해 그간 저가수주 정책을 바탕으로 우리 부품업체들의 성장을 억제해 온 측면이 강하다”면서 “충분히 자급화가 가능한 분야지만 수개월 여가 소요될 것으로 예측돼 공백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우선적인 원료공급망 확충에 열을 올리는 상황”이라 소개했다.

이어 그는 “그나마 4대 핵심소재로 꼽히는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 등의 경우 일본 의존도가 매우 낮아 그나마 다행일 수 있다”면서 “만약 일본이 배터리 관련 부품 공급을 끊을 경우, 우리 기업들에 일시적인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으나 일본 입장에서도 주요 거래처를 끊기는 사태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에 상당히 고심할 것”이라 덧붙였다.

◇기업심사 앞둔 조선업계 ‘눈치’···철강업계 “日의존 높지만, 저들도 韓외엔 대안 無”

석유화학업계가 다소 시급한 움직임을 보인다면 상대적으로 조선업계와 철강업계는 느긋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조선업계의 경우 눈치싸움이 한창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 과정에서 일본 당국의 결함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발목을 잡힐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양국은 취급선박이 달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간 합병이 이뤄지더라도 일본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아 결합을 반대할만한 명분이 없다”면서도 “다만, 이번 경제 분쟁의 양상이 점차 실익보다 자존심 다툼으로 번지고 있는 만큼, 시간 끌기 등 방해가능성이 높아 저자세를 유지하며 관망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고 전했다.

반면 철강업계는 일본 수입의존도가 높음에도 동요치 않는 모습이다. 철강 원재료 제품 중 하나인 고철의 경우 일본 수입량이 전체 수입량의 63%를 차지한다. 다른 수입국들에 비해 제품의 질 또한 우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일본이 아니더라도 다른 나라 철강 수입을 통한 대체가 용이하고, 일본 역시 한국 외엔 마땅한 대안이 없기에 안심하기 때문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쉽게 말해 우리에겐 수입 대안이 있고 저쪽엔 수출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며 “자존심다툼 양상으로 번지면서 규제를 실시할 수도 있겠지만, 만약 일본이 실제 관련 규제를 시행하게 될 경우 피해자는 한국이 아닌 일본이 될 것”이라며 별다른 대책을 수립하지 않는 배경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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