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 절제 문화 확산하고 있지만 소규모 사업장은 머그컵 사용 지키기 어려워
정부 방침에서 제외된 종이컵, 사각지대에서 사용돼···두 개 겹쳐 쓰는 경우도 많아
“머그컵·일회용컵 모두 돈이 드는 건 마찬가진데 인건비를 고려하면 영업하는 입장에선 일회용컵을 사용하는 게 더 편한 건 사실이다.”
정부가 일회용컵 사용 규제를 본격화한 지 1년이 가까워진 가운데,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 등을 중심으로 일회용컵 사용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 종종 현장에서 목격됐던 고객들과 직원 간 승강이도 크게 줄어든 것은 물론 개인 텀블러를 사용하는 고객도 늘어났다. 다만 종이컵은 일회용품임에도 제재 대상에서 제외돼 인건비에 부담을 느끼는 일부 자영업자는 법의 사각지대에서 여전히 종이컵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는 지난해 8월 2일부터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제10조에 따라 카페 매장 내 일회용컵 규제를 시행했다. 또 지난 2월 21일 ‘2019년도 자연환경정책실 세부 업무계획’을 발표해 올 상반기까지 일회용품 사용 저감 로드맵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환경부는 커피전문점에서 사용한 일회용컵 사용량을 지난 2015년 61억개에서 2019년 40억개 수준으로 대폭 줄일 방침이다.
◇대학가, SNS에서 유명한 카페는 여전히 일회용컵 사용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일대 커피전문점. 일회용컵 사용 규제가 본격 시행된 지 1년 가까이 돼서인지 혼란을 겪었던 초기와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였다. 일회용컵은 매장에서 찾아볼 수 없었고, 대다수 매장 사람들은 머그컵 또는 유리잔을 사용해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주문을 받는 직원들도 당장 과태료를 물 수도 있어 대형 프렌차이즈 카페에선 “매장에서 드시고 가시나요?”라는 질문이 주문과 동시에 이뤄진다.
환경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5월 커피전문점·패스트푸드점 업계(21개 업체)와 ‘(플라스틱) 일회용품 줄이기 자율협약’을 맺었다. 환경부는 이에 의미있는 성과가 있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환경부가 자율협약을 맺은 매장 수 1만360곳을 집계한 결과, 업체에서 수거한 일회용컵은 지난해 7월 206t(톤)에서 올 4월 58t으로 72%가량 감소했다. 다만 테이크아웃까지 집계한 전체 일회용컵 사용량은 전년 대비 14.4%(7억137만개→6억7729만개) 감소한 데 그쳤다.
소비자 의식도 개선됐다. 과거 일회용컵을 당연시했던 소비자들도 매장 내에선 머그컵을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개인 텀블러를 가져와 음료를 받아가곤 했다.
대학생 김아무개씨(26)는 “오래 (매장에) 있는다고 생각하고 카페에 가는 경우에는 텀블러를 가져가 사용하려고 한다”며 “일회용컵이 쉽게 버려지는 것을 보며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특히 해외에 갈때는 더더욱 텀블러를 챙긴다”고 덧붙였다.
직장인 고아무개씨(29)는 “예전에는 일부러 일회용컵이 예쁜 카페를 찾아가거나 매장에서도 일회용컵을 사용하는 것을 즐겼다”며 “요새는 규제도 규제인데 환경보호 차원에서라도 텀블러를 사용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다만 대학가 주변 또는 SNS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일부 카페에선 여전히 일회용컵을 사용고 있다. 서울을 벗어난 지방에서는 규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학생 유아무개씨(28)는 “SNS에서 유명한 카페 찾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데 거의 대부분이 일회용컵을 사용하고 있었다”며 “캐릭터가 그려져 있는 일회용컵을 사용하면 SNS에서 화제가 되고 그로 인해 카페를 방문하는 사람도 많아져 어쩔 수 없는 것 같지만 환경을 생각하면 아쉽다”고 지적했다.
대학생 하아무개씨(25)는 “대학가에서는 대부분 일회용컵으로 제공된다”며 “머그컵으로 달라고 굳이 말하지 않는 이상은 일회용컵에 담겨진 음료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인건비 탓에 머그컵·일회용컵 모두 부담스럽다”
정부 방침에 따라 대다수 사업장에서 플라스틱 일회용컵 사용 규제가 철저히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부작용도 존재한다.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이 올라 아르바이트생 한 명을 고용하기 힘든 상황에서 일회용품 규제까지 겹쳐 영업 자체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주장했다.
규모가 작은 영세업체일수록 부작용은 컸다. 실제 규모가 작은 커피전문점에서는 손님 대다수가 종이컵에 담김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특히 뜨거운 음료일 경우 종이컵 두 개를 겹쳐서 사용했다. 종이컵은 일회용품이지만 현행법상 단속 대상은 아니다.
서울 서초구에서 소규모 카페를 운영하는 박아무개씨(36)는 “작은 카페일수록 머그컵을 사용하기가 더 어렵다”면서 “일회용컵을 사용하면 한 번 쓰고 버리면 그만인데, 머그컵은 사용한 후 닦아야 한다. 점심시간이나 퇴근시간 등 손님들이 붐비는 시간대면 머그컵을 제때 닦지 못해 어쩔 수없이 일회용컵에 주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씨는 “최근에 카페 규모가 작다는 생각에 카페를 넓히면서 아르바이트생 두 명 정도를 더 고용했다”며 “고용한 만큼 머그컵 닦는 건 훨씬 수월해졌지만 늘어난 인건비가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각지대에 존재하는 일회용컵 사용을 막기 위해선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환경정책 로드맵을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카페에서 사용되는 종이컵은 이물질, 코팅 처리 등으로 재활용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보증금제도가 부활돼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관련 법안은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묶여 있어 법제화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장은 “동네 카페나 소규모 카페는 단속권은 지자체에 있고, 환경부는 프랜차이즈점처럼 큰 곳이나 자율협약을 체결한 곳만 관리하고 있다”며 “지자체가 큰 곳부터 시작해 작은 곳까지 정부 방침이 제대로 스며들도록 관련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소장은 “지자체가 법적 근거를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시민 신고체계를 스마트폰 어플 등을 통해 마련해 소비자들이 일회용컵 사용에 대해 자발적으로 신고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강승희 환경부 자연순환정책과 사무관은 “지난해부터 집중해서 지자체들을 점검하고 홍보하는 작업을 시행해 왔다”며 “지자체에서도 단속은 하고 있지만 대학가 밀집 지역인 데다 카페도 많은 마포구의 경우 두 명 정도가 관리감독을 맡고 있어 인력 한계로 단속이 안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강 사무관은 “종이컵은 현재 일회용품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며 “법률을 개정해 일회용품 사용을 저감하는 로드맵을 마련하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